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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북한군인들, 트라우마 극심할 것…명분없는 파병에 주민들 반발”


한국 서울역에서 한 시민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한국 서울역에서 한 시민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러시아에 파병돼 전장에 투입된 북한 군인들이 생존에 대한 극심한 불안으로 큰 트라우마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베트남전 파병과 달리 아무 명분 없는 이번 파병에 북한 주민들이 반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파병 북한군인들, 트라우마 극심할 것…명분없는 파병에 주민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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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민군 8.15 훈련소 부중대장 출신으로 지난 2006년 탈북한 통일맘연합회 김정아 대표는 13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최전선 투입 소식에 “자식을 보낸 북한군 어머니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아 대표] “미치는 거죠. 그걸 뭘로 더 말해요? 그 심정은 말로 다 못해요. 집에 앉아서 옆집 간에 방음도 안 되기 때문에 마음 놓고 울지도 못해요. 그래서 북한 엄마들이 울고 싶을 때 산에 올라가서 울어요. 할 수 있는 게 그런 것 밖에 없는 거죠.”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해 현재 육군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 대표는 특히 가족들은 당국의 압박에 하소연이나 항의도 하지 못한 채 애만 태우고 있을 것이라면서, 자식을 명분도 없는 다른 나라의 전쟁에 보낸 부모의 심정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이 처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가족에 파병 사실 미통보…명백한 인권 유린”

탈북민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정권이 군사 비밀이라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해외 파병은 물론이고, 부대 위치, 신변 이상 여부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벌써 입소문을 타고 주민들에게 알려졌을 것이라며, 통보 없는 파병이라는 명백한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한 주민들의 내부 반발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연구원] “소문이 빠르게 퍼질 것이고, 가족들이 알지 못하고 파병이 됐는데 그러다가 자식이, 아들이 다 희생됐다 이렇게 되면 북한 내에서도 이게 엄청난 파장이 될 텐데…”

2024년 10월 28일 미국을 방문한 태영호 한국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VOA를 방문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년 10월 28일 미국을 방문한 태영호 한국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VOA를 방문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한국 국회의원을 지낸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도 최근 미국의 민간연구단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대담에서, 북한이 러시아 파병 사실을 주민들에게 비밀로 하고 있지만, 향후 북한군 사상자가 늘면 계속 숨기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도 출산율이 매우 낮아 가족당 자녀 한두 명만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자기 자식들이 북한이 아닌 러시아를 방어하기 위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아 대표는 또 이번에 파병된 북한군은 대부분 노동자 계급의 자제들로 고위급 자제들은 파병에서 전부 제외됐을 것이라면서, 당 고위층의 이러한 위선이 파병된 군인 가족들에게는 또 다른 큰 상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아 대표] “중앙당이나 간부 자녀들은 뇌물로 해서 다 뺏을 거에요. 고위층 자녀들은 무조건 100% 다 빠졌고, 노동당원 출신이면서도 가장 하위 계층, 노동자, 농민의 자녀들 중심으로 나갔을 확률이 가장 높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말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습니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

이어 지난 12일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1만 명이 넘는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 동부로 보내졌고, 이들 대부분이 극서부 쿠르스크주로 이동해 러시아 군인들과 함께 전투 작전에 참여하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해 북한군 실전 배치를 공식화했습니다.

“최전선 배치 북한군, ‘훈련·영양’ 상태 부족”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것으로 알려진 특수부대 11군단, 이른바 ‘폭풍군단’ 출신인 탈북민 이웅길 씨는 13일 파병된 북한군들이 제대로 된 전투 역량을 펼치기 어려운 상태일 것으로 말했습니다.

폭풍군단에서 13년간 복무한 뒤 탈북한 이 씨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이 복무했던 과거와 비교해서 현재 북한 특수부대들의 훈련 여건이나 역량이 더욱 나빠졌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웅길 씨]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군인들 자체가 최고로 훈련된 특수부대 군인들 같지 않고 그냥 아마 훈련 중에 차출돼서 나온 군인들 같아요. 3년에서 한 5년 정도 복무하다가 온, 튼실하지도 않고 이제 좀 훈련 중에 뽑혀 나온 평범한 군인들 같이 보였습니다.”

이웅길 씨는 또 북한 정권이 파병군인과 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경제적 보상이나 명예를 제공하기 매우 어렵다면서 “북한군 병사들이 기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자신과 가족들의 안위 뿐” 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의 군생활에 비춰봤을 때 극한의 고통과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면 파병된 북한 군인들의 동요가 커질 것이라면서, 전투 중 투항하거나 탈출해 망명을 시도할 가능성도 많다고 내다봤습니다.

역시 폭풍군단에서 군 복무를 했던 이현승 연구원도 폭풍부대에서 2~3년 정도 현역 생활을 한 병사들이 주로 파병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에게 실전 경험을 쌓게 하고 전략·전술 역량을 파악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파병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연구원] “자기 군대가 어느 정도 지금 훈련 레벨이고 어느 정도 싸울 수 있는지 테스트해 보려고 할 수도 있고, 훈련 전투 경험을 쌓게 하려고 이제 현역에 조금 있었던 그래서 최소한 그래도 2년 이상 있었던 병사들을 보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연구원은 또 이미 파병된 1만 명에 더해 추가 파병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그럴 경우 특수부대보다 훨씬 전투 준비가 미흡한 일반 부대원들도 분명 파병에 동원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군, 극심한 전쟁 트라우마 겪을 것”

