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납치된 일본인들의 가족들은 북한의 납북자 재조사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북한이 군부 인사들을 특별조사위원회에 포함시키고 과거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인데요,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의 상징적인 인물인 요코타 메구미 씨의 부모는 북한의 납치 문제 재조사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메구미 씨의 어머니 사키에 씨는 17일 `블룸버그 통신'에 “처음으로 그들이 협상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두 일정 부분 성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사키에 씨는 이런 기대의 근거로 북한 정권의 핵심기관인 군부 인사들이 위원회에 포함되고 아베 신조 총리 정부도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을 들었습니다.
메구미 씨의 아버지 시게루 씨는 과거에는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핵과 미사일 문제와 연계됐었기 때문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납치 문제 협의가 연기됐지만, 이번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협의가 중단될 것이라는 말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사키에 씨는 딸이 납치된 이후 전국적으로 1천4백 번의 연설을 하고 10 명의 총리를 만났지만, 이제는 자신들도 힘이 모자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 수 없으며 단지 딸이 돌아오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요코타 메구미는 13살이었던 지난 1977년 항구도시인 니가타에서 배드민턴 연습 후 귀가하다 실종됐습니다. 메구미 씨의 부모는 20년 후 일본 의원을 통해 메구미 씨가 북한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습니다.
북한은 2002년 평양에서 열린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어 메구미 씨가 우울증을 겪다 자살했다며 2004년 유골을 일본에 넘겼지만 감정 결과 가짜로 드러났습니다.
한편, 북한에 납치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지는 이른바 ‘특정실종자’ 가족들도 이번 재조사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50살의 미사 모리모토 씨는 `로이터 통신'에 자신의 쌍둥이 언니가 북한으로 납치된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77 명 중 하나라면서, 가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 특별조사위원회의 중간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사 씨는 “북한이 예전보다 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며, 만일 북한이 언니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자신은 계속해서 어둠 속에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사 씨의 쌍둥이 언니 미호 야마모토 씨는 1984년 야마나시 현 고후 시에서 도서관으로 가다 실종됐습니다. 사흘 후 그녀의 가방은 집에서 360km 떨어진 외딴 해변에서 발견됐는데, 이 지역은 다른 2 명의 일본인이 납북된 곳입니다.
미사 씨는 북한으로 납치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가족들을 만났다며, 이들은 모두 외딴 해변에서 없어졌다는 공통점이 있고 또 집으로 전화가 걸려와 가족들이 받으면 바로 끊는 전화가 오곤 했다고 전했습니다.
미사 씨는 자신이 일란성 쌍둥이이기 때문에 언니와 특별한 교감을 갖고 있는데, 아직 언니가 사망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 5월 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회담에서 북한 내 일본인 생존자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에 합의했습니다.
북한 측 발표에 따르면 조사위원회는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로부터 모든 기관을 조사할 특별 권한을 부여 받았고, 국가 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 인민무력부 등의 당국자가 포함돼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자국민 17 명을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로 공식 규정했으며, 북한은 이 가운데 5 명만 일본에 돌려보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