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에 대한 대적행동 차원에서 인민군 총참모부가 제시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4.27 판문점 합의를 준수하자며 군사행동 계획을 아예 철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5차 회의 예비회의를 주재하고 인민군 총참모부가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했다고 북한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이 24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당 중앙군사위가 예비회의에서, 조성된 최근 정세를 평가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인민군 총참모부는 지난 16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금강산과 개성공업지구 군대 전개, 비무장지대 초소 진출, 접경지역 군사훈련 재개, 대남 전단 살포 지원 등 4개 군사행동을 당 중앙군사위 승인을 얻어 실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보류 결정으로 지난 4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한 비난 담화로 시작해 모든 남북 연락채널 차단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연이어 강행한 대남 강경 조치가 군사 도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단 수그러들 전망입니다.
예비회의에서는 또 “당 중앙 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에 상정시킬 주요 군사정책 토의안들을 심의했고 본회의에 제출할 보고, 결정서들과 나라의 전쟁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들을 반영한 여러 문건들을 연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밝혔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화상회의로 열린 예비회의에 리병철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일부 위원이 참석했다고 밝혔지만 김 위원장의 관련 사진은 일절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이와 함께 지난 21일부터 최전방 지역에 재설치 작업을 벌여온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 일부를 사흘만에 도로 철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국 정부가 밝혔습니다.
또 ‘조선의 오늘’과 ‘통일의 메아리’, ‘메아리’ 등 북한 대외 선전매체들도 군사행동 계획 보류가 발표된 24일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한국을 비난하는 내용의 기사 10여건을 삭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일련의 조치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 북한이 군사행동 보류가 아닌 철회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4일 국회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정경두 장관] “지금 현재 북한에서 이것을 보류한다고 했는데 저는 완전히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런 것과 무관하게 우리는 확고하게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하면서 우리 국민들께서 불안해 하지 않도록 그렇게 관리해 나가겠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북한 측 보도를 면밀하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남북한이 모두 4.27 판문점 합의를 준수하자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녹취: 여상기 대변인] “남북 간 합의는 지켜야 한다는 정부의 기본입장엔 변함이 없으며 이와는 별도로 대북 전단 살포 등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선 앞으로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해 나갈 방침임을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여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대면회의가 아닌 ‘화상회의’를 주재한 데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며, 북한 보도를 기준으로 김 위원장이 화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번 중앙군사위원회 회의가 확대회의가 아닌 ‘예비회의’로 열린 것에 대해서도 “예비회의는 과거에 보도된 적이 없어 매우 이례적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지시인 만큼 당 중앙군사위 본회의까지 대남 전달 살포나 확성기 방송 등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예비회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언제든 대남 공세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1일 오후부터 전방 지역의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 재설치 작업에 나서 철거작업에 들어가기 전 30여 곳에 확성기를 들여놓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또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전단 1천200만 장과 여러 살포 수단을 준비해 놓고 있다며 한국을 향한 살포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