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4자회담에 관여했던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지금 단계에선 북한과의 다자협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다자적 접근법을 취하는 방식으론 결과를 도출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은 4자회담 관여 당시 “주최국인 스위스의 비용 부담으로 매일 제공됐던 크로와상 크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면서 협상이 실패할 것이라는 신호가 감지됐다” 고 회고했습니다.
[녹취 : 칼린 전 담당관] “It just couldn't survive and the Swiss hosted this thing. They paid for a lot of stuff. They used to give us nice croissant during the coffee break. As we had more and more meetings which weren't going anywhere, the croissant got smaller and smaller. So they were minuscule and to me that was a short sign that this was not going to…”
칼린 전 담당관은 17일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4자회담의 교훈을 주제로 개최한 화상대담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4자회담은 1996년 미한 정상회담에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회담을 제의하면서 시작돼 이듬해 1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본회담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각 당사국들이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지지부진하다가 1998년 8월 6차회담을 끝으로 종료됐습니다.
칼린 전 담당관 “초기단계서 다자적 대화틀 적용 불가”
칼린 전 담당관은 당시 미국 대표였던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 특사에게 다자적 방식은 성공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었다며, 이는 당초 미국이 4자회담과 관련해 미북대화의 기회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4자회담의 교훈은 앞으로도 북한과의 관여에 있어서 양자관계가 어느 정도 구축되기 전까지는 다자적 틀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 칼린 전 담당관] “I don't think multilateral works with North Korea. Certainly not going in, not until quite a bit has been established. We saw KEDO that you can have multiple talks with the North Koreans. Very useful ones. But it's a very particular type of format talking about a very specific type of issue. Broader talks in a multilateral setting seems to me is just asking for trouble.”
칼린 전 담당관은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 경수로 제공사업 때처럼 특정 의제에 국한되는 경우 다자적 대화틀이 유용할 때도 있지만, 광범위한 의제를 다루는 경우에는 더 큰 어려움만 야기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윤 전 보좌관 “다자적 대화는 보다 중장기 시점에서 적절”
필립 윤 전 국무부 동아태 선임보좌관는 “4자회담은 적어도 미국이 한국에게 북한과의 대화에 관여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전혀 실효성이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초기 단계에서 다자적 접근법을 취하는 방식은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며, 상호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지지부진했던 4자회담의 실패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 윤 전 보좌관] “I think that multilateral at the beginning is not helpful. It is incredibly unwieldy. 4 party talks just you know, three of us can remember this. I mean, oh my god, right translations, everyone's saying something, it just was interminable forever…”
다만 북한이 주장하는 체제보장을 위해서는 그에 상응한 안보환경 조성은 매우 중요하다며, 따라서 상황이 무르익는 시점에서는 한국과 미국 뿐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 “북한 비핵화 단일 의제 탈피해야”
당시 국방부 대표로 참여했던 월러스 그렉슨 전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4자회담이 오직 북 핵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며, 북한이 향후 동북아시아에 제기할 전체적인 위협을 다루지 못한 점에서 한계가 분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협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단일 의제에서 벗어나 문제의 본질인 미국의 동맹과 우방에 대한 안전과 안보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녹취 : 그렉슨 전 차관보] “But we need to broaden the aperture here. What's really important, what we're really talking about at the root here is safety and the security of our allies and friends. So we need to keep our eye on that and put it into context…I fear that we hurt our credibility in the United States when we hang everything on one issue of denuclearization. Number one, Kim's not voluntarily give up his nuclear weapons because without his nuclear weapons, he has nothing…”
그렉슨 전 차관보는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북한 비핵화 문제에만 매달리게 되면 미국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