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최근 한반도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가운데, 일본 근해에서의 비행도 늘리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역내 동맹 역학관계의 균열을 야기하기 위한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22일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19대가 동시에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며, 두 나라간 연합훈련의 일환으로 분석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중-러 군용기, 한-일 방공식별구역 침범 횟수 급증
일본 합참 “올해 11월까지 총 484회 긴급대응 출격”
앞서 일본 통합막료감부도 지난 16일 동중국해 인근에 이어 18일에는 오호츠크해와 일본해에 걸쳐 영공 침범 우려가 있는 비행기에 대한 긴급대응 출격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는 비행기의 국적을 밝히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통계와 비행경로를 근거로 각각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통합막료감부가 지난 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영공 침범 우려에 따른 전투기 긴급발진 횟수는 총 484회로, 이 중 중국 국적기가 302차례로 가장 많았고 러시아 국적기가 177차례로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7월 합동훈련을 빌미로 동시에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데 이어 러시아 군용기는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해 한국과 일본 군용기가 긴급 대응출격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 “영공침범 자제하면서 영향력 행사”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22일 VOA에, 이런 일은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할 사안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두 가지 목적을 위해 타국의 방공식별구역을 비행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첫 번째는 2013년 중국이 동중국해 일대에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사례처럼 이들 나라 역시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대한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룩스 전 사령관] “Well, this continues to raise some concerns. On one hand, I think both Russia and China are trying to demonstrate that they too have the ability to challenge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s, not invading actual sovereign airspace, but to enter those zones to challenge just as they are being challenged.”
영공침범을 하지 않으면서도 타국의 방공식별구역에 도전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동북아 내 동맹 균열 의도 짙어…동맹공조 논의 시점”
브룩스 전 사령관은 또 중국과 러시아가 동북아시아 내 미국의 동맹구조에 균열을 야기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지난해 7월의 독도 영공 침범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룩스 전 사령관] “These are deliberate actions to irritate the relationships of the Alliance in Northeast Asia. The alliances really need to move forward on how they cooperate with one another so that Russia and China working together don't have the opportunity to create this irritation. I think this is very instructive about what awaits us in the Free and Open Indo Pacific and the actions to keep it such.”
브룩스 전 사령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공조 강화를 통해 미국의 동맹들 사이에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악용하지 않도록 동맹들 간에 어떻게 공조할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방공식별구역 침범 사례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실현하기 위해 미국의 동맹들이 어떤 대처법이 필요한지를 시사해준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0월 “러-중 군사동맹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이론상으로는 고려할 수도 있다”며, “그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연계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처하기 위한 편의적 관계에 기반해 있다며, 동맹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 “동맹 간 정보 공유 중요성 환기 대표적 사례”
브루스 베넷 "중-러 간 정교한 의사결정 구조 작동 가능성"
그러나 월러스 그렉슨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러시아와 중국이 동맹관계를 맺지 않는다고 해도 공통의 전략적 목적에 따라 충분히 함께 움직일 수 있다며, 이번 방공식별구역 침범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렉슨 전 차관보] “I think there is a long way to go before Russia and China become quote on quote “Alliance”… They have many areas of friction and differences but they can act together in things where their interests align. And I would think that these recent reports indicate some of the latter where their interest align.”
그렉슨 전 차관보는 또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 사이에 공동가치에 기반한 유대관계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방공식별구역 침범은 미국의 역내 동맹국 간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그렉슨 전 차관보] “The Quad is emerging of its own energy with Japan, India, Australia and the United States finding more interest in common. This intrusion into the Korean ADIZ and the Japanese ADIZ puts a premium on information sharing because obviously, our planes and missiles travel very fast and cover a lot of distance and Russia, China, Korea, and Japan are all very close together in that little pocket of Northeast Asia.”
동북아는 남북한뿐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가 모두 인접해 있는 지역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는 동맹국들의 긴밀한 정보 공유 강화는 북한의 위협뿐 아니라 이번 방공식별구역 침범 사례처럼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움직임에 대한 실시간 대처에도 매우 유용한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합동비행훈련과 관련해, 이런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전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합동비행은 전술적 차원의 움직임이지만 사전 비행경로에 대한 조율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러 당국간 모종의 의사소통 기구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