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일 세 나라 정상들이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회담을 갖습니다. 북한의 러시아 쿠르스크 전투 참전에 대한 규탄 메시지가 나올 전망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한국 대통령실에서 미한일 3국 정상회담이 곧 열린다고 발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14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페루 수도 리마로 출국했습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의를 가질 예정입니다.
미한일은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고 APEC 기간에 만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윤 대통령과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 최근 취임한 이시바 총리가 처음으로 만나는 정상회의로,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한미일 협력체계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면서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번영 증진을 위한 3국 공조 또한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미한일 정상은 지난해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때 적어도 1년에 한 번 3국 정상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바 있고, 3국 정상의 이번 만남은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15개월만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다자외교 무대에서 이시바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각각 한일, 한중 정상회담도 추진합니다.
진행자) 이번 APEC 다자외교 무대에선 국제사회 큰 이슈로 떠 오른 북한 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문제가 논의되지 않겠습니까?
기자)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다자회의 참석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에 대응하는 국제 연대를 강조하고,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책임 외교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미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북러 간 불법적인 군사 밀착을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단호한 공동 대응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러북 간 불법 밀착 또 침략전쟁에 용병으로 파병한 이런 상황들이 한반도는 물론 국제평화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들 이런 것에 대한 공감과 인식을 갖고 공동대응하기 위한 방향들을 정리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리마에서 열리는 APEC 합동각료회의를 계기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도 15일 만난다고 한국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두 나라 외교수장은 북한 군의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한편 윤 대통령은 APEC 참석을 위한 출국에 앞서 외신과 인터뷰를 가졌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윤 대통령은 14일 스페인 국영통신사 ‘에페’와 서면 인터뷰를 갖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와 유럽, 더 나아가 전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러북이 군사적 모험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동맹국, 우호국과 공조해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를 포함한 실효적 상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중국과도 전략적 소통을 지속하면서 중국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 줄 것을 강조하고 있고 러시아에 대해서도 “북한과의 협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윤 대통령이 북러 밀착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 역할론’을 꺼냈다면 이번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 주석과의 만남이 이뤄진다면 관련 논의를 할 가능성도 있겠네요?
기자)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박사는 “중국이 경제 분야 교류와 협력을 지렛대로 북러 밀착을 견제하고, 북중 관계를 관리하려 했으나 북한 군 파병은 이러한 기대를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중국이 당혹감과 무력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러 조약 체결과 북한 군 파병 등 양국 밀착을 보면서 국가이익에 따른 북한의 냉정한 행태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고 이는 북한에 대한 ‘내면의 불신’을 다시 상기하는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 박사는 그러나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윤 대통령은 중국의 역할을 강하게 촉구하겠지만 시 주석은 전통적인 북중 협력관계를 감안해 신중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병광 박사] “한국이 먼저 중국도 예의주시해야 할 사안이며 동북아와 세계평화를 위해서 중국이 북한 끌어안기에 집착해선 안 된다 이런 메시지가 갈 거에요. 그러나 중국은 아마 듣기만 할 겁니다. 왜냐하면 러시아 파병은 공식 확인됐지만 아직 북한 군이 어디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고, 전투에 참여해서 어떤 결과가 나오고 있고 이런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이 있거든요.”
박 박사는 다만 “북러 밀착이 자신의 제어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할 경우 중국이 대북 제재의 끈을 당기고 탈북민 정책의 변화를 통해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한국과의 관계 발전을 통해 북한을 견제하려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한편 한국 정부도 미국에 이어 북한 군이 쿠르스크 전투에 참여 중임을 공식 확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13일 저녁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이 지난 2주간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해 전장에 배치를 완료했다”며 “이미 전투에 참여 중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국방부와 외교부는 앞서 미국의 공식 확인이 있었지만 13일 오전까진 북한 군의 전투 참여 여부에 대해 “실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었는데, 정보 당국에서 이를 공식 확인한 겁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당초 밝힌 ‘단계별 대응’ 방침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까요?
기자)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까지 나아갈지는 미지수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군 파병을 미국보다 며칠 앞서 공식 발표하는 등 지난달만 해도 민첩하게 대응하는 분위기였는데 미 대선에서 우크라이나전 조기 종식을 외쳐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침착하고 절제된 원칙에 입각해 실효적이고 단계적인 조치를 취해 나간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러북 간 군사적 야합이 계속될 경우 이를 좌시하지 않고, 군사 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으로 국제사회와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관련해선 현재로선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한국 정부로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트럼프 당선인의 전쟁 조기 종식 방침과 상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대응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트럼프 2기가 들어서면 전쟁을 곧 끝낼 텐데 거기에 한국이 앞서서 살상무기 지원 등 그런 부문에서 뛰어들어서 러시아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거겠죠.”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군 참전과 관련해 “병사들을 명분 없는 전쟁에 참전시켜 사지로 내몰고 있는 북한 당국이 그 사실을 주민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체제의 기만적 속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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