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동에 관심을 갖겠지만 조기에 이를 추진할 가능성은 적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예상했습니다. 또 미북 대화 재개에 한국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17일 VOA와 영상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재개에 확실히 의욕이 있는 것 같지만 차기 정부에 있어 우선순위가 높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과 아시아에서의 다양한 분쟁에 대응해야 하고, 한반도보다도 중국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Trump is certainly willing to resume his summit diplomacy with Kim Jong UN but I don't think it's a very high priority for the incoming administration. Trump will be dealing with the war in Ukraine, the various conflicts in the Middle East and even in Asia. I think US-China relations will be a more important priority than Korea. But at some point there might be a resumption of personal diplomacy with Kim Jong UN. I think it depends in part on whether Kim Jong UN is interested..”
이어 “그러나 언젠가는 김정은과의 개인 외교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김정은이 관심이 있는지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지금은 러시아와 좋은 동맹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을 것 같지 않고, 트럼프와의 과거 만남도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당장은 정상외교 재개를 중요한 문제로 볼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17일 VOA와 영상통화에서 “트럼프가 언젠가는 북한과 관계를 맺을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본다”며 “김정은과 얼마나 잘 지내는지 자주 언급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에 대한 어떤 논의가 시작되든 그 전에 먼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며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한 협상이 시작되면, 군인을 파병한 김정은과의 대화도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I think that the conditions first have to be right before there's any kind of discussion on North Korea… But I feel like there's a lot of steps that have to come into play before we see North Korea coming back into the picture for the Trump administration.”
그러면서 “북한이 트럼프 정부의 우선순위에 들어오기 전에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김정은 역시 현재로서는 “전략적 셈법 속에 미국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을 세 차례 만난 트럼프 당선인은 제47대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 대북 외교를 주요 업적으로 거론하며 북한과 정상외교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을 거듭 내비쳤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북한 업무를 포함한 ‘특별임무들을 위한 대통령 사절’에 자신의 최측근 리처드 그레넬 전 독일 주재 대사를 지명했고, 국가안보 부보좌관엔 트럼프 1기 대북외교 실무자인 알렉스 웡 전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를 기용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16일 VOA와 영상통화에서 그레넬 전 대사가 대통령 특사로 지명된 데 대해 “나쁜 소식은 그가 북한에 전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지만,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레넬 전 대사는 북한 측 사람과 마주 앉아서 ‘내가 대통령을 대신해 말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또 트럼프 1기 대북외교 실무자 알렉스 웡 전 부대표가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으로서 미북 대화에 전문성을 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So he's got a first-hand experience of knowing what's possible, what was on the table as of 2019 and should North Korea want to move forward we have a man with Alex Wong who has the expertise to assess the value and to carry out the president's will and directives.”
사일러 전 분석관은 “그는 무엇이 가능한지, 무엇이 문제인지, 2019년 당시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직접 경험한 바가 있다”며 “그는 가치를 평가하고 대통령의 의지와 지시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위협감소·긴장완화 집중 가능성”
전문가들은 미북 협상이 재개될 경우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비핵화 목표를 고수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하지만 강조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 석좌는 “미국은 비핵화 목표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이 정책이라고 말한다”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The US as a policy would never really give up on denuclearization as a goal but it's where the emphasis is. So they realize that if you try to push North Korea to declare denuclearization or to get rid of all its nuclear weapons up front, they know that the Trump administration would understand that doesn't work. And so there might be an emphasis on things like risk reduction or improving reducing tensions on the Korean peninsula.”
여 석좌는 “북한이 비핵화 선언을 하거나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트럼프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위협 감소나 한반도 긴장 완화에 중점을 둘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도 “아마도 미국은 비핵화 목표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문가들과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단기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that probably the US rhetoric would continue to be to support the goal of denuclearization but I think it's a consensus among the experts and analysts that that's not an achievable objective in the near term. So as a practical matter, the summit diplomacy would focus on more limited steps..”
이어 “따라서 실질적인 문제로서 미북 정상외교는 좀 더 제한적인 단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7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비핵화는 이제 죽은 문제”라면서 “북한은 핵 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거나 수용하고, 제재를 해제하고, 핵무장한 북한과 공존하기로 미국이 동의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Pyongyang is not interested in a dialogue about denuclearization. From the DPRK's perspective, denuclearization is now a dead issue. North Korea seeks acknowledgment or acceptance of its status as a nuclear power, removal of sanctions, and U.S. agreement to co-exist with a nuclear-armed DPRK. Pyongyang also wants to weaken the U.S.-ROK alliance, reduce the U.S. military presence on and around the Korean Peninsula, and get the United States to reduce the threat posed by its tactical and strategic nuclear weapons.”
이어 “북한은 미한 동맹을 약화시키고, 한반도 주변에 주둔하는 미군의 수를 줄이며, 미국이 전술핵과 전략핵 위협을 줄이는 것을 원한다”면서 “이런 목표 중 일부 또는 전부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화를 북한이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1월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정책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특히 “당과 정부는 그 어떤 경우에도 자기 국가의 안전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을 절대로 방관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손으로 군사적 균형의 추를 내리우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임을 다시금 분명히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학 동아시아학 교수는 16일 VOA와 영상통화에서 “첫 번째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준 큰 선물은 미한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이었다”며 “협상이 다시 재개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더 큰 선물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교수] “Maybe the one thing that Kim Jong Un would return to the table for is to watch effectively the abando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 South Korea by the United States maybe in the form of the withdrawal of the US forces that are based there. And you recall, I think that at this first summit that they had in Singapore, the big give that Trump put gave to Kim Jong UN in exchange for, really frankly, one of the worst statements I've ever seen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North Korea was to suspend joint military exercises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트럼프, 북한과 대화에서 한국 ‘패싱’ 가능성”
스나이더 교수는 미북 대화와 관련해 “트럼프 정부는 한국의 어떤 채널도 거치지 않을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며 “1기 때 트럼프 정부는 한국을 매우 불신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를 포함해서 누구와도 자세히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고, 한국을 포함한 누구에게도 정보 투명성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트럼프는 미한 동맹의 가치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러한 요인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서 한국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있어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rump will assume the presidency with a reputation for viewing South Korea with disdain, and for being highly skeptical about the value of the U.S.-ROK alliance. I think those factors, more than the current political uncertainty in Korea, will affect how Donald Trump chooses to deal with the ROK when it comes to North Korea. But I do have some concern that the political vacuum in Korea and the lack of an elected president may complicate the ROK's efforts to make its case in Washington once Trump assumes office, especially if Trump decides to deal with North Korea in a way that Seoul views as not in the ROK's interest. And if a new presidential election is held and the DPK returns to power in Korea, the problem will surely be much worse, since the U.S. and a progressive Korean government are likely to find themselves at loggerheads on a range of issues, including China, Russia, Japan, values diplomacy, North Korea, Ukraine, trade, burdensharing, and some other alliance-related issues.”
이어 “한국의 정치적 공백과 선출된 대통령이 없다는 사실이 트럼프가 취임한 후 한국이 미국에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패싱’에 대한 우려는 항상 있었다”며 “미북 대화나 남북 대화 때마다 투명성, 조정, 협력에 대한 우려가 항상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한 양국이 각자의 접근 방식에 대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은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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