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가 해외에 파견된 모든 북한 노동자를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한 시한이 만료된 지 오늘(22일)로 1년이 지났습니다.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최종 이행보고서를 제출한 나라는 40여 개 국에 불과합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21일 현재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북한 노동자 송환 최종 이행보고서 제출 건수는 44개입니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12월 22일 결의 2397호를 채택하며 모든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을 결의 채택일로부터 2년 뒤인 2019년 12월 22일까지 본국으로 송환할 것을 명시했습니다.
또 이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올해 3월 안보리에 제출하도록 했는데 제출 대상국, 즉 유엔 회원국 대다수가 제출하지 않은 겁니다.
무엇보다 실제 북한 노동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라들의 이행보고서 제출 실적이 저조합니다.
미국 국무부 등이 지난 2018년 북한 노동자가 있는 것으로 지목한 29개 나라 가운데 21일 현재 절반이 조금 넘는 17개 나라 만이 이행보고서 제출을 완료했습니다.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12개 나라 가운데 탄자니아와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북한 노동자에 대한 입장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북제재위원회 위원장인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유엔 주재 독일대사는 북한 노동자 문제가 안보리 결의 이행에서 어려움이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호이스겐 대사는 이어 각국의 저조한 북한 노동자 이행보고서 제출 현황을 지적하며, 모든 회원국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다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
진행자) 북한 노동자 송환 문제에 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유엔 안보리가 북한 노동자를 모두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한 배경부터 설명해 주시죠.
기자) 북한 노동자들의 본국 송환을 명시한 안보리 결의는 2397호, 그 중에서도 ‘8항’입니다. 이는 북한이 2017년 11월 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 15호’를 발사한 데 대한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었습니다.
하지만, 2397호가 북한 노동자들을 다룬 첫 결의는 아닙니다. 앞서 2017년 8월 채택된 2371호가 북한 노동자 문제를 다룬 첫 결의인데요. 이 결의는 신규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금지했습니다. 이어 9월 채택된 결의 2375호에서도 북한 노동자 문제가 또다시 포함됐는데요. 기존 북한 노동자들에게 발급된 노동허가증의 갱신을 금지했습니다.
2397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갱신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북한 노동자들을 돌려보내도록 한 겁니다.
진행자) 안보리가 북한 노동자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재의 수위를 높인 것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겠지요?
기자) 네. 기본적으로 안보리가 결의를 통해 막고자 하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자금 유입입니다.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벌어들여 북한에 유입되는 외화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을 통한 외화가 불법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주요 자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유엔은 북한이 약 10만 명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 통해 연간 약 5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2016년 석탄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12억 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액수인데요. 규모로 볼 때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 노동자 송환 이행보고서를 제출한 나라가 40여 나라에 불과하다고 했는데요. 어떤 나라가 제출했나요.
기자) 대표적인 나라는 러시아입니다. 미국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 나라가 바로 러시아인데요. 약 3만 명의 노동자 가운데 1천 명가량을 제외한 노동자를 모두 돌려보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밖에 카타르가 약 2천5백 명, 쿠웨이트가 약 900명, 아랍에미리트가 약 820명을 돌려보냈다고 보고했는데요, 제출된 보고서를 토대로 합산하면 송환된 해외 북한 노동자는 약 3만 명입니다.
진행자) 북한 노동자 송환과 관련해서 현재의 ‘코로나’ 상황이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없나요?
기자) 네, 분명히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코로나 대응을 위해 북한이 올해 1월부터 국경을 전면 봉쇄했기 때문인데요. 앞서 약 1천 명의 북한 노동자가 남아있다고 밝힌 러시아는 코로나 상황으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자국 내 북한 노동자 송환 절차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일본의 언론매체는 지난 10월 북-중 무역 관계자를 인용해 국경 봉쇄로 중국에서 송환되지 않고 계속 일하는 북한 노동자가 수 만 명에 이른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의 북한 노동자 송환 이행 현황은 어떤가요?
기자) 중국에는 가장 많은 북한 노동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대 약 8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 북한 노동자 송환 중간, 그리고 최종 이행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어느 정도 규모의 노동자가 송환됐는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제재 이행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 외에 다른 문제점도 있나요?
기자) 송환 시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북한 노동자 파견이 이뤄지고 있는 점입니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통해 이런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전문가패널은 앞서 지난 9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국 단둥 의류공장 등에서 수 백 명의 북한 노동자 채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 부분에 대한 국제사회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미국 등 국제사회는 중국에 안보리 결의 이행을 계속 촉구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 알렉스 웡 대북특별부대표는 이달 초 공개 발언에서 중국이 아직도 북한 노동자 송환을 완료하지 않았다며, 최소 2만 명의 북한 노동자가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대북제재위원회 위원장인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유엔 주재 독일대사는 북한 노동자 송환 이행에서의 각국의 미흡한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중국의 입장은 늘 변함이 없습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중국은 국제사회 대북 제재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엔 등의 제재로 인한 피해를 북한 주민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금까지 핵실험 등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북한이 취한 비핵화 조치로 보고 안보리가 제재를 되돌리는 ‘가역 조항’을 적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택성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