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로 미국이 북한에 인도적 협력을 하는 기회가 생길 수는 있지만 이런 상황이 미북 비핵화 협상의 진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미국 내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제재 완화만을 요구하며 미사일 발사로 긴장감을 높이면서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강양우)
워싱턴의 민간단체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은 14일 발표한 ‘분쟁지역의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계기로 미국과 북한이 인도적 지원과 협력의 기회를 만들 수는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캐트린 보토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아시아프로그램 연구원은 제재 완화를 앞세우는 북한의 요구는 미국의 기본 입장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캐트린 보토 /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아시아프로그램 연구원
“북한은 무엇보다도 제재 완화를 원하지만 그것은 미국의 요구와 양립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상황입니다. 미국은 비핵화가 먼저라는 입장이고 북한은 제재 완화를 해야 비핵화를 하겠다는 겁니다.”
보토 연구원은 그러면서 북한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코로나 방역 지원 차원에서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했는데도 북한은 9차례에 걸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군사훈련을 이어갔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대규모 인도주의적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정부의 지원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 정상 간 친분으로 양국 관계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최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발언을 예로 들며 코로나로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북한은 제재 완화와 관련이 있는 경우에 한해 미국의 지원을 받으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북한 내 일부 대도시 의료시설의 코로나 방역 물자 부족과 인구의 43%가 영양실조로 추정된다는 점을 근거로, 심각한 질병을 스스로 견뎌낼 수 없는 북한에 코로나가 창궐할 경우 주민들의 엄청난 피해를 미국은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캐트린 보토 /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아시아프로그램 연구원
“북한 내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할 경우 북한 주민들에게 재앙과 같을 수 있다는 점을 미국 정부가 알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제재 해제는 아니더라도 인도주의 단체가 일부 어려움을 조정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보토 연구원은 현재 국제사회가 코로나 대유행이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몇 달 안에 북한 상황을 좀 더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