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오늘(17일)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한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 독재정권이 주민들에게 광범위한 학대를 지속하고 있다며 인권과 자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17일 한국을 동시 방문했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정오께 공중지휘통제기인 E-4B 나이트워치를 타고, 블링컨 장관은 오후 2시 40분 전용기 편으로 각각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해외출장에 나선 두 장관은 2박 3일간의 일본 방문을 마친 뒤 한국을 찾았는데, 미 국무.국방 장관의 동시 방한은 2010년 7월 이후 11년 만입니다.
블링컨 장관은 방한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과 만나기 위해 국방장관과 함께 서울에 오게 돼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강력하다”며 “이는 신종 코로나부터 기후 위기, 핵 확산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세계적 도전과제들을 대처하는데 협력하도록 해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저녁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정의용 장관과 미-한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미-한 관계와 한반도 문제, 지역과 국제 협력 등 다양한 현안들을 논의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The authoritarian regime in North Korea continues to commit systemic and widespread abuses against its own people.”
블링컨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독재체제는 북한 주민에 대한 구조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계속하고 있다”며 “기본권과 자유를 옹호하고 이를 억압하는 이들과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전 세계에 민주주의가 위험할 정도로 퇴행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미얀마에서는 군부가 민주주의 선거 결과를 뒤집었고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이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은 강압과 호전적 행동으로 홍콩의 자치권을 체계적으로 침식하고 타이완의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있으며 티베트의 인권을 침해하고 남중국해에 영유권을 주장한다”면서 “이 모든 것은 인권법을 침해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민주주의를 믿는다”며 “민주주의 국가가 더 안정적이고 안전하며, 개방적이고 인권에 전념한다는 점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은 미국과 한국민 이익에 도움이 된다”며 “우리가 이런 가치를 지키는 것은 지금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Another shared challenge of course is N.Korea’s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블링컨 장관은 또 북한의 핵미사일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도전과제로 꼽으며 “우리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른 동맹국과
파트너들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계속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두 장관은 회담에서 굳건한 미-한 동맹이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지역, 세계의 평화・안정・번영의 핵심축임을 재확인했습니다.
또 북 핵과 미사일 문제가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할 동맹 현안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 노력도 재확인했습니다.
이와 함께 두 장관은 미 행정부가 진행 중인 대북정책 검토 작업에 대해 논의했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보장하기 위한 미-한-일 삼각 협력의 중요성에도 공감했습니다.
오스틴 국방장관도 국방부 청사에서 서욱 국방장관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녹취: 오스틴 장관] “Given unprecedented challenges posed by both DPRK and China, U.S.-ROK alliance has never been more important.”
오스틴 장관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중국과 북한의 전례 없는 위협으로 미-한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그러면서 “대한민국 방위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군사대비태세는 최우선 과제이며 연합대비태세는 필요시 ‘파이트 투나잇’ 즉 상시 전투태세가 완비돼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서 장관도 동의할 것”이라며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회담에서 “한반도 주변과 동북아시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한이 공동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며 “미국으로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미-한-일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두 장관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이라는 양국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전작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선 2006년 양국이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이래 공동의 노력을 통해 진전을 이뤘음에 주목하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을 재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방한 이틀째인 18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한국 측 외교. 국방 장관과 ‘2+2’회의를 합니다. 양국의 2+2 회의는 지난 2016년 10월 이후 5년 만입니다.
의제는 미-한 동맹 현안과 발전 방향, 북 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 미-한-일 공조, 지역과 글로벌 협력 등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마무리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간 정보와 의견 교환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지난 12일 열린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의 사실상 반중 연합체로 알려진 ‘쿼드’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미국 측의 설명과 한국에 대한 ‘쿼드 플러스’ 합류 권고가 있을지도 주목됩니다.
양국 장관들은 2+2 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생중계로 기자회견도 진행합니다.
회견에 앞서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와 정은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대사가 지난 7일 최종 타결된 방위비분담특별협정 가서명식도 할 예정입니다.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18일 오후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합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미-한 2+2 회의 결과를 비롯한 방한 주요 성과를 보고 받고, 미-한 동맹 발전을 위한 두 장관의 노력을 치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4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공동 노력하고,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해 나간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바 있습니다.
두 장관은 문 대통령과의 접견을 전후해 서훈 국가안보실장과도 각각 만날 예정입니다.
청와대 예방 후 블링컨 장관은 한국의 청년지도자와 언론과 화상 간담회를 하고, 오스틴 장관은 서욱 장관과 함께 현충원을 참배합니다.
블링컨 장관은 18일 저녁, 오스틴 장관은 19일 오전 한국을 떠날 계획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