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집권할 경우 역내 안보태세를 둘러싼 미-한 동맹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VOA가 다섯 차례에 걸쳐 미국 차기 행정부가 직면하게 될 한반도 현안들에 대해 점검하는 기획보도,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미-한 동맹관계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망 등에 대해 살펴봅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한 동맹의 핵심 의제는 대북 공조, 인도태평양 내 한국의 역할 확대, 이에 연계한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입니다.
'인도태평양 전략', '미군 재배치 셈법', '분담금 협상' 대중정책과 연계
특히 이 중 인도태평양 역내 한국의 역할 확대와 미군 재배치 셈법,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미국의 대중국 전략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 사안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국 견제에 한국의 참여를 촉구해 왔지만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패권경쟁에 집중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포함한 역내 미군의 재배치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경우 미국은 더 이상 세계 경찰국가로서 냉전 시절의 자원과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한 점을 강조하면서, 동맹에 더 많은 분담금 부담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독일, 한국, 일본에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했고, 독일에는 주둔 미군의 감축을, 한국의 경우 시한을 넘겨 1년 가까이 협상이 교착된 상황입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한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주한미군 감축 위협을 협상 지렛대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최근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과 번영의 핵심축으로서 미-한 동맹을 강화하면서, 북한 문제 등 다양한 도전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동맹정책을 지양하되, 대중 견제에 따른 동맹의 참여를 압박하는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 “차기 정부, 한국의 인도태평양 역할 확대 논의 시작할 것”
오바마와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을 지낸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전우회(KDVA) 회장은 13일 VOA에 “바이든 전 부통령의 최근 통화는 인도태평양 내 한국의 역할에 대한 특정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룩스 전 사령관] “Some meaning, Certainly. To be sure, South Korea plays an important role in the Indo-Pacific, just because of who they are, economically, culturally and militarily. The most notable part security wise is in Northeast Asia in regards to North Korea…But the relationship is bigger than that. And so I think that's something that is work that is ahead to discuss exactly where South Korea sees itself fitting into the larger Indo-Pacific. Their relationships, their roles and their interest all need to be brought to bear. And I'm sure that the new administration will have that discussion with the Moon administration, at their earliest opportunity."
브룩스 전 사령관은 미-한 동맹의 군사안보 최우선 협력 지역이 동북아시아 또는 북한이란 점은 분명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경제, 문화, 군사 역량을 고려해 그보다 더 큰 범위를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펴낸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에서 미-한 동맹을 평화와 번영 축으로 기술하면서도 범위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로 한정했습니다.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번영의 초석’으로 분류했는데, 이 때문에 바이든 전 부통령의 최근 발언이 한국의 역할 범위에 대한 기대를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확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문재인 정부와 인도태평양 역내 한국의 역할 확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 “미국 내 대중 인식은 초당적…대중공조 이견 차 불가피”
이와 관련해 월러스 그렉슨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미국 여론은 더 이상 중국과의 건설적 대화가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대중 공조 문제와 관련해서는 차기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반드시 한국과 보조를 맞추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렉슨 전 차관보는 이 같은 정책이 중국과의 냉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한국의 대중 무역의존도를 차기 정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어떻게 인식차를 좁혀 나갈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그렉슨 전 차관보] “I would object to using the 'New Cold War' idea with China, I don't think that's what Biden will do. But that doesn't mean we will not be realistic with China…We're going to have to be careful of as we go into the future. China is South Korea's largest trading partner. So there are going to be places where the Moon government and the Biden government are not in lockstep…”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안보전략(NDS) 보고서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를 최우선 위협, 그리고 북한과 이란을 다음 순위 위협으로 분류해 이와 연계한 병력 재배치를 예고했습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 “위협순위 셈법에 큰 변화 없을 것…미군 병력 재배치 계획도 유효”
브룩스 전 사령관은 차기 정부에서도 이런 분류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연속성에 기반한다며, 국방부가 검토 중인 전 세계 미군 병력 재배치 셈법 역시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서 중단되거나 폐기될 것으로 섣불리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 접근법에서는 차이가 예상되지만 미국의 자원이 무한하지 않은 만큼 위협에 대한 우선순위 셈법은 차기 행정부의 국방안보전략 보고서 등에서 재정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미국이 중국을 장기적 관점에서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해서 북한의 위협을 경시한다는 오해는 잘못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룩스 전 사령관] “I think that one should not misunderstand 'when if view grows to a much broader perspective of the greatest long-term threat being China, that does not mean that North Korea is no longer a threat'. It doesn't translate that way. North Korea is still a threat. It is still a security concern. And until the issues of nuclear weapons and long-range missiles and physical threats to South Korea and allies of the United States, until those are addressed, then it will never leave the table.”