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법무부가 대북제재 위반 기업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7개월 간 총 5개 기업이 300만 달러에 육박하는 벌금액에 합의했는데, 미 법무부가 대북제재 이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제재 위반 행위가 적발돼 미 정부에 벌금을 납부하기로 합의한 기업은 2015년 이후 모두 8개입니다.
이중 지난 1년 사이 벌금을 내기로 합의한 기업은 절반이 넘는 5개. 그만큼 최근 들어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벌금을 부과받는 기업이 크게 늘었습니다.
미 법무부와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 등은 종종 제재 위반 행위가 포착된 기업과 개인에 대해 형사 기소 대신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이 때 각 기업 등은 기소를 유예 받는 조건으로 이를 수락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일에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본사를 둔 금융서비스 업체 ‘비트페이’가 북한 등 제재 대상 국가들에게 결제서비스를 제공한 혐의를 인정해 50만7천 달러의 벌금 납부에 합의했습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14일에는 인도네시아 소재 제지업체 'PT BMJ'사가 북한의 '대성무역총회사'에 담배 종이를 수출한 혐의로 101만6천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습니다.
그 밖에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Amazon)과 아랍에미리트(UAE)의 담배필터 제조업체인 ‘에센트라 FZE’,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소재 수출입업체 ‘양반’ 등이 지난해 7~8월 사이 미 법무부와 벌금에 합의한 기업들입니다.
특히 아마존의 경우, 북한 등 제재 대상 국가들의 해외 공관에 물건을 판매한 혐의를 받아 벌금 납부에 합의했으며, ‘양반’은 동남아 일대에서 대북 제재 회피 목적의 자금세탁에 공모하고, 미국의 대리은행들을 속인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 5개 기업에게 부과된 벌금 액수는 약 299만6천 달러에 이릅니다.
이는 현재 공개된 기업들의 벌금액만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수사나 관련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까지 합칠 경우, 대북제재 위반으로 인한 벌금 액수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 법무부는 지난 몇 년간 대북제재 위반과 관련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 행정부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임 트럼프 행정부 때 미-북 정상회담 등 미국과 북한이 대화 분위기를 만든 이후, 재무부와 국무부 등은 과거에 비해 대북 제재 위반자들에 대한 제재 대상 지정 등의 조치를 크게 줄인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법무부는 연방검찰과 연방수사국(FBI) 등을 내세우며, 민사와 형사 소송과 벌금 부과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대북제재에 대한 이행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지난해에만 법무부의 대북제재 관련 조치는 북한 ‘조선무역은행’ 직원 등에 대한 대규모 기소와 대북제재 위반 중국 기업 등에 대한 민사소송 등을 포함해 최소 10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처럼 대북제재와 관련해 법무부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 존 디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북한의 불법 행위 근절 도구의 하나로 법무부의 조치가 활용되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녹취: 디머스 차관보] “The big change is the shift from counter terrorism work to the nation state trheats..."
법무부 내 국가안보 부서가 테러 대응에 초점을 맞췄던 2006년 설립 초기와 달리 현재는 러시아, 이란, 중국, 북한 등 4개 적대국이 야기하는 위협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겁니다.
앞서 미국의 전문가들도 법무부가 행정부의 정책적 방향에 있어 다른 부처들보다 더 자유롭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관련 증거가 포착되면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법적인 조치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 정책국장입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So I think that's the reason for, that's why we haven't seen as many…”
전통적으로 법 집행은 정책 영역과 분리돼 있는 것은 물론 정책 결정에 전혀 반응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는 겁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따라서 (법 집행은) 정책입안자들이 켜고 끌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법무부의 조치도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