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포의 유류 항구에 최근 유조선들의 입출항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입출항 횟수뿐 아니라 유조선의 크기도 작아졌는데,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유류 저장시설을 늘린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강양우)
VOA가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를 통해 지난 8월20일부터 이달 20일 사이 석달 동안 남포의 유류 항구를 살펴본 결과, 구름 등에 가려 선박의 입출항이 확인되지 않은 날을 제외하고 모두 15척이 포착됐습니다.
12척은 육지에서 약 150미터 지점에 위치한 해상 하역시설에 정박했고 나머지 3척은 일반 부두를 드나든 형태입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6척에 비해 11척이 줄어든 것입니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선박들의 크기가 작아진 점입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올해 해상 하역시설에 드나든 선박들은 길이가 50미터 이하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올 여름까지만 해도 유조선들의 길이는 대체로 100미터였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남포의 해상 하역시설을 지목하며 공해상에서 다른 나라 선박들로부터 유류를 건네받은 북한 선박이거나 직접 해외에서 유류를 실어 나르는 제3국 선박이라고 지적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3개월 동안 이들 유조선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 이유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유류 저장시설을 크게 늘린 사실과 유조선이 줄어든 현상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도 주목됩니다.
만약 북한이 비축할 수 있는 유류 저장시설을 운영 중이고, 일정 수준 이상의 유류를 확보한 상태라면 과거만큼 유조선들이 활발히 움직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7월 남포의 유류 저장시설이 밀집한 지역에서 서쪽으로 약 700미터 떨어진 곳에 새로운 저장시설인 유류 탱크 3개를 완공했습니다.
이들은 각각 지름이 약 30미터, 높이 10미터의 초대형입니다.
북한은 2018년에도 이 일대 새로운 유류 저장시설을 만드는 모습이 관측돼 왔는데, 이에 따라 기존 20개이던 유류 저장시설이 불과 2년 새 최대 26개로 늘어난 상태입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은 VOA에 북한이 제재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
“(유류) 밀수입은 언제든 막힐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제재 회피뿐 아니라 이런 행위를 하지 못하는 시점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하는 겁니다.”
석탄 수출이 중단된 최근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 VOA가 지난 여름 집중호우 등의 영향으로 남포 등 석탄항구에서 선박들의 움직임이 끊겼다고 전한 바 있는데, 과거 중국에서 석탄 무역업에 종사했던 탈북민 이현승 씨는 석탄 수출 중단으로 외화를 벌어들이지 못한 북한 내 회사들이 유류를 수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현승 / 탈북민, 전 북한 석탄무역 관련 담당
“외화가 없으니까 석탄 수출이 줄어든 것 때문에 석유를 사올 수 있는 외화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수입량이 줄어들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대북 결의로 북한의 정제유 수입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등 주요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이 선박간 환적 등 불법적 방식으로 상한선을 넘겨 공급제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