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천일을 맞아 북한의 참전으로 러-우 전쟁이 한반도를 포함한 글로벌 안보를 위협하는 국제 분쟁으로 확대됐다며 이에 맞선 국제사회 연대를 촉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러가 협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보충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천일을 맞아 서울에서 행사가 열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주재 우크라이나대사관은 19일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러-우 전쟁 발발 1천일을 맞아 전몰자들을 추모하고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회복하고 민주주의 세력의 승리를 기원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디미트로 포노마렌코 한국 주재 우크라이나대사는 연설에서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양상은 러시아가 북한이라는 새로운 파트너를 갖게 되면서 유럽을 넘어 국제 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쟁이 글로벌 안보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면서 동북아의 지정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포노마렌코 대사] “Ukraine is now fighting not just for its own survival, but for the stability of the international order and the future of democratic values and democratic nations around world.”
포노마렌코 대사는 “북러 권위주의 국가들의 동맹은 주권과 자결, 법에 의한 통치 등 원칙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단지 자국 생존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제질서 안정과 세계 민주국가들의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이들 권위주의 국가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데 실패했고, 침략국가에 대해선 반드시 제재와 외교 압박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지원과 연대를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 사용을 허용한 사실이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한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으로부터 에이태큼스 미사일 사용 승인 정보를 공유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다 미리 통보해준다”고 답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국이 결정하면 미리 알려오는데 한국이 직접 이 문제에 가담해서 행동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미국 결정을 통보받은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러시아와 북한이 국제사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협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보충해 주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미국,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도 이 문제를 앞으로 더 잘 들여다보고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한국 정부도 미국의 장거리 무기 사용 허용에 발맞춰 무기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지금은 그 보다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무기 지원에 대해 “나토와 미국 정부가 하고 있고, 한국은 특사단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봐야 지원 여부를 알 수 있다”며 “한미동맹 간 필요한 무기체계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를 상정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고 구체적으로 토의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 차기 행정부의 관련 행보를 보면서 한국 정부가 태도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미국 차기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휴전으로 이끌어 갈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이 지원할 수 있는 건 결국 어느 정도 수준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예상이 됩니다.”
진행자) 미국의 우크라이나 장거리 무기 사용 허용이 전황에 미칠 영향도 한국이 태도를 정하는 변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전망이 나옵니까?
기자)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북한 군 참전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보인다며, 에이태큼스 미사일이 쿠르스크 지역에 있는 북한 군을 주로 공격하는 용도로 쓰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미 예고했던 대로 미국은 북한 군이 참전하면 합법적인 공격 대상이 될 거라고 여러 번 강조해왔거든요. 그러니까 이 에이태큼스가 제가 보기엔 쿠르스크의 북한군용인 것 같아요.”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두진호 박사는 에이태큼스에 국한한 허용 조치가 전황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다만 우크라이나 군이 쿠르스크의 탈환을 노리는 러시아 공세를 저지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러시아 정부 대표단이 또 북한을 방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이 단장을 맡은 러시아 정부 대표단은 북러 무역경제와 과학기술협조위원회 11차 회의 참석차 17일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8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코즐로프 장관을 만나 담화하고 북러 신조약 체결 후 각 분야에서 쌍무적 연대와 협력이 더 긴밀해지고 확대, 심화하고 있는 데 대해 평가했습니다.
이어 “북러 친선협조관계가 새로운 전략적 높이에 올라선 데 맞게 정부 간 무역경제와 과학기술 교류와 협조를 더욱 폭넓게, 다각적으로 촉진시킴으로써 두 나라의 공영과 발전을 강력히 추동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코즐로프 장관은 18일 저녁 양각도 국제호텔에 마련된 연회 자리에서 북러 최고 수뇌들의 친분관계와 쌍방 사이 협력과 지지는 “현 세기에 강대한 두 국가가 공존하는 훌륭한 본보기”가 된다며 “최전성기를 맞이한” 북러 친선관계의 확대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블라디미르 자루드니츠키 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총참모부 군사아카데미 대표단도 18일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북한 매체는 러시아 총참모부 군사아카데미 대표단의 방북 목적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양국 군사교육기관 간 교류와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진행자) 북러 간 고위급 인적 교류가 활발해진 건 익히 알려진 일이지만, 이번엔 북한 군 참전 이후의 방문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요?
기자) 북한 입장에선 러시아 파병의 대가를 최대한 확보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엔 김 위원장이 청사 밖에서 코즐로프 장관을 맞이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악수와 대화를 한 뒤 청사 바깥까지 나가 배웅하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역대 11번의 북러 경제과학협조위원회 중 이번까지 7번이 북한에서 열렸는데, 그 중에서 북한 최고지도자가 러시아 대표단장을 접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코즐로프 장관을 면담한 것은 양국 간 경제 교류 기대감을 표출하고 양국 밀착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추측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러북 간 군사 밀착이 불법적 무기 거래를 넘어 파병으로 이어진 현 상황에서 계속되는 양자 간 군사교류 동향을 엄중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진호 박사는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북러 간 고위급 왕래가 교류 협력의 가속화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두진호 박사] “이미 참전은 이뤄졌고 그러니까 전방위적인 양측 간 협력을 의미하는 것이죠. 이 얘기는 단순히 러북조약 후속 조치 차원이 아니고요, 그 이상의 교류협력 가속화를 위한 실질적인 이행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박사는 러시아가 북한 군의 참전 규모와 기간, 성과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면서 북한이 필요로 하는 첨단무기 기술 이전도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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