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러시아 해역 북한 유조선 활동 비판…“자산 동결 대상”

미국 국무부가 북한 유조선들의 러시아 해역 활동을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8개월 이상 대북 정제유 공급량을 보고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제재 이행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가 불법으로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러시아 항구에서 포착된 유엔 제재 대상 북한 유조선 3척을 지목했습니다.

유엔 제재 대상 유조선 3척 “러시아서 유류 선적”

국무부 대변인은 15일 러시아가 대북 정제유 공급량 보고를 8개월 넘게 미루고 있는 데 대한 VOA의 질의에 “우리는 러시아가 북한으로 정제유 이전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공개된 보도를 주목하고자 한다”며 “이러한 이전은 안보리 결의에 따라 1718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돼야 하지만 보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Specific to oil transfers, we would like to call attention to open-source reports revealing Russian efforts to ramp up refined oil transfers to the DPRK – transfers that it has failed to report to the 1718 Committee as required under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hree of the vessels involved in these transfers – the Kum Jin Gang 3, An San 1, and the Chon Ma San – have already been designated at the UN for port entry bans, meaning that just entering Russian ports violates the UNSCRs. Two of these vessels, the An San 1 and the Chon Ma San, are subject to the UN asset freeze. Transferring oil to these vessels is a violation of UN targeted financial sanctions.”

특히 북한 유조선 금진강3호, 안산1호, 천마산호 등 3척을 언급하며 “정제유 이전에 관여한 이들 선박은 이미 유엔에 의해 입항 금지 대상으로 지정됐고, 이는 이들 선박이 러시아 항구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위반임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들 중 안산1호와 천마산호 두 척은 유엔의 자산 동결 대상 선박”이라며 “이 선박으로 유류를 옮기는 것은 유엔의 표적 금융 제재 위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올해 3월 보고서를 통해 금진강3호 등 총 5척의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 보스토치니항에 입항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VOA 역시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를 분석해 천마산호와 안산1호, 금진강3호의 의심스러운 항적을 추적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천마산호는 지난달 20일 보스토치니항에 입항한 기록을 남겼으며, 지난 6월과 8월에는 러시아 극동지역과 타이완 인근 해상에서 포착됐습니다.

안산1호는 지난 9일 새벽 3시경 일본 시마네현 북부 해상에서 위치 신호를 노출했습니다. 북한 선박이 러시아 극동지역으로 이동할 때 이 항로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또다시 제재를 위반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습니다.

금진강3호는 지난달 지난달 타이완해협에서 포착된 후 사라졌습니다. 이 지역은 과거 북한 선박들이 제3국 선박과 유류를 환적하던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선박은 사실상 전 세계 어느 항구에도 입항할 수 없으며, 특히 천마산호와 안산1호는 자산 동결 대상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항구에 입항 시 즉시 억류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때문에 이들 선박의 수상한 항해에 이목이 쏠렸는데, 국무부가 이례적으로 선박명까지 공개하며 북러 간 불법 유류 거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거론한 것입니다.

정제유 공급량 보고 누락

국무부는 러시아의 대북 정제유 공급량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습니다.

2017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는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 한도를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정제유를 제공하는 국가는 매월 30일까지 전달의 공급량을 보고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지난달 30일까지 9월 공급량에 대한 보고를 끝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총 8개월 치의 정제유 공급량을 보고하지 않아 역대 최장 미보고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결의 2397호는 상한선 초과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유엔 회원국은 북한에 공급한 정제 석유 제품을 30일 이내에 1718 대북제재위원회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올해는 현재까지 러시아가 관련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Regardless of how you regard the question of whether the cap has been breached, resolution 2397 requires all Member States to notify the 1718 Committee of refined petroleum products supplied to the DPRK within 30 days. So far this year, Russia has failed to comply with its obligations under relevant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notifying the Committee of its delivery to the DPRK of only 15,279.913 barrels of oil. The U.S. government assesses Russia delivered more than 165,000 barrels of refined petroleum to the DPRK this past March alone, pushing the DPRK past the 500,000-barrel cap imposed by the Security Council.”

또한 러시아가 올해 북한에 공급했다고 밝힌 정제유 양은 (1월 공급분) 1만5천279.913배럴에 불과하다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지난 3월에만 16만5천 배럴 이상의 정제유를 북한에 공급하면서 안보리가 부과한 50만 배럴 상한선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한다”며 러시아의 유류 보고에 허점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안보리에 계속 문제 제기할 것”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대북제재 불이행과 관련해 미국은 유엔 안보리 회원국과 협력해 이 문제를 반복해서 제기해 왔다”며 “우리는 러시아는 물론 중국에도 방해 행위를 중단하고, 북한의 행동을 단합되고 분명하게 규탄하는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에 다시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Regarding Russia’s noncompliance with Security Council sanctions on the DPRK, the United States, in coordination with members of the UN Security Council, has repeatedly raised this issue. We have called on Russia, as well as the PRC, to stop obstructing and rejoin the rest of the Council in voicing a united and clear denunciation of the DPRK’s behavior. We have called on all UN Member States to fully and faithfully implement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to work together to prevent the DPRK’s procurement activities and revenue flows supporting its unlawful WMD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이어 “우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안보리 결의를 완전하고 충실히 이행하며,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북한의 조달 활동과 수익 흐름을 막기 위해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지난주 미국은 안보리 결의에 대한 직접적인 위반인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 성명 초안을 발표했다”면서 “안타깝게도 러시아와 중국은 한목소리로 규탄하는 데 동참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유엔 제재 조치가 여전히 유효한 만큼, 우리는 유엔 안보리에서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 “제재 위반 안 해”

앞서 VOA는 유엔주재 러시아 대표부에 대북 정제유 공급량 미보고와 관련한 내용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러시아는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유엔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지난 5월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은 전적으로 건설적이고 합법적”이라며 이를 둘러싼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녹취: 에브스티그니바 차석대사 (영어통역)] “I would like to begin by reiterating a few statements from my earlier statement, namely that the cooperation between Russia and the DPRK is exclusively constructive and lawful in nature. It does not threaten anyone or violate anyone, and it will continue.”

이어 “(북러 협력은) 어느 누구를 위협하거나 어떤 것도 위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협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