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시 호전적 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이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의미있는 행동을 취하지 않고 계속 관련 역량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사령관은 9일 “북한이 미국과 우방에 중대한 안보 위협을 제기한다”며 “한반도 핵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가장 당면한 위협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역을 앞두고 있는 데이비슨 사령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데이비슨 사령관은 “북한은 동맹과 미 본토를 위협하는 사이버 작전 뿐 아니라 핵무기와 운반체계 등 대량살상무기와 비대칭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며, 비핵화를 위한 의미있는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서 계속 관련 역량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핵 모라토리엄 더 이상 얽매이지 않아…호전적 태도 강화”
특히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미국에 대한 호전적인 자세를 다시 취하고 있다”면서 “2019년 12월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에 대해 취했던 유예 조치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겠다 선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올해 초에는 핵무기 강화를 다짐하면서, 전술 핵무기와 극초음속 운반체 개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정확성과 준비태세 등 신무기 현대화 목표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아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보복 위협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이 호전적인 태도를 강화했다면서, “지역 긴장을 조장하는 도발적 행동을 기꺼이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2018년에 맺은 포괄적 군사협정을 한국이 일방적으로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미한 관계 축소 주장을 반복하면서 한국에 대한 도발적 입장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의 불법 선박환적과 관련해선 상당수 불법 활동이 중국 영해나 그 부근에서 일어나고, 최근 중국, 러시아의 느슨한 제재 이행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 해외 노동자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규정된 본국 송환 시한을 넘겨 불법이나 비자의 허점을 통해 중국, 러시아 등 전 세계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밖에 악의적 사이버 활동은 북한의 중요한 수입원이라며, 이를 무기 개발에도 전용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잭 리드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추격하는 도전인 중국과 더불어 단기적 관점에서 위협인 북한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한반도 정세 평가와 대응 전략을 공유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리드 군사위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김정은 위원장이 몇 주 또는 몇 달 내에 바이든 행정부를 시험하기 위해 도발적 행동을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북한의 도전은 동맹, 특히 한국과 일본과의 단합된 전략을 통해서만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 리드 위원장] “Many observers believe Kim Jong Un may seek to test the Biden administration with provocative actions in the coming weeks, or months. The challenge posed by North Korea can only be addressed through a unified strategy with our allies in particularly South Korea and Japan…I look forward to hearing your assessment of the security situation in the Korean Peninsula and your assessment of what more can be done to effect the change in North Korea's course.”
리드 위원장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역내 동맹과의 연결망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태국과의 관계를 재활성화하고 있는 점은 안정되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보장하기 위한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이 가장 큰 위협…효과적 억제력 배치 태세 보완 필요”
“한국 등 전진기지-본토 순환배치 조합 통한 배치태세 조정”
이에 대해 데이비슨 사령관은 미 국방부가 최우선 안보 위협으로 분류한 5개 가운데 4개가 이 지역에 있다며, 중국, 러시아, 북한, 극단적 폭력주의 조직들을 지목했습니다.
특히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이 21세기 가장 큰 전략적 위협이라며, 가장 큰 위험은 중국에 대처하기 위한 재래식 억제력이 쇠퇴하는 상황을 악용해 중국이 계속 역내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비슨 사령관은 의회가 올해 국방예산에 태평양억제력구상(PDI) 항목을 신설해 22억달러를 추가로 배정한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미국이 계속 역내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것이라고 안심시키는 동시에 우방들의 자체 국방예산 증액을 유도하는 효과도 낳았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한국, 호주를 꼽았습니다.
공화당 댄 설리번 의원은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A2/AD) 전략에 따라 취약성이 증대된 것과 관련해 배치태세 조정에 대한 계획을 물었습니다.
데이비슨 사령관은 항구적 주둔기지가 있는 일본, 한국, 괌 등에 전진 배치된 병력의 활용과 하와이, 알래스카에 있는 미 본토 병력의 순환을 통해 배치태세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녹취 : 데이비슨 사령관] “A more dispersed design and posture in the region is going to be required in order to achieve the positional advantages that we seek and that's done through permanently based forward deployed forces, Japan, Korea, Guam and elsewhere in the theater and the use of CONUS base forces in Hawaii, Alaska forces that will rotate through the theater.”
“HDR-H,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 위해 반드시 필요”
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등을 포함한 현재의 역내 미사일 방어 구조는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추세를 고려할 때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며, 괌 등의 기지는 360도 방향을 모두 방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 마지에 히로노 의원은 2023년까지 하와이에 실전 배치될 본토 방어 레이더 (HDR-H)가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의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하와이를 보호할 수 있다고 평가하는지 물었습니다.
데이비슨 사령관은 “물론”이라고 답하며, “HDR-H의 배치는 전반적인 지상기반 요격기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동시에 향후 북한의 역량 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총체적 본토 방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데이비슨 사령관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된 역내 집단안보구상 ‘쿼드’와 관련해서는 단순히 안보 문제를 넘어선 기구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안보적 관점에서 일본을 역내 최고 동맹으로 간주한다며, 일본 자위대의 상륙전 역량격차를 줄이는 것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