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일성종합대학이 설립 74주년을 맞았는데, 북한에서는 최고 대학이라고 하지만 인터넷 사용이 극도로 제한돼 방대한 국제 연구 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김일성대는 북한 내 특권층의 자녀들 중심으로 입학을 해 인재양성에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강양우)
북한에서는 김일성종합대는 북한 내 최고대학이라고 하지만, ‘QS’ 등 세계 주요 대학 평가기관들이 매년 발표하는 순위에서 평가 기준에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크게 뒤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일성종합대를 방문했었던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업체인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도 북한의 인터넷 상황은 세계 최악 중 하나라며 대학생들이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등 암흑 속에 갇혀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일성종합대 출신으로 북한에서 교수를 지낸 뒤 한국 이화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현인애 이대 초빙교수는 김일성종합대학이 세계와 격차가 많이 나는 것은 바로 폐쇄성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창의적 사고의 자유가 없고, 방대한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인터넷 사용을 극도로 제한받으면서 중앙 당국이 검열한 제한적 자료를 속도가 느린 인트라넷으로 검색하다 보니 연구개발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현인애 / 탈북민, 이화여대 교수
“어릴 때부터 닫힌 세계에서 살고 대학에 가서라도 좀 열렸으면 좋겠는데 닫힌 세상에 계속 살다 보니 아까운 인재들이 다 (머리가) 굳어지는 거죠. 세상과 닫아 놓고 (세계) 순위에 든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죠. 왜냐하면 사고의 자유가 없으니까. 세상을 볼 수 없으니까요.”
김일성종합대 영문과 출신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유학 중 한국으로 망명한 유튜버 김금혁 씨는 북한의 최고 대학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중국에 나온 뒤 깨졌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유학 사흘 만에 인터넷을 접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었다면서 북한 최고 대학생들이 정보의 바다와 글로벌 소통 공간을 누릴 수 없다는 게 수치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김금혁 / 탈북민 출신 유튜버
“21세기도 20년이 지나서 2020년인데도 아직 인터넷 보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교육기관으로서는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고, 북한 당국이 가릴 수 없는 부분을 억지로 가리려는 부분이 안타깝기도 하죠.”
김일성종합대 출신으로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활동 중인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는 김일성종합대학이 특권층을 위한 간부 양성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 대학 내 뛰어난 인재들은 전체 학생의 2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평양의 권력층 자녀들과 핵심 기관 종사자들이기 때문에 진정한 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주성하 / 한국 동아일보 기자
“김일성대학의 정의는 ‘민족 간부 양성 기지’입니다. 세계 모든 대학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민족이니까 글로벌하고 반대되는 얘기잖아요. 그러니까 대학 자체가 일단 폐쇄적이죠.”
전문가들은 김일성종합대 학생들에게 인터넷을 보급한다면 스스로 깨닫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과 국가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외부 정보를 체제 유지의 걸림돌로 보는 북한 정권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당장 인터넷 보급은 어려워 보인다면서 일부 전시성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학교에 보위부가 존재하는 한 사상검열 때문에 학생들의 정치범 수용소 행렬만 더 늘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