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반북단체 `자유조선’의 크리스토퍼 안 씨 측이 사건 배후에 미국 정부나 북한이 있을 수 있다며 검찰에 관련 증거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자유조선’은 북한에 의해 암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구출한 단체로 알려져 있는데, 김한솔이 현재 미 중앙정보국(CIA)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혐의로 체포된 크리스토퍼 안 씨의 변호인이 지난달 법원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담은 문건을 제출했습니다.
안 씨의 변호에 필요한 주요 증거들을 검찰이 넘겨주지 않고 있고 해당 증거의 존재 여부 조차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검찰이 협조하도록 재판부가 명령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앞서 안 씨가 소속된 반북단체 ‘자유조선’은 지난해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해 직원 등을 결박하고 협박한 혐의로 스페인 수사 당국의 추적을 받고 있습니다.
안 씨는 이 중 유일하게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현재 스페인 송환 여부를 결정짓는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변호인이 검찰 측의 ‘증거’를 요구하며 제출한 문건에는 흥미로운 주장도 담겨있습니다.
미 검찰이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증거에 북한인들도 당시 습격 사건에 동의했다는 점과, 미 정부가 암묵적이든 명시적이든 ‘자유조선’의 습격을 승인했다는 점 등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변호인의 주장은 당시 `자유조선’의 습격 사건에 미국 정부, 심지어 북한 측의 승인이나 동의가 있었다는 것으로,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큰 파장이 일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미 검찰은 반박서류를 통해 `자유조선’ 측이 주장하는 증거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며칠 후 재판부도 결정문을 통해 변호인이 요구한 총 10개 증거 항목 중 1개에 대해서만 공개를 허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가 공개를 허가한 1건의 증거는 미 수사당국이 엿들은 북한 당국자들 사이의 교신으로, 여기에는 `자유조선’의 습격 사건이 강제적인 침입이 아니었거나 북한대사관 측 목격자들이 말을 바꿔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해당 증거 등이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변호인이 해당 증거자료 등을 받았는지 여부 등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건 배후에 미국 정부 혹은 북한 측 관계자가 있는지 여부 등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앞서 `자유조선’은 이번 사건에 대해 “북한대사관 직원의 망명을 돕기 위해 들어간 것”이었다고 주장했고, `자유조선’ 관계자 등이 체포돼 스페인으로 송환될 경우 북한에 의해 암살될 위험이 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자유조선’은 최근 조성일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탈북을 돕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카이자 살해된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구출해 신변보호를 한 단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남은 지난 201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북한 요원들의 사주를 받은 외국 여성들의 독극물 공격으로 살해됐습니다.
김한솔은 김정남 살해 사건 약 3주 뒤 유튜브 영상에 등장해 `자유조선’의 전신인 ‘천리마민방위’를 이끄는 에이드리언 홍 창 씨 등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바 있습니다.
[녹취: 김한솔 (지난 2017년)] “My father has been killed few days ago. I am currently with my mother and sister. And we are very grateful to Adrian for his help….”
아버지인 김정남이 살해된 뒤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있으며, 자신들은 홍 창 씨에게 매우 감사한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키 김 씨는 16일 미국의 주간지 ‘뉴요커’ 기고문에서 2017년 `자유조선’이 김한솔의 가족을 구출한 과정을 소개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김 씨는 스페인 습격 사건 이후 홍 창 씨를 뉴욕 맨해튼의 한 식당에서 만났고, 이후 연락을 주고받으며 관련 사건들의 자세한 내용 등을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르면 김정남 살해 사건 당시 마카오에 거주하던 김한솔은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들은 직후 홍 창 씨에게 연락해 마카오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홍 창 씨는 김한솔과 모친, 여동생이 타이완 공항에서 크리스토퍼 안 씨와 만나도록 주선했고, 김한솔 가족이 머물 수 있는 3개 나라와 협의 끝에 1개 나라로부터 허락을 받아 김한솔 가족 등에게 네덜란드로 향하도록 했다는 겁니다.
수키 김 씨는 김한솔과 가족들이 다음날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에게 인계된 뒤 이들이 함께 네덜란드 스히폴 국제공항으로 갔다며, 김한솔이 CIA의 보호 아래 있다는 점을 암시했습니다.
김 씨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CIA가 김한솔과 그의 가족을 어디론가 데려갔지만 그 곳이 네덜란드인지 혹은 다른 나라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