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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대북제재 위반 싱가포르 사업가 지명수배…법무부 적극 행보 주목


미국 워싱턴의 연방 법무부 건물.
미국 워싱턴의 연방 법무부 건물.

미 연방수사국(FBI)이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전격 기소된 뒤 행방이 불분명한 싱가포르인 사업가를 지명수배 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대북 제재 위반자 등에 대한 미 법무부의 조치는 형사와 민사 소송 외에 벌금 부과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궈기셍(Kwek Kee Seng) 씨에 대한 수배전단지를 공개했습니다.

이 수배전단지에는 생년월일(1959년 11월 19일)과 키, 몸무게 등 신상정보와 함께 궈 씨의 사진 2장이 실렸습니다.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FBI의 추적을 받고 있는 궈기셍 씨의 수배전단지.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FBI의 추적을 받고 있는 궈기셍 씨의 수배전단지.

FBI는 궈 씨의 혐의를 요약한 부분에서 그가 북한과 사업을 하고, 제재 대상 서비스를 북한에 제공해 미국의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위반 혐의 등으로 수배됐다면서, 궈 씨의 행위는 북한의 핵 확산 프로그램을 가능케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궈 씨에 대한 정보가 있는 사람은 지역 FBI 사무실이나 가까운 대사관 또는 영사관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앞서 미 뉴욕남부 연방검찰은 23일 싱가포르 국적자인 궈 씨를 기소하면서 그가 2018년 2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을 대리해 유류를 구매하고, 선박을 이용해 유류를 북한 선박 등에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궈 씨는 익명의 인물 등과 공모해 중국에 등록된 위장회사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2천 734t급 유조선 ‘커리저스' 호를 구매해 북한 선박에 환적을 하거나 직접 유류를 북한으로 운송했습니다.

검찰은 궈 씨에 대한 형사기소와 별도로 ‘커리저스’ 호에 대한 민사 몰수소송도 이날 함께 제기했습니다.

다만 행방이 불분명한 궈 씨와는 달리 커리저스 호는 캄보디아 당국에 억류된 상태로,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운항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검찰은 최근 형사와 민사 등 다양한 법적 조치를 통해 대북 제재 위반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2일에는 2019년 미 법원에 기소돼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됐던 북한 사업가 문철명이 미국에 공식 인도됐습니다.

문철명은 북한 국적자가 미국에 인도된 첫 사례로, 돈세탁 등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대 1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밖에 올해 2월에는 박진혁을 비롯한 북한 해커 3명에 대한 기소장이 미 법원에 제출됐고, 이보다 앞선 지난해 9월엔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하던 또 다른 북한 국적자 리정철과 리유경 등 3명이 금융사기와 자금세탁 공모 등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미 검찰은 지난해 5월에는 ‘조선무역은행’ 관계자 등 북한 국적자 28명과 중국인 5명을 대거 기소하면서, '긴급경제권한법’과 ‘대량살상무기 확산제재법’, ‘국제돈세탁’, ‘은행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한 바 있습니다.

이밖에 중국의 통신기업인 화웨이의 창업자 딸 멍완저우 부회장과 미국의 암호화폐 전문가 버질 그리피스 씨, 싱가포르의 대북 사업가 탄위벵 등 북한과 관련한 불법 행위로 미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만 10건이 넘고, 기소된 인물도 50명을 넘습니다.

북한 선박 ‘커리저스’ 호처럼 검찰이 민사소송을 제기해 몰수를 추진 중인 대북 제재 위반 자산 등도 10건 내외로 추산됩니다.

특히 지난해 검찰이 소송을 제기한 2건의 대북 제재 위반 관련 자금 약 300만 달러와, 북한 해커들이 암호화폐 거래소 등을 탈취해 얻은 수익금이 예치돼 있는 계좌 약 400개는 법적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돼 올해 안에 최종 몰수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검찰이 대북 제재 위반 기업에 대한 소송 대신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미 검찰과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 등은 종종 제재 위반 행위가 포착된 기업과 개인에 대해 형사기소 대신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이 때 각 기업 등은 기소를 유예 받는 조건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본사를 둔 금융서비스 업체 ‘비트페이’가 북한 등 제재 대상 국가들에 결제서비스를 제공한 혐의를 인정해 50만 7천 달러의 벌금 납부에 합의했습니다.

또 1월엔 인도네시아 소재 제지업체 'PT BMJ' 사가 북한 '대성무역총회사'에 담배종이를 수출한 혐의로 101만 6천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 7월 이후 미 법무부가 벌금을 부과한 기업만 5개, 벌금 총액은 약 299만 6천 달러에 달합니다.

미 검찰과 연방수사국(FBI) 등이 대북 제재 위반 행위와 관련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건 법무부의 의지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존 디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북한의 불법 행위 근절 도구의 하나로 법무부의 조치가 활용되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녹취: 디머스 차관보] “The big change is the shift from counter terrorism work to the nation state trheats..."

법무부 내 국가안보 부서가 테러 대응에 초점을 맞췄던 2006년 설립 초기와 달리 현재는 러시아, 이란, 중국, 북한 등 4개 적대국이 야기하는 위협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겁니다.

앞서 미국의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있어 다른 부처들보다 더 자유롭다면서, 정치 상황과 상관없이 관련 증거가 포착되면 제재 위반 행위에 법적 조치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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