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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관리들 “김정은 ‘핵무력 강화’ 발언, 트럼프 향한 메시지”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발전-2024 개막식에서 기념연설을 가졌다고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발전-2024 개막식에서 기념연설을 가졌다고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미국 대선 이후 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무력 강화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향한 메시지라고 전직 미 관리들이 해석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핵무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트럼프 당선인을 향한 메시지라고 풀이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19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과거에 진행됐던 정상회담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바로 "북한은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으며 핵 억제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Kim Jong Un is making clear to President-elect Trump that everything has changed since their previous meetings…Pyongyang has become a de facto nuclear weapons state and will not give up its treasured sword, as it once called its nuclear deterrent.”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시절이었던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김 위원장과 적어도 28차례 친서를 주고받고 세 차례 회동하는 등 ‘톱 다운’ 외교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2월 말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면서 미국과 북한의 핵 협상은 중단됐고 현재 두 나라 간 대화는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두 정상 간 마지막 만남은 2019년 6월 30일 한반도 판문점에서였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오랜 적대적 관계였던 우리 두 나라가 이렇게 여기서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으로…”

[녹취: 트럼프 전 대통령] “Well, I want to thank you, Chairman…this was a special moment…this is a historic moment the fact that we’re meeting.”

이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과 미사일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최근에는 11월 5일 미국 대선을 닷새 앞두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9형을 시험 발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미국 대선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언급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조선인민군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 연설을 통해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핵 무력의 제한없는 강화와 전쟁 준비 완성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핵보유국 인정받거나 기정사실화 원해”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이미 정교한 중장거리 운반 시스템을 갖춘 신뢰할 수 있는 억제력을 개발한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거나 적어도 기정사실화 하기를 원한다"면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비핵화의 문은 이제 굳게 닫혔고 (트럼프 당선인은) 핵무기를 유지하려는 북한과 상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Having already developed a credible deterrent, complete with sophisticated medium- and long-range delivery systems, North Korea wants to be accepted, or at least acknowledged, as a nuclear power…the door to denuclearization has now been firmly closed and he will be dealing with a DPRK that intends to keep its nuclear arsenal.”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차석대표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차석대표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김 위원장이 여전히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고 싶어할 것이지만, 이제는 과거와 상황이 크게 다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19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김정은은 트럼프 당선인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면 대화에 열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think Kim Jong Un is open to a dialogue with President-elect Trump's administration, once it is in place…Kim Jong Un would come to a potential summit with Presiden-elect Trump or his lead negotiators with U.S. counterparts from a position of strength, given his alliance with Russia and their defense treaty.”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김 위원장은 러시아와 밀접해진 군사 관계를 바탕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회담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반드시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 가능성과 연결해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19일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김 위원장의 최근 발언이 “차기 트럼프 행정부를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격변의 축에 적극 가담”

사일러 전 분석관은 그러면서 “김정은은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과 같은 국가들이 기존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뒤집고 목표 달성을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격변의 축’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 “Kim Jong Un is exploring the benefits available in being an active member of the axis of upheaval: states such as Russia, China, North Korea, and Iran who seek to overturn the existing rules-based order and justify using force to achieve their objectives.”

사일러 전 분석관은 이어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현금과 식량, 연료, 대량살상무기 및 재래식 능력을 지원받고, 외교적으로는 북한의 핵 지위 인정 및 수용 등의 혜택을 누리기 시작했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과 같은 친구들이 있는데 왜 도널드 트럼프에게 연락을 하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지난 6월 김 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이 제3국의 공격을 받으면 즉시 군사적으로 서로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서명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은 이달 초 각각 이 조약을 법으로 비준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사진 = Brandeis University.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사진 = Brandeis University.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19일 VOA에 김 위원장이 푸틴과의 새로운 관계 구축으로 예전과 달리 지원과 제재 완화를 위해 트럼프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또 트럼프 당선인도 김 위원장과의 추가 정상 회담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Trump's top foreign policy issues will be ending the wars in Ukraine and the Middle East and imposing tariffs on China…In contrast, the Korean situation is pretty stable and quiet, and nobody thinks another Trump-Kim summit will produce big results."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트럼프의 최우선 외교 정책 이슈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전쟁을 종식시키고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면서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 상황은 꽤 안정적이고 조용하며, 트럼프-김정은 사이에 또 다른 정상회담이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21일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았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무장장비전시회 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정책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제반 현실은 적을 압도할 수 있는 최강의 국방력, 이것만이 유일한 평화수호이고 공고한 안정과 발전의 담보임을 매일, 매 시각 절감케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22일 VOA 논평 요청에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며 “하지만 북한은 관여에 관심이 있다는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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