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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최강경 대미 전략’ 천명… 전문가 “트럼프 겨냥 존재감 부각 의도”


29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9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미국에 대해 최강경 대응전략을 천명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세에서 눌리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신중함도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김정은 ‘최강경 대미 전략’ 천명… 전문가 “트럼프 겨냥 존재감 부각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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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북한이 지난주 노동당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개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노동당 중앙위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3∼27일 열렸다고 29일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회의 연설에서 “미국은 반공을 변함없는 국시로 삼고 있는 가장 반동적인 국가적 실체”라며 “대한민국은 미국의 철저한 ‘반공 전초기지’로 전락됐다”고 비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같은 현실은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명백히 제시해 주고 있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망적인 국익과 안전 보장을 위해 강력히 실시해 나갈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을 천명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그러나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습니다.

29일 북한 평양에서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29일 북한 평양에서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김 위원장은 또 올해 국방력 강화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내년에도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해 국방력을 더욱 발전시킬 필요성도 제기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올해 ‘국방과학과 군수공업 부문의 거대한 활약’을 평가하면서 내년에도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전술적 방침과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전했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김 위원장의 이번 대미 발언 수위와 내용에 대해선 어떤 분석이 나오나요?

기자)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최강경 대미 전략’이라는 표현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앞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협상 전략적 성격이 포함된 발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아직 트럼프가 취임하지도 않은 상황이고 회담 얘기를 넙죽 꺼내는 게 협상 전략 측면에서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점에서 아주 원칙적이고 강경한 입장, 오히려 이게 자신들의 협상 입지를 더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지위가 결코 호락호락할 정도로 약하지 않다는 걸 강조하는 의미가 충분히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장 박사는 김 위원장이 이번 연설에서 북한이 돕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판세 등 국제 정세가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드러내면서 대미 압박 메시지의 효과를 높이려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현 국제 정세에 대해 “자주 세력권의 장성과 약진이 두드러지고 패권 세력권의 입지가 급격히 약화, 쇠퇴되고 있다”며 “올해 우리는 정의로운 다극세계 건설을 힘있게 견인하는 대표적이고 강력한 자주역량으로서의 국제적 지위를 확고히 차지했다”고 자평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의 최강경 대미 전략이란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 미한 연합훈련 강화 등에는 핵 무력을 포함한 국방력 강화를 통해 맞서겠다는 기존의 ‘강 대 강 대응’ 전략의 또 다른 표현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 위원장이 한국에 대해 따로 내놓은 정책 방향이나 메시지는 없었나요?

기자)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한국에 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충격과 탄핵 정국에 휘말린 한국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14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한국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14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한국 대통령실 제공.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사유로 종북세력 척결을 주장했는데도 북한의 반응은 일부 사실 전달 수준의 보도만 했을 뿐 모르쇠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자칫하면 일어날 수 있는 무력충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1만1천명 인민군이 쿠르스크에 갔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게 대량의 탄약과 무기류가 러시아에 이전이 됐거든요. 이걸 단기간에 북한이 회복했다고 보기 어렵거든요.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남쪽 소식은 외면하고 있다 표시가 나게, 이렇게 볼 수 있고요.”

북한으로선 적대감이 더 컸던 윤석열 정부가 내란 혐의를 받고 몰락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굳이 개입할 필요성을 못 느낄 뿐만 아니라 자칫 자신들의 개입이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고 보고 침묵 속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한이 이번 당 전원회의에선 대외 메시지와 관련해 나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한국 통일부는 분석자료를 통해 북한의 전원회의 결과에 대해 “대내 체제결속에 집중, 대외 메시지는 최소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한국 통일부

통일부는 “새로운 대내외 정책 발표 없이 금년도 성과 선전과 내년 10월 당 창건 80년, 2026년 1월 제9차 당 대회에 대비한 체제 정비에 방점”을 찍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국에 대해 “가장 반동적 국가”로 언급하며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 등을 천명했으나 핵 무력 고도화 관련 구체적인 과업을 언급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통일부는 미국 신행정부 출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양상과 북한 군 파병, 한국 정국 상황 등 불확실한 대내외 정세와 내년도 8차 당 대회 마무리를 앞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김 위원장이 내년 1월 22일로 예고된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과 한국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메시지나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은 정권교체기를, 한국은 리더십 공백기를 당분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한동안 신중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개최된 2024 아메리카페스트에 참석해 연설을 갖고 있다.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개최된 2024 아메리카페스트에 참석해 연설을 갖고 있다.

[녹취: 임을출 교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해도 대북정책 관련된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고 또 남한 사정도 수습되고 북한이 대응해야 할 새로운 주체가 등장하는 데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전원회의에서 기존 강 대 강 기조를 유지하면서 상황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평가해야 할 것 같아요.”

진행자) 북한은 올해 군사동맹 수준의 신조약 체결,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러시아와의 관계가 획기적으로 바뀌었는데요, 이번 전원회의에서 이에 대한 평가는 없었나요?

기자) 북한 매체의 보도엔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직접 평가한 대목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정의로운 다극세계’ 건설 등을 언급하며 러시아와의 협력을 간접적으로 정당화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김 위원장의 치적으로 선전해 온 러시아와의 신조약 체결 등을 이번 전원회의에서 부각시키지 않았다며, 러우 전쟁 북한 군 참전에 불만을 드러낸 트럼프 당선인과 북한 군 희생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전쟁 상황 등을 의식한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녹취: 박원곤 교수] “러우 전쟁에 북한에 대한 불편함이 트럼프의 ‘뉴스위크' 등과의 기자회견 2번에서 다 드러난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그걸 강조할 이유가 상대적으로 적다, 트럼프와의 여러 협상을 놓고 포석을 하는 측면에서 앞으로 내세우지 않은 게 있고 또 북한 국내정치적 고민도 읽혀요. 희생자 나오기 시작했는데 러우 전쟁에 대해 얘기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죠.”

진행자) 이번 전원회의에서 고위층 인사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대목들이 있었나요?

기자) 통일부는 이번 인사에서 외교와 군사 부분 위상이 강화됐다며 북러 관계에 따른 외무성, 총참모장 위상 제고가 반영돼 최선희와 리영길이 정치국 위원으로 진입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경제 부문에선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내각총리직이 김덕훈에서 박태성 당 과학교육비서로 교체됐습니다.

김덕훈은 당 비서와 경제부장에 임명돼 내각에서 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박태성은 2023년 북러 정상회담에 배석한 바 있고 당 과학교육비서 겸 국가우주과학기술위원장을 역임하며 북러 과학과 우주 교류를 주도했던 인물”이라며 “향후 러시아와 경제, 자원, 우주, 군수 등 다방면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전면에 배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통일부는 북한의 연말 전원회의 결과가 신년사를 대체하는 기조를 유지했으나 이번엔 예년보다 일찍 보도됐고 이례적으로 전원회의 개최 보도 없이 5일간 회의를 진행한 후 종합보도를 하는 등 개최 시기, 발표 형식이 통상적인 관례를 벗어났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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