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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무기 수출’ 혐의 중국인, 한국어 구사 확인…조선족 추정 인물 연속 기소


연방법원 기소장에 적시된 중국인 남성 웬성화가 북한에 공급한 물품. 자료=미국 연방법원
연방법원 기소장에 적시된 중국인 남성 웬성화가 북한에 공급한 물품. 자료=미국 연방법원

총기와 탄약 등을 북한으로 밀수출한 혐의로 최근 미국에서 체포된 중국인 남성 웬성화가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근 미국으로 신병이 인계된 또 다른 용의자에 이어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추정 인물이 연이어 대북제재 위반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북한에 총기와 무기를 밀수출한 혐의로 체포된 중국인 남성 웬성화가 7일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법원에 출석했습니다.

미 연방법원 전자기록시스템(PACER)에 따르면 웬성화는 이날 인정신문에서 자신의 혐의를 이해한다고 답했습니다.

웬성화가 법원 문건에 자신의 언어를 '한국어'로 밝혔다. 자료=미국 연방법원
웬성화가 법원 문건에 자신의 언어를 '한국어'로 밝혔다. 자료=미국 연방법원

웬성화 ‘한국어’ 통역 요청

웬성화는 이날 통역을 요청했는데, 한국어를 사용 언어로 기재했습니다. 중국 국적자로만 알려졌던 웬성화가 한국어를 구사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웬성화의 언어가 법원 문건에 한국어(사각형 안)로 표기돼 있다. 자료=미국 연방법원
웬성화의 언어가 법원 문건에 한국어(사각형 안)로 표기돼 있다. 자료=미국 연방법원

이에 법원은 한국어 통역사 ‘윌리엄 김’을 배치했으며, 웬성화는 다른 문서에도 자신이 구사하는 언어로 중국어와 함께 한국어를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웬성화가 한국어 통역을 요청한 점에서 그가 조선족, 즉 한국계 중국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선족은 중국 지린성, 헤이룽장성, 랴오닝성 등에 거주하는 한국계 소수민족으로, 인구는 약 18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어와 중국어를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소장에 적시된 중국인 남성 웬성화가 북한에 공급한 물품. 자료=미국 연방법원
기소장에 적시된 중국인 남성 웬성화가 북한에 공급한 물품. 자료=미국 연방법원

북한 측 인사와 한국어로 소통한 듯

미 법무부에 따르면 웬성화는 총기와 탄약을 비롯한 군사 물품을 컨테이너에 실어 홍콩을 경유해 북한으로 운송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웬성화의 자택에서는 북한으로 보내질 예정이던 약 5만 발의 9mm 탄약, 군사용 화학 위협 식별 장치, 도청 탐지용 광대역 수신기 등이 발견됐습니다.

이에 따라 웬성화는 지난해 12월 3일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돼 기소됐습니다.

기소장에 따르면 그는 2012년 중국 내 북한 영사관 2곳에서 북한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후 같은 해 학생 비자를 받아 미국에 입국했으나, 비자가 만료된 2013년 12월 이후 불법 체류 상태로 미국에 머물렀습니다.

또한 기소장에는 웬성화가 미국 거주 중에도 중국 내 북한 관계자로부터 무기 구매와 관련한 지시를 받은 내용이 명시돼 있습니다.

북한 측 인사들과는 주로 ‘위커(Wickr)’라는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소통했는데, 이 과정에서 조선말, 즉 한국어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의 위조 담배 제조와 판매 관련 중국인 진광화 사건의 형사 고발장. 한국어로 소통한 내용이 공개돼 있다. 자료=미국 연방법원
북한의 위조 담배 제조와 판매 관련 중국인 진광화 사건의 형사 고발장. 한국어로 소통한 내용이 공개돼 있다. 자료=미국 연방법원

또 다른 대북제재 위반자 진광화도 ‘한국어’ 구사

한국계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적발된 사례는 웬성화가 처음이 아닙니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9월 북한의 위조 담배 제조와 판매를 도운 혐의로 호주에 거주하던 중국 국적자 진광화를 미국으로 송환했습니다.

VOA가 분석한 진광화의 기소장에는 그가 공범들과 한국어로 이메일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진광화 역시 조선족일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우연히도 조선족으로 추정되는 두 명의 중국 국적자가 서로 다른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연이어 미 수사당국에 체포된 것입니다.

그동안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법 집행 당국에 기소된 다수의 중국인 중 상당수가 조선족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북한은 대북제재로 인한 제약을 회피하기 위해 중국 등 해외에 위장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제3국 기업으로 가장한 조직이 업무를 담당하지만, 실제로는 북한 회사의 대리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북한이 한국계 중국인에게 제재 회피 업무를 맡긴 것도 이와 유사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북한 국적자들은 금융 거래 등 여러 활동에 심각한 제약을 받는 반면, 중국 국적자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은 북한 국적자의 입국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반면, 중국 여권 소지자는 비자 발급 등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미국 등 해외를 상대적으로 쉽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만큼, 미국 수사당국에 의해 체포되어 법정에 설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집니다. 이번에 미국 법정에 서게 된 웬성화와 진광화 역시 이런 점에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은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위반 공모 혐의로 기소된 웬성화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한편, 진광화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 위반, 은행 사기, 자금 세탁 등 복합적인 혐의로 최대 70년의 실형 선고가 가능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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