탈북민들의 심리 상담과 치료를 맡아 온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 전문가 오은경 박사는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파병된 북한 병사들이 생존 불안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와 남겨진 가족에 대한 불안, 전쟁 상황 속에서의 압박감 때문에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오은경 박사] “낮선 상황에 대한 부담이나 중압감도 클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또 전쟁에 대한 생존 불안과 스트레스적인 측면이 그들의 심리적 측면에서 고려가 되는 부분입니다. 굶주림 탈피라든지 세뇌된 충성심, 그로 인해 얻게 될 경제적, 사회적 지위에 대한 기대들도 있지만 전쟁에서 겪는 고통, 공포 같은 것들이 개인에게 정신 건강에 엄청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또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에게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심리적인 고립감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커질 것이라면서, 정권의 반인권적인 조치에 대한 가족들의 분노가 북한 내부에 큰 사회적 동요가 일어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

미국 특수부대 대령 출신으로 한미연합사령부에서 복무했던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도 1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실제 전투에 참여해 본 경험이 없는 북한군인들이 최전선에 파병돼 참혹한 실전을 치르면서 더욱 혹독한 ‘트라우마’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Soldiers in a free country and who have free thought will act. And what I mean by that is I think that they will suffer from PTSD they will suffer from traumatic experience but they have been so thoroughly indoctrinated that and they have been taught to internalize everything that I don't think you will see it manifest in ways that it does in the rest of the world. They certainly will not be properly cared for for the experience.”

맥스웰 부대표는 그러나 북한이라는 사회가 철저한 세뇌 교육에 따라 이것을 내면화 할 것을 강요하고 병사들에 대한 치료나 복지 대신 방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내에서 러시아 파병 소식과 최전선 전투 참여 소문이 확산과 동요를 억제하기 위해 파병 군인들의 가족들을 격리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데 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Most families in North Korea don't have a whole lot of hope. I don't think anymore. They don't have a lot of hope in the Kim regime. And now that he's renounced unification, they don't have hope in the future that somehow through unification things will get better. So once people get desperate, they become dangerous and I think that's something that Kim probably has underestimated.”

“내부 동요 우려해 ‘러시아 파병’ 인정 안할 것”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경제 관료를 지낸 리정호 씨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과거 1960년대 북한이 베트남 전쟁에 파병을 했지만 공식적으로 단 한번도 인정을 한 적이 없다면서, 대의 명분이 약한 이번 러시아 파병 사실은 인정하거나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베트남 파병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안했어요. 이거는 왜 안하냐 하면 그렇게 한다고 하면 여러가지 동요가 있을 수 있잖아요 내부에서. 그러니까 전쟁에 나간다는 건 죽으러 가는 거잖아요 사실은. 만약에 북한이 남한하고 싸운다고 하면 발표할 거라고요. 그런데 이건 다른 나라 침략전쟁에 참가하는 거니까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공개를 안하는 거고.”

실제로 북한은 1960년대 한국이 전투 부대를 베트남에 파병하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당시 월맹(북베트남)의 요청에 따라 병력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공군 파병 부대 규모는 1개 비행연대로 베트남 측 기록에 따르면 약 380여 명의 북한 공군과 다수의 전투기 조종사들, 공병, 지원 부대 병력들이 파견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베트남 참전을 계속 숨겨오다가 지난 2002년 대표단이 유해 인수를 위해 베트남으로 출발했다는 관영 매체의 보도를 통해 약 40여 년 만에 뒤늦게 이를 확인했습니다.

“명분 없는 전쟁, 주민 반발 우려해야”

리정호 씨는 베트남전 파병과 달리 이번 러시아 파병은 그 어떤 명분도 찾을 수 없다면서, 북한 병사들 스스로도 실익이 없어 전투에 임하는 동력이 매우 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베트남 파병 때는 그 목표가 뭐냐 하면 우리가 사회주의 전선을 지킨다는 거란 말이에요. 그 때는 냉전 구도였으니까. 그런데 이 러시아에 참전할 때는 그 목표가 없단 말이에요. 명분도 없고. 침략 전쟁에 참가한 거지. 북한 군인들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해서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그것이 어떤 자기네들의 목표가 되는 게 아니잖아요. 이건 총알 받으러 간 거란 말이에요.”

실제로 북한군의 이번 러시아 파병은 과거 다른 권위주의 정권 아래 이뤄졌던 해외 파병 사례와 비교해도 파병의 동기나 접근 방식에서 차이점을 보인다는 지적입니다.

윌리엄 레오그란데 아메리칸대 정부학 교수 (American University 제공)
윌리엄 레오그란데 아메리칸대 정부학 교수 (American University 제공)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의 역사와 정치 등을 연구해온 윌리엄 레오그란데 아메리칸대 정부학 교수는 13일 VOA에 “1976년 쿠바가 약 3만 명의 군대를 아프리카 앙골라에 파견한 것은 그들의 민족 해방 운동을 지원한다는 나름대로의 명분이 있었다”면서 러시아로부터 군사 기술 지원이라는 대가를 받고 명분 없는 파병을 한 북한과는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레오그란데 교수] “I think the difference of course is that the Cubans were sending support to you know, what they regarded as legitimate national liberation movement fighting against you know, or fight fighting. Yeah fighting against the outside intervention by, by South Africa. Whereas the North Koreans of course are supporting Russia's invasion of another sovereign country. So very different in that regard. I have no idea what North Korea's motivation is. But I presume that there is some kind of quid pro quo of Russia providing some sort of assistance.

People have speculated perhaps military technical assistance to North Korea in exchange for the deployment of these troops.”

레오그란데 교수는 외부 세계에서의 평가와 별개로 당시 쿠바 국민들은 자신들이 파병을 통해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꼈고, 앙골라의 독립을 보장하는 선의를 베풀고 있다는 사실을 환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통해 자국민에게 이 같은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며, 이는 파병 사실을 주민들에게 공표하지 못하는 데서도 드러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의가 아닌 정권과 소수의 이익만을 위해 대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번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가족과 주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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