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의 국회 비준과 남북 국회회담 추진을 촉구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오늘(16일) 국회에서 북한의 대남 공세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 의지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멈춰서는 안 된다며 대화만이 남북 간 신뢰를 키우는 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16일 열린 21대 국회 개원식 연설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어렵게 만들어낸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의 성과들이 미완성이고 아직까지 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남북이 합의한 ‘전쟁불용’,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의 3대 원칙을 함께 이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회가 한반도 평화의 불가역성을 담보해달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역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들의 ‘제도화’와 사상 최초의 ‘남북 국회회담’도 21대 국회에서 꼭 성사되길 기대합니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성과의 제도화를 언급한 것은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해 발표한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의 국회 비준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이산가족 상봉, 상호 적대행위 금지 등을 담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 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문 대통령이 대화를 기초로 남북협력을 지향하는 기존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국회 여당 의석수가 전체의 3분의2 가깝게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활용해 북한의 대남 공세로 교착국면에 놓인 남북관계 돌파구를 국회의 역할을 통해 찾아보려는 의지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3차 미-한 정상회담 얘기가 나오고 있고 내년이면 한국도 대선 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문 대통령으로선 지금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한국에 적대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의 요구는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이행하라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정상 간 합의가 국회에서 비준되면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적으로 우세한 집권여당이 주도권을 쥐고 문 대통령이 촉구한 남북 국회회담 추진에 나설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럴 경우 북한이 응할 지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이 나옵니다.
조한범 박사는 경제난으로 내심 남북협력을 바라고 있는 북한이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내세워 회담에 응하면서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관철하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가능성은 있죠. 왜냐하면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남북협력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약속을 해달라는 거거든요. 국회회담은 그렇게 보면 북한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여건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굳이 이걸 거부할 이유는 없죠.”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대남 공세를 일시 보류한 북한이 회담 제안이 있다고 해도 당장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과 같은 경우엔 사실 삼권분립이 돼 있는 게 아니고 결국 김정은 위원장의 뜻에 달려 있는 건데 정부 대 정부 간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입장에서 지금 당장 국회회담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 결국 한국 정부가 연합군사훈련이라든가 이런 부분에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확인하면서 북한이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신 센터장은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교착 상태를 풀려는 강한 의지를 거듭 보이면서 국회의 협력을 촉구했지만 한국 보다는 미국과의 대화 진전을 통해서 돌파구를 만들려는 북한의 셈법 상 문 대통령의 의도에 호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