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다시 중고 선박을 구매해 국제기구에 등록했습니다. 북한 유조선도 계속 활발하게 움직이는 등 바다에서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 세계 선박의 등록 현황을 보여주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에 새로운 북한 선박 2척이 등재됐습니다.
중국 선박 2척 북한 선박으로 등재
이들 선박은 청봉1호와 통용1호입니다.
GISIS 자료에 따르면 청봉1호는 올해 4월, 통용1호는 작년 12월에 북한 선적을 취득했습니다.
이는 이들 선박이 수개월 전에 북한 해사기구에 등록됐지만 IMO에는 이 같은 사실이 이제서야 보고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북한은 수개월 혹은 수년 전에 자국에 등록한 선박을 뒤늦게 IMO에 보고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청봉1호와 통용1호는 북한 깃발을 달기 직전까지 모두 중국 선박이었습니다.
중량톤수 2천996t의 청봉1호는 건조 첫해인 2007년부터 줄곧 중국 선적의 웨이퉁66호로 운행됐지만, 올해 4월 돌연 선적과 이름을 바꿨습니다.
2천987t급 선박인 통용1호도 중국 선적의 싱항하이6호에서 지난해 12월 북한 선박이 된 경우입니다.
북한 중고선박 구매 가속화
중국 선박이 북한 선박이 돼 나타났다는 것은 북한이 중국 중고 선박을 구매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북한이 중국 등에서 운영하던 위장회사 소유 선박이 북한 선적을 달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또 각국은 북한 소유 선박을 자국에 등록해선 안 됩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은 중국에서 중고 선박 구매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GISIS 자료를 토대로 북한이 2023년 최소 46척과 올해 6척 등 총 52척의 중고 선박을 구매한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이번 2척의 사례를 더하면 지난 2년 간 북한이 구매한 중고 선박은 54척으로 늘어납니다.
선박 업계 전문가들은 북한이 노후 선박을 그나마 ‘덜 노후화’된 선박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북한이 등록한 선박은 모두 건조 연도가 2002~2008년으로, 북한 입장에선 비교적 신식 선박입니다.
공해상에선 북한 유조선 운항 활발
이런 가운데 공해상에선 최근 북한 유조선의 포착 횟수가 크게 늘고 있어 주목됩니다.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최근 10일 사이 공해상에서 포착된 북한 유조선은 최소 7척입니다.
이중 안산1호와 천마산호, 금진강3호 등 4척은 최근 한반도 서해에서 북한 방향으로 북상하는 모습을 노출했으며, 무봉1호는 반대로 북한 서해에서 남쪽 방향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잡혔습니다.
또 금운산호는 3일 전 대한해협에서 한반도 동해 방향으로 항해 중이었고, 운흥8호는 동중국해의 닝보-저우산 인근 해상에서 위치 신호가 잡혔습니다.
이들 선박 중 안산1호와 천마산호 등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어 사실상 북한 해역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앞서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15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천마산호와 안산1호, 금진강3호 등 북한 유조선 3척을 언급하며 “정제유 이전에 관여한 이들 선박은 이미 유엔에 의해 입항 금지 대상으로 지정됐고, 이는 이 선박들이 러시아 항구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Three of the vessels involved in these transfers – the Kum Jin Gang 3, An San 1, and the Chon Ma San – have already been designated at the UN for port entry bans, meaning that just entering Russian ports violates the UNSCRs. Two of these vessels, the An San 1 and the Chon Ma San, are subject to the UN asset freeze. Transferring oil to these vessels is a violation of UN targeted financial sanctions.”
또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올해 5월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한 정제유 양이 이미 유엔 안보리가 정한 한도를 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커비 보좌관] “Russia has been shipping refined petroleum to the DPRK. Russian shipments have already pushed DPRK inputs above mandated by the UNSC. In March alone, Russia shipped more than 165,000 barrels of refined petroleum to the DPRK."
이는 올해 5월 이후 북한에 공급되는 유류가 모두 결의 위반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이들 북한 유조선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 해역을 넘나들고 있는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 한도를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VOA는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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