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교착 상태에 놓인 가운데 한국 정부가 최근 한국 업체와 북한 단체 간 체결한 물물교환 방식의 거래 계약 승인 여부를 놓고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의 상충 여부가 승인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한국 측 대북 사업 단체인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이 북한 측 단체인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 최근 물물교환 방식의 거래 계약을 체결한 데 대해 물품 반출과 반입 승인을 검토 중입니다.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은 중국 회사의 중개로 북한 단체에 설탕 167t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개성 고려인삼술, 류경소주, 들쭉술 등 북한 술 35종을 반입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습니다.
거래 규모는 1억 5천만원, 미화로 12만 6천 달러 상당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물교환 방식은 대량현금 즉 벌크캐시의 대북 유입을 막은 국제 사회 대북제재 조항을 위반하지 않기 위한 선택입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대북 제재 등 제반 조건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요건을 충족하면 긍정적으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부는 이번 거래가 대북 제재 대상 제외 품목, 현물 지급, 제3국을 통한 운송 등 대북 제재와 충돌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되도록 추진될 수 있게 한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취임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 전부터 북한의 금강산 물이나 백두산 물, 대동강 술을 한국 측의 쌀이나 약품과 맞바꾸는 방안을 사례로 들며 남북 간 물물교환을 통한 ‘작은 교역’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교역 품목인 북한의 술과 한국의 설탕은 대북 제재에서 일단 비켜나 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발사에 대응하는 결의 2397호에서 북한의 수출금지 품목을 식용품과 농산품으로 확대했지만 술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한국 측이 제공하는 설탕 또한 전략물자가 아닌 농산가공품이라 북한에 팔 수 있는 품목입니다.
하지만 대북제재위원회의 유권해석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2397호의 취지가 뭐냐 하면 결국 수출을 통해서 자금을 확보하고 이게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이 되느냐 이게 포인트거든요 품목이 문제가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쪽에서 포괄적으로 유권해석을 할 경우엔 이의를 제기할 부분이 있고요.”
운송 방식은 중국을 경유하는 방식이라 과거 한국 측이 타미플루를 지원하려고 했을 때 불거진 운송 수단의 제재 위반 논란이 재연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앞서 미국이 타미플루를 싣고 운반하는 한국 측 트럭을 제재 대상으로 간주함에 따라 미-한 두 나라가 제재 면제 논의를 진행했지만 협의가 길어지면서 지원이 무산된 전례가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중국 다롄항과 북한 남포항을 잇는 해로 운송과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육로 운송 방법이 있다”며 “다롄에서 남포로의 물자 이동은 현재 아주 원활한 편은 아닌데다 해상은 규모가 큰 경우에 적합해 육로로 추진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했습니다.
거래 당사자인 북한 측 단체가 대북 제재 대상이냐 여부도 짚어야할 대목입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유엔이나 미국의 제재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관련이 있거나 전용이 가능한 조직과 단체를 모두 지정을 했거든요. 여기에 북측의 업체가 그 업체인지 아닌지 여부는 따져봐야 됩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소 고명현 박사는 미국의 행정명령은 북한 내 개인이나 기관에 경제적인 혜택이 가는 모든 행위를 막는 포괄적인 제재 규정이 있기 때문에 해당 북한 단체가 핵이나 미사일 개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해도 제재 대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간 물물교환 형태의 ‘작은 교역’ 이 미국과의 협의대상인지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북 제재 틀 안에서 진행되는 사안이라 미-한 워킹그룹 논의 사항은 아니라고 보지만 필요하다면 소통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남북 간 작은 교역이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남북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해당 거래 품목이나 기관이 제재 대상에 포함되느냐 여부는 해석에 따라 결론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전략적 접근을 선택하느냐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