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4일로 마무리된 나흘간의 방한 기간 중 한국 정부와의 협의 외에 한국 언론매체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미-한 연합훈련에 반발하고 있는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기 위한 상황 관리에 주력한 행보였다는 평가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24일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과 조찬 회동을 갖고 최근 북한의 태도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공유했다고 한국 통일부가 밝혔습니다.
두 사람은 미-북, 남북 대화와 협력을 조속히 재개해 남북관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 등 미-한 공동의 목표를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지난 21일 한국을 찾은 성 김 대표는 22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만났고 23일 오전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미-한 북 수석대표 협의를 가졌습니다. 또 23일 오후엔 최영준 통일부 차관과 고위급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이처럼 한국 고위 관리들과의 잇단 협의를 가지면서 미-한 연합훈련이 순수한 방어적 성격의 훈련임을 거듭 강조하고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특히 이번 방한 기간 중 한국의 언론매체를 통해 미국의 대북 협상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23일 한국방송공사, ‘KBS’와의 인터뷰에서 미-한 연합훈련 중 방한한 이유와 관련해 “북한에 있는 우리의 친구들에게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또 “우리는 북한에 중요한 사안들을 포함한 모든 범위의 문제들과 관심사들을 다룰 용의가 있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상당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북 정상 간 친서 교환 가능성에 대해선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북한과의 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여러 조처에 대해 매우 전향적이고 창의적이며 유연하고 열린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고 답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미국이 북한에 대화 유인책을 제시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선 “먼저 마주 앉아 앞으로 갈 길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며 “언제, 어디서나 전제조건 없이 북한 측 대표와 만날 뜻이 있음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성 김 대표가 이번 방한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표명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홍 박사는 하지만 북한이 대화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주장하고 있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유지함으로써 미-한 연합훈련에 반발해 모종의 도발 의사를 내비친 북한을 자제시키기 위한, 상황 관리에 주력한 행보였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북한이 요구했던 의제와 관련해서도 상당히 포괄적 대화가 가능함을 다시 한 번 확인했고 과거 미국 정부가 북한과 합의했던 내용들을 적극적으로 향후 북한과 논의할 수 있고 그 연속선상에서 향후 이행도 가능하다는 것을 아주 적극적인 메시지를 통해서 밝혔다는 것은 향후 북한의 소위 강공 드라이브가 지나치게 되돌이키기 힘든 지점으로 가지 않도록 상당 부분 관리하기 위한 의미로 보입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성 김 대표가 한국 정부와 대북 인도적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를 했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지원에 미국이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23일 노규덕 본부장과 보건과 감염병 방역, 식수, 위생 등 가능한 분야의 대북 인도적 협력 방안과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또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의 24일 조찬 회동에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현욱 교수입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미국이 허용하는 수준의 인도적 지원이라는 것은 북한 입장에선 받아 봤자 미국이나 한국의 위상만 높여주고 생색내게 하는 그런 꼴만 허용해주는 것이고 그것을 받았다고 해서 특별히 경제난을 회복한다든지 내부 상황을 좋게 만드는 그런 정도의 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다지 찬성 또는 환영할 정도의 지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성 김 대표가 이번 방한 중 발신한 대북 메시지로 미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사실상 회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대중국 견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극복 등 산적한 과제에 최근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함락 사태까지 겹치면서 북한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를 스스로 원치 않는 전략적 인내의 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나름대로 바이든 행정부가 최대의 유연성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준비를 했는데 거기에 대해서 북한이 들어볼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북한이 적대시 정책을 먼저 철회하라고 요구하는데 도대체 그것이 뭐냐 구체적으로,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북한이 직접적으로 미국과 소통할 부분이 있는 거죠. 그 소통이 안된 상태에서 미국한테 일방적으로 조치를 취하라고 하면 그건 미국이 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한편 노규덕 본부장은 24일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 겸 6자회담 수석대표와 한-러 북 핵 수석대표 협의를 가졌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노 본부장은 안정적 상황 관리와 북한의 대화 복귀 견인을 위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고, 모르굴로프 대표는 한반도와 역내 정세 안정의 중요성, 그리고 미-북, 남북 대화를 포함한 관련국 간의 조속한 대화 재개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모르굴로프 대표의 방한은 2018년 12월 이후 약 2년 8개월 만이며 노 본부장 취임 이후 첫 대면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입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러시아는 결국 자국의 영향력 확대가 동북아 지역에서의 궁극적 목표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북-중-러 협력만 하지 않는다, 한국과도 협력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의미가 큰 거죠.”
성 김 대표는 나흘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24일 한국을 떠났고, 모르굴로프 대표는 25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예방하고 최영준 차관과도 협의를 가질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