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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사태 장기화 땐 북한 경제 벼랑 끝 몰릴 것”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을 건너 북한 신의주로 향하는 화물차 행렬. (자료사진)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을 건너 북한 신의주로 향하는 화물차 행렬. (자료사진)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사회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경제가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북한 경제의 두 버팀목인 중국과의 교역과 장마당 경제 모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1일 세계보건기구, 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세계적 유행 즉 ‘팬데믹’으로 선언한 이후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초 4월이면 상황이 종료될 것으로 낙관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가비상사태가 오는 7월에서 8월 또는 그 이상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의 사정도 예외가 아닙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선언 당시 이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의 타격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 28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국가 존망의 문제’로 규정하고 1월31일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북한은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국경을 열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사태 장기화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사회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대중 교역과 장마당 경제가 50일 가까이 지속돼 온 북-중 국경 봉쇄 조치로 이미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김영희 KDB 미래전략연구소 한반도신경제센터 선임연구위원은 북-중 국경 봉쇄로 공식적인 양국 교역의 위축이 불가피하지만 밀무역의 축소 폭이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밀무역 차단으로 북한 내 접경 지역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쌀이나 생필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밀무역 금지 조치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북한 내 이동 통제 조치로 황해도 등 북한의 곡창지대 이외 지역 주민들의 식량 사정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영희 선임연구위원] “이제 5월이나 6월이 되면 춘궁기가 되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그쪽(곡창지대) 쌀값은 북한쌀이 있으니까 그렇게 오르지 않아요. 오르긴 했지만 많이 오르진 않았어요. 그쪽(곡창지대) 지역 쌀을 국경지대로 끌어올 수가 없어요. 지금 이동도 못하게 하니까 북한도. 물건이 왔다 갔다 못하는 거죠. 그래서 국경지대 쌀값이 더 비싸요. 지금”

한국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장기화가 장마당을 마비시킬 경우 ‘제2의 고난의 행군’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국가계획경제가 제 기능을 잃었고 대신 중국과의 밀무역에 기초한 장마당 같은 사경제가 지탱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조 박사는 장마당 경제의 핵심이 교통과 물류라며 중국과의 교역 봉쇄와 북한 지역 내 이동 통제가 장기화되면 장마당의 존립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팬데믹 사태가 지속돼 중국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북한 경제는 한층 심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북한 대외교역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충격으로 지난 1월과 2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중국 안팎에는 중국 경제가 올해 1분기에 문화대혁명 후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는 중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6.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중국 경제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전반적으로 타격을 받는다면 사실은 북-중 교역 자체도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고 지금 북한이 달러가 거의 고갈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많은 북한의 업체나 당국이 외상 거래 강요하는 상황이거든요 중국에게. 그럼 중국 상인들도 여력이 없어질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북한의 버팀목인 중국이 재채기하면 북한은 폐렴에 걸릴 수밖에 없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 외화 수입원으로 집중 육성해 이제 막 열매를 맺으려는 관광산업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는 다음달 개장할 예정입니다.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박사입니다.

[녹취: 고명현 박사] “새로 만드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주로 중국 고객을 타깃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올해 중국에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게 굉장히 어려워졌고요. 이게 장기화할 경우 북한이 지난 몇 년 간 심혈을 기울여 투자했던 관광계획이 다 흐트러지고 외화 수급이 더 악화될 수 있어서 더 치명적인 거죠.”

전문가들 사이에선 상황이 극도로 나빠질 경우 북한이 한국 등 외부와의 협력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고명현 박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하면 한국 등 다른 나라 경제도 심각한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북한과의 협력이 쉽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v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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