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유류를 선적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 해역에서 발견됐습니다. 대북제재를 받고 있는 또 다른 북한 유조선은 중국 해상에 나타났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유조선 련풍호가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포착됐습니다.
북한 유조선 러시아 해역서 신호 발신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련풍호는 현지 시각 지난달 28일 오후 7시 47분 러시아 나홋카만에서 남쪽으로 약 20km 떨어진 지점에서 위치 신호를 발신했습니다.
한 국가의 영해가 국제법상 12해리, 약 22km인 만큼 이 지점은 러시아 해역입니다.
이후 련풍호가 곧바로 위치 신호 장치를 끄고 잠적해 현재까지 행방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다만 련풍호가 뱃머리를 북한 방향, 즉 서쪽으로 향한 점으로 볼 때 러시아 항구에서 출항한 후 북한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이 선박이 유조선인 점으로 본다면 러시아에서 유류를 실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나홋카만에는 최근 몇 개월 간 북한 유조선의 입항이 확인된 보스토치니 항구가 있습니다.
VOA는 지난해 10월 북한 제재 유조선 천마산호가 보스토치니항에 입항했다고 전했으며, 이보다 앞선 9월엔 련풍호의 입항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3월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 보스토치니항을 드나들었다고 보도했으며,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같은 항구에서 지난해 4월 북한 유조선의 입항 장면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유조선의 러시아 입항이 문제가 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가능성 때문입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해 5월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한 정제유 양이 이미 유엔 안보리가 정한 한도를 넘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 한도를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그런데 당시를 기준으로 이미 두 나라의 유류 거래가 한도를 넘었다는 게 커비 보좌관의 설명이었습니다.
따라서 북한 유조선은 더 이상 러시아를 비롯한 어떤 나라에서도 유류를 선적해선 안 되는 상황이지만, 련풍호를 비롯한 북한 유조선의 러시아 해역 진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 해역에선 ‘제재 유조선’ 발견
이런 가운데 중국 해역에선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유조선이 발견됐습니다.
마린트래픽 지도에는 북한 유조선 남산8호가 현지 시각 1일 중국 원저우 앞바다에서 남하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18년 3월 불법 선박 간 환적에 연루된 남산8호 등 27척의 북한 선박을 제재했습니다.
특히 남산8호를 포함한 13척에는 자산 동결과 입항 금지 조치를 모두 취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입항 금지 혹은 선적 취소만을 명령한 다른 선박에 대한 제재보다 더 강도 높은 조치였습니다.
따라서 남산8호는 사실상 국제사회 제재로 운항이 금지된 상태지만, 이날 동중국해에서 유유히 운항하는 모습이 확인된 것입니다.
현재로선 공해상 선박 간 환적 등 불법 행위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활동이 중단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2023년 6월, 남산 8호가 최대 2천835t에 달하는 정제유 제품을 북한 남포에 하역했다며 관련 위성사진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사실상 남산8호가 다른 나라 바다 혹은 공해상에서 불법으로 유류를 획득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북한 행동 규탄해야”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유류 활동과 관련한 VOA의 지적에 “미국은 유엔 안보리 회원국과 협력해 이 문제를 반복해서 제기해 왔다”며 “우리는 러시아는 물론 중국에도 방해 행위를 중단하고, 북한의 행동을 단합되고 분명하게 규탄하는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에 다시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모든 유엔 회원국이 안보리 결의를 완전하고 충실히 이행하면서 북한의 불법 활동을 막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남아프리카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했던 닐 와츠 전 위원은 최근 VOA에 러시아와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 현 상태에선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가 불가능하다며,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 즉 2차 제재를 비롯한 각국의 독자 제재를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러시아 “제재 위반 안 해”
북한과 러시아는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유엔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지난해 5월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은 전적으로 건설적이고 합법적”이라며 이를 둘러싼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녹취: 에브스티그니바 차석대사 (영어통역)] “I would like to begin by reiterating a few statements from my earlier statement, namely that the cooperation between Russia and the DPRK is exclusively constructive and lawful in nature. It does not threaten anyone or violate anyone, and it will continue.”
이어 “(북러 협력은) 어느 누구를 위협하거나 어떤 것도 위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협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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