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수 대학의 한국학연구소장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했습니다. 헌법과 절차적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하버드, 스탠퍼드, 조지워싱턴 등 북미 13개 대학의 한국학연구소장들이 4일 성명을 내고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4분, 한국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며 권위주의적 과거의 망령을 부활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성명] “On December 3, 2024, at 10:24 PM, Yoon Suk Yeol, President of the Republic of Korea, resurrected the ghost of the country's authoritarian past by declaring martial law… President Yoon's declaration of martial law stood in direct violation of the Constitution and procedural laws. Because martial law suspends the basic freedoms that safeguard democracy, including the warrant system, freedom of speech, publication, assembly, and association, and the authority of the courts, Article 77 of Korea's Constitution states that martial law can be declared only "when it is necessary to respond to military needs or maintain public order in wartime or a similar national emergency.” The current political and social situation in Korea does not meet the criteria of "wartime or a similar national emergency.”
이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헌법과 절차적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학연구소장들은 “계엄은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법원의 권한 등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기본적 자유를 정지시키기 때문에 한국 헌법 제77조는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서 군사적 필요나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의 정치, 사회적 상황은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북미 대학의 한국학연구소장들로서 우리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규탄하며, 권리 수호를 위해 나선 한국 시민들과 연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성명] “As directors of Korea centers at North American universities, we condemn Yoon's declaration of martial law and stand with Korean citizens as they defend their rights. Korean history, which has demonstrated time and again that no political authority can ultimately stand against the groundswell of popular will, serves as a reminder of the fundamental principles upon which the country was founded. If we ignore history, we do so at our own peril. This is also an important lesson that Korea provides for the world.”
그러면서 “한국 역사는 어떤 정치권력도 궁극적으로 대중의 의지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여러 차례 증명해 왔다”며 “이는 한국이 설립된 근본 원칙을 상기시키는 역사적 교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역사를 외면하면 그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된다”며 “이는 한국이 세계에 전하는 중요한 교훈이기도 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한국 시각으로 3일 오후 10시20분경 긴급 담화에서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한국 국회가 4일 새벽 1시경 재적 의원 300명 중 재석 190명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하자 이를 해제했습니다.
“규범과 절차 벗어난 과도한 조치”
류영주 미시건대 한국학연구소장은 5일 VOA와 영상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정해진 규범과 절차 안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을 확대해서, 모든 정상적인 업무를 중단해야 하는 전시와 같은 상황으로 선포하는 것은 정말 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류 소장] “President Yoon really overstepped the line in escalating what can be taken care of within the established norms and procedures of the government, and declaring this to be an extraordinary war-like circumstance that requires suspension of all normal operations… The current state of Korean society and politics, as deadlocked as it might be, does not qualify as the circumstances that the Korean constitution require for the implementation of martial law. So certainly, the declaration of martial law, in this case, by President Yoon undermines democracy tremendously.”
그러면서 “한국 사회와 정치 상황이 아무리 교착 상태라고 하더라도 계엄령을 발동할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한국 민주주의를 엄청나게 훼손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2024년의 한국 국민은 1979년의 국민이 아니라는 회복력과 강인함, 성숙함을 보여줬다”며 “한국 국민이 민주주의의 힘에 대한 믿음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줬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적 양극화 심각하지만 민주주의 수호 희망적”
셀레스트 애링턴 조지워싱턴대학 한국학연구소장도 5일 VOA와 화상통화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시대에 계엄령이 사용된 적이 없었다”며 “민주주의의 가능한 영역에서 다른 많은 선택지가 있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애링턴 교수는 한국 정치의 대립이 극한 수준까지 이르렀지만, 여전히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이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해야 된다고 느낄 정도로 정치적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았다는 사실은 민주주의에 좋은 징조는 아니다”라며 “그래서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 수준이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애링턴 소장] “The fact that it reached such extreme tensions that President Yoon felt that he needed to resort to martial law declaration, I think is not a good sign for democracy, and so I'm worried about the level of political part of partisan polarization in South Korea. At the same time, we saw even members of the President's own party denouncing martial law as too much too extreme, the wrong move, even if there's a frustration with the inability to get to govern, to get politics and policies passed right now. And so ultimately, I think the swiftness with which the National Assembly responded in the fact that President Yoon lifted martial law relatively quickly before dawn on the next morning, as well as the protests, the response of the voters of South Korea, who have come out in the streets in defense of democracy that all gives me hope for the resilience of democratic institutions in South Korea.”
하지만 “동시에 대통령이 속한 당에서조차 계엄령은 너무 극단적고 잘못된 조치라고 비난했고, 국회가 신속하게 움직였으며, 윤 대통령도 신속하게 계엄령을 해제했고,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 나섰다는 이 모든 점이 한국의 민주적 제도의 회복에 대한 희망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민주적 규칙과 제도를 만들고 지키려는 한국민들의 헌신은 주변 국가와 전 세계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아태연구소 소장이자 한국학 프로그램 총괄자인 신기욱 교수는 이날 VOA와 화상통화에서 “한국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싸워서 얻은 것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경험을 통해 “어떤 지도자도 다시 이런 시도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신 교수는 이번 성명에 동참한 소장들이 모두 한국과 한국민을 사랑하고 염려하는 마음으로 동참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기욱 교수] “다른 분들도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어떤 그런 한국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걱정하는 마음, 사랑 이런 걸 담아서 한 거죠. 우리가 꼭 뭐 비판하기보다는 한국이 민주주의가 훼손되지 않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자 이런 심정으로 한 거죠.”
앞서 한국 대통령실은 언론에 “비상계엄령 발동이 너무 무리한 일이고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엄밀하게는 합헌적인 틀 안에서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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