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이 한국과 미국의 다른 동맹들에 계속 위협이 되는 한 북한은 미국 정부의 핵심 의제에서 빠지지 않을 것이며, 이와 관련한 심도있는 논의가 차기 행정부에서도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차기 행정부에서 무기 예산 등 세부 내역의 변화는 예상되지만 패권경쟁에 우선순위를 둔 국방전략은 계속 추진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동맹 관리, 장관 인선에 큰 영향…트럼프 정부의 탑다운 방식과 차별화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안보정책과 동맹관계의 구체적 접근법이 차기 행정부에서 누가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 등 핵심 요직을 맡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대비되는 점은 전문가와 실무진의 의견을 토대로 정책을 결정할 것임을 공언한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미-한 관계와 연계한 구체적 정책 역시 대통령이 아닌 실무진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 “차기 국방장관은 플러노이…냉전셈법 기반 억지력 전략 선회”
이와 관련해 그렉슨 전 차관보는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에 대해 “그녀가 1~2년 전부터 비밀리에 정권인수를 염두에 둔 사실상의 차기 국방전략 정책 자문단을 이끌어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는 플러노이 전 차관이 실제 지명될 경우 오랫동안 정권인수 작업에 참여했던 만큼 국정공백 없이 국방정책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그렉슨 전 차관보] “There's been a crew working for about a year, year and a half, two years now very quietly to transition into the new administration. I think Michele Flournoy is going to be the Secretary of Defense. She certainly understands the Department of Defense, so she'll be ready to go from day one”
플러노이 전 차관은 최근 국방전문매체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 핵 문제를 위험관리 측면에서 다뤄야 한다며, 군축 측면에서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우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에 대응해 미 본토 방어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중국과의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 확대와, 한반도 방어에서 한국을 구경꾼으로 취급하지 않고 긴밀히 공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실성 결여 대북접근법 폐기…대규모 연합훈련 재개”
그렉슨 전 차관보는 이 같은 대북 인식과 동맹에 대한 접근법은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 냉전식 접근법을 취하겠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렉슨 전 차관보] “There's a difference between realizing that we're not going to get Kim to voluntarily give up those nuclear weapons, and acceptance. Now we can acknowledge reality. But we can still steadfastly refuse to legitimize that reality...We make a fool of ourselves with every new administration by thinking that we can establish now a relationship with North Korea that nobody's had before and that they will become a new Switzerland of Asia. It's not going to happen.”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더 이상 미국이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추진해온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아시아 내 스위스와 같은 영세중립국 실현 목표는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겁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는 차기 행정부는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정권의 확실한 종말을 초래할 것임을 분명히 발신하면서 동맹과의 억지력 중시 전략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단된 대규모 미-한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미사일방어 등 입체적 동맹 협의 강화”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미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플러노이 전 차관의 발언은 한국, 일본 등 동맹과의 대북 억지력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Her emphasis, and I think the emphasis on the US government will be on deterrence. So strong defense with cooperation with the ROK and Japan to ensure that war doesn't start, and that if war starts, it doesn't accelerate, it doesn't escalate to nuclear conflict. So that will include missile defense, you know, strong contingency planning, continuation of exercises and so forth. And married with diplomacy to try to achieve limits.”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핵전쟁 방지에 초점을 두면서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에도 상황이 고조되지 않도록 하는 이 같은 정책변화에 따라 미사일 방어, 유사시 대비계획 강화, 연합훈련 재개 방안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향후 미한전력이 실제 핵전쟁 상황에 대비해 한반도 내 조금 더 많은 지역에 병력을 분산 배치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 ROK and US need to develop an ability to spread their forces out to more places and to protect them in the places where they're going to be located. You know, that's nuclear warfighting 101. That's a lot of stuff we learned during the Cold War. But unfortunately, most of the people who worked on that kind of thing in the 1970s and 80s, are retired and no longer leading defense strategy efforts. And so we got to get back to really basics.”
베넷 선임연구원은 현재 미-한 연합전력은 북한과의 실제 핵전쟁 수행에 대한 준비가 매우 부족하다며, 평택 미군기지에 집중돼 있는 미군 배치와 미사일 방어 역량의 부족이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 “분담금 기한 다년 회귀 매우 중요”
한편, 전문가들은 미-한 방위비 분담금 교착 상황은 차기 행정부에서 수월하게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특히 차기 분담금 협정기한을 1년에서 다년으로 다시 돌려 놓는 것이 준비태세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민주당과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분담금 액수에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증액에 대한 기대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지금까지 협상 교착은 불투명한 증액 논리가 주요 원인이었다며,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진솔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협상 타결의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
내일(17일)은 다섯 번째, 마지막 순서로 미국 새 행정부 출범에 대한 북한의 예상되는 반응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