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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진항 석탄 부두에 대형 선박 정박…‘러시아 석탄’ 수출 재개 여부 주목


라진항을 촬영한 12일 자 위성사진에 190m 길이의 대형 선박(사각형 안)이 보인다. 사진=Planet Labs
라진항을 촬영한 12일 자 위성사진에 190m 길이의 대형 선박(사각형 안)이 보인다. 사진=Planet Labs

북한 라진항의 석탄 선적 부두에 대형 선박이 정박했습니다. 최근 러시아산으로 추정되는 석탄이 쌓이기 시작한 이 항구에 선박이 나타난 건 약 4개월 만인데, 라진항을 통한 석탄 수출이 재개되는 것인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라진항 석탄 부두에서 12일 선박이 포착됐습니다.

이 일대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이날 위성사진에는 러시아 전용으로 분류된 석탄 선적 부두에 선체를 밀착시킨 190m 길이의 선박이 보입니다.

선박은 적재함을 모두 개방하고 있으며, 내부에는 석탄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물체가 가득합니다. 또 석탄 부두의 대형 크레인이 석탄을 선적 혹은 하역하는 듯 팔 역할을 하는 ‘붐대’를 선박 위로 뻗고 있습니다.

석탄 거래가 이 부두에서 이뤄지고 있는 정황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한 장면입니다.

4개월 만에 대형 선박 입항

이곳에서 대형 선박이 발견된 것은 약 4개월 만입니다.

라진항을 촬영한 2024년 7월20일 자 위성사진에 190m 길이의 대형 선박(사각형 안)이 보인다. 사진=Planet Labs
라진항을 촬영한 2024년 7월20일 자 위성사진에 190m 길이의 대형 선박(사각형 안)이 보인다. 사진=Planet Labs

앞서 VOA는 지난 7월 위성사진 자료를 분석해 약 190m 길이의 선박이 정박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 부두는 과거 러시아가 자국 석탄을 수출하는 장소로 활용하던 곳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석탄을 포함한 북한산 광물의 해외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지만 라진항에서 선적되는 제3국 석탄에 대해선 제재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석탄이 러시아산이라면 북한과 러시아 모두 대북제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VOA는 지난 6월 러시아 회사의 의뢰를 받은 선박 브로커가 북한 라진항에서 중국 다롄항으로 석탄 총 1만5천t(최초 1만t)을 운송해 줄 선박을 찾는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배포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라진항에서 러시아산 석탄을 수출하는 행위가 합법인 만큼 공개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공고문이 배포되면 전 세계 선박 회사나 선박을 빌려 운항하는 용선업자들은 해당 브로커에게 입찰하고, 이후 조건이 가장 좋은 선박에게 운송 기회가 돌아갑니다.

그런데 이 브로커는 이후 추가로 공고문을 2번 더 냈습니다. 특히 공고문에는 해당 운송이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내용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에 대해 선박 업계 관계자는 VOA에 “선박 수배가 안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대북제재 논란을 의식한 해외 선박들이 이곳으로의 입항을 꺼린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북한에서 러시아산 석탄을 운송하는 건 불법이 아니지만 이를 위해 북한에 기항했다가 자칫 미국 등 일부 나라의 독자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선박 업계 내 팽배하다는 것입니다.

선박이 약 4개월 만에 입항한 사실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습니다.

남포와 송림, 대안 등 북한의 다른 석탄 항구에는 일반적으로 2~3일에 1~2척 꼴로 대형 선박이 출입하는데 비해 라진항을 드나드는 선박은 지난 5월 이후 5척에 불과합니다.

상황 변화 주목

하지만 한 동안 뜸하던 이 부두에 대형 선박이 입항하면서, 상황 변화를 예고하는 것인지 주목됩니다.

특히 최근 이 부두에 많은 양의 석탄이 유입되고 있는 점도 관심이 쏠리는 부분입니다.

이 부두에는 9월 말부터 석탄의 양이 급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 이곳 부두와 인근 공터에 쌓인 석탄의 면적은 지난 5월보다 약 4배 넓어진 8만 제곱미터였습니다. 그런데 약 한 달이 지난 현 시점, 이 면적은 약 1만 제곱미터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박 수배 실패로 사실상 휴업 상태여야 할 부두에 석탄이 계속 쌓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최근 석탄 양 변화와 이번 대형 선박 입항이 석탄 수출 재개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주목해서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당초 라진항을 통한 러시아 석탄 수출은 한국과 러시아의 합의로 시작됐습니다.

지난 2008년 10월 북한 라진에서 열린 라진-하산 철도 공사 착공식에서, 러시아 근로자들이 북한 철로를 보수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0월 북한 라진에서 열린 라진-하산 철도 공사 착공식에서, 러시아 근로자들이 북한 철로를 보수하고 있다.

두 나라는 지난 2013년 11월 러시아 광물을 라진항으로 운송한 뒤 다시 한국으로 보내는 ‘라진-하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독자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북한에 정박한 선박에 대한 입항 금지를 결정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중단됐습니다.

러시아는 이후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눈을 돌려 자국 석탄에 대한 수출을 모색해 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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