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독자 제재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하는 유엔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미국은 인도적 지원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등 유엔과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제 75차 유엔총회에 알레나 도한 유엔 일방적 강압조치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일방적 강압조치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상황에서 인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사실상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과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등의 피해를 부각시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선 미국의 독자 제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막고 있다는 주장을 담았습니다.
도한 특별보고관은 미국의 제재로 북한이 온라인 서비스를 통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점을 구체적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온라인으로 화상 모임을 제공하는 ‘줌’의 경우, 미국의 법률에 따라 북한과 쿠바, 이란 등에서 등록된 주체가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따라서 의료진들의 교육과 훈련을 위한 온라인 회의나 원격의료마저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아울러 북한에 가해진 금융 제재는 미국을 근거지로 둔 원조기구가 북한 내 소아병동을 위한 수도 공사마저 하지 못하게 막았다고, 도한 특별보고관은 밝혔습니다.
앞서 북한 문제 등을 다루는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이후, 북한에 가해진 제재를 완화 혹은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힐랄 엘버 유엔 식량권리 특별보고관은 지난 4월 신종 코로나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 중에는 북한을 포함한 모든 나라들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고 밝혔고,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도 지난달 같은 이유를 들어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각각 지난달 말 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해 제재 면제나 완화를 촉구했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유엔의 제재 완화 주장이나 미국의 강압적 조치가 북한 등의 인도적 지원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은 미국의 입장과는 상반된 것입니다.
미국은 인도적 지원이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대북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한 제재 면제를 신속하게 승인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이런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When it comes to humanitarian assistance, medical devices, equipment, pharmaceuticals, things that people need in these difficult times. Those are not sanctioned anywhere at any time that I'm aware of.”
의료기기와 장비, 의약품처럼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품들은 언제 어디서나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아울러 대북제재가 미국이 아닌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조치라는 사실도 거듭 상기시키면서, 미국의 제재들은 인도주의 품목을 제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미국이 이란과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제안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폼페오 장관의 발언과 별도로 미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취약성을 우려한다며, 대북 지원을 위한 제재 면제 등의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