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 문제로 남북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정치국 회의를 열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회의 결과엔 민생 문제만 있고 대남 관련 언급은 없어 김 위원장의 `애민 행보’를 선전하는 데 초점을 맞춘 행사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8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가 6월 7일 진행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선 나라의 자립경제를 발전시키고 인민들의 생활을 향상하기 위한 일련의 중대한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보도는 지난달 24일 당 중앙군사위 제7기 제4차 확대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노출한 지 15일 만입니다.
회의에선 최근 남북 간 갈등 요인으로 급부상한 대북 전단 등 대남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대남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채 화학공업 발전과 평양시민 생활 향상 방안 등 민생 논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통일전선부가 잇달아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는 담화를 발표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폐 등 남한을 압박하고 나선 것과는 대비되는 움직임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이 대남 비난에 직접 나서지 않고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면서 남북관계에도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정은의 특징을 보면 대미 대남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삼가하는 경향이 있고요. 결국 대남 비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의도는 남북관계 파괴가 아니라 남북관계에서 원하는 것을 달라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남북관계 여지는 남겨둔 거라고 봐야죠.”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도 향후 대남 대미 관계를 둘러싼 상황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 김 위원장이 직접적인 관여를 피하는 것일 수 있다며, 대남 관계에 관한 한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에게 일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2018년에 있었던 남북 간 여러 가지 합의들을 하나하나 재검토하는 과정에서의 책임자도 당연히 김여정이 되는 것이고 좋게 해석하면 최종적으로 김정은을 유보적 카드로 남겨놓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일 수도 있겠죠.”
‘조선중앙통신’은 회의에서 석유 대신 북한에 풍부한 석탄을 원료로 활용하는 ‘탄소하나화학공업’과 국산 원료를 활용한 카리 즉, 칼륨비료공업 창설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화학공업과 농업에 쓰일 비료 등 자력갱생을 위한 핵심 분야에서 북한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특히 이번 회의에서 평양시민의 생활보장을 위한 시급한 문제들을 다룬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핵심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회의에는 지난 4월 11일 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후보위원으로 복귀한 김 제1부부장이 참석했습니다.
김 제1부부장의 좌우에 김정관 인민무력상과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앉았고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군 총참모장, 최부일 당 군사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등도 자리를 채웠습니다.
지난 2월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당 조직지도부장에서 해임된 리만건도 회의석상에 등장했습니다.
리만건이 4월 당 정치국 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이번 당 정치국 회의 등의 보도 사진에 계속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 직책에서만 해임되고 정치국 위원 자격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