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핵 협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자적 접근법에서 벗어나 한국과 중국 등 유관국이 참여하는 다층적 접근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비핵화가 경제∙외교 사안과 연계돼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습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군사분야 전문 랜드연구소가 최신 보고서에서 미-북 핵 협상의 실패 요인을 해결하고, 협상 성공 가능성을 높일 새로운 다층적 접근법을 제안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 연구소 라피크 도사니 아태정책국장은 27일 VOA에, 보고서의 주요 목적은 지금까지 진행된 미-북 협상이 실패한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사니 국장은 또 `대북 관여: 포트폴리오 기반 접근법’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실패 경험에 대한 분석뿐 아니라 관련 상황이 바뀌고 있는데 대한 인식을 토대로 핵 협상을 진전시킬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도사니 국장] “The main purpose of the report is to explain why previous efforts at negotiating agreements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North Korea failed and to identify what could be done going ahead, [using the experiences of failure while recognizