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죄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계엄령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자진사퇴를 거부했습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1차 표결에 불참했던 집권여당 대표는 2차 표결에선 탄핵에 찬성하자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이 일으킨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또 다시 대국민 담화를 내놨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내고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서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다”며 자진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입니다. 저는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개인적인 인기나 대통령 임기, 자리보전에 연연해온 적이 없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를 나라를 망치려는 내란 행위로 보는 것은 우리 헌법과 법체계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여권에서 거론된 특정 시점의 자진사퇴를 통한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론’을 정면 거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오히려 비상계엄을 선포한 필요성과 고유의 통치행위라는 점을 들어 탄핵 심판과 수사에 법률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하기보다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했다는 주장을 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나흘 동안의 칩거를 깨고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윤 대통령은 29분 동안 줄곧 자신의 행동이 정당함을 주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와 맞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인을 투입한 데 대해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엉터리였다”며 “그래서 이번에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서는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게 폭동이냐며,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란 게 있느냐고 항변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소규모이지만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도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고,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하여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합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증언,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증언과 배치됩니다.
윤 대통령은 또 “거대 야당이 거짓선동으로 탄핵을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며 “거대 야당 대표의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이를 회피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 단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에 대해 야당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기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 내란사태 특별대책위원장’인 김민석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 담화에 대한 당 입장을 내고 윤 대통령이 대국민 선전포고를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김민석 최고위원] "헌정 수호를 위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실패할 계엄을 기획했다는 발언은 극단적 망상의 표출이고 불법 계엄 발동의 자백이며 대국민 선전포고입니다."
이어 “이미 탄핵을 염두에 두고 헌법재판소에서 할 변론에 대한 여지를 미리 낭독해 극우세력의 소요를 선동한 것”이라며 “나아가 관련자들에게 증거 인멸을 공개적으로 지령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에 경고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헌정질서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파괴해도 된다는 것이고 국민 기본권을 정치적 목적의 수단으로 삼아도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 의장은 “어떤 경우에도 민주주의 헌정질서는 정치의 수단이 아니라 역사적, 사회적, 국민적 합의”라면서 “참담하다”는 심경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집권여당은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친윤석열계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당내 소수파 리더이면서 당 대표를 맡고 있는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의원총회에 참석해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야유 속에서 담화 내용을 비판했습니다.
[녹취: 한동훈 대표] “지금의 상황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당론으로서 탄핵을 찬성하자는 제안을 드립니다."
한 대표는 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이 조기퇴진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임기 등 문제를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던 대국민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탄핵으로 대통령의 직무집행정지를 시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탈당과 제명을 논의하기 위한 당 윤리위원회도 소집했습니다.
진행자) 한 대표가 지난 3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선 탄핵 반대 입장 아니었습니까? 한 대표가 그 입장을 바꿨다면 2차 탄핵소추안 2차 표결에선 가결될 가능성이 있겠네요?
기자) 그렇다고 봐야겠습니다.
실제로 국민의힘 의원 중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는 친한동훈계 또는 중립 성향의 의원들이 늘고 있습니다.
친한동훈계인 진종오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소추안 2차 표결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히며, 계엄 불가피성을 역설한 윤 대통령의 이번 담화를 탄핵 찬성 결정의 핵심 사유로 꼽았습니다.
한지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의 거취는 본인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선택해야 하는 것이고, 국민의 선택에 우리 당도 따라야 한다”는 탄핵 찬성 입장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글을 올렸습니다.
1차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거나 2차 표결을 앞두고 찬성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여당 의원들은 한 의원까지 합칠 경우 7명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찬성표는 모두 200표이고 범야권 의원들이 192명인 점을 감안하면 탄핵안 가결을 위해 필요한 찬성표는 이제 1명으로 줄어든 셈입니다.
다만 야당인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의원인 조국 의원이 12일 징역형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승계 시점에 따라선 야권의 탄핵안 찬성표가 한 표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야당은 12일 내용을 일부 보완한 새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13일 본회의 보고를 거쳐 14일 2차 표결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비상계엄 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상황 등도 전해주시죠.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합니다.
조 청장과 김 청장은 지난 11일 새벽 특별수사단 조사 중 긴급체포돼 현재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신병을 유치 중입니다.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두 경찰 수뇌 간부들은 계엄 당일 국회 출입 통제에 관여하는 등 형법상 내란 혐의를 받습니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돼 두 사람에 대한 직무가 정지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 장관 탄핵안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내란행위 모의에 해당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해 의사결정에 관여했다”는 등의 사유를 적시했습니다.
한국에서 법무부 장관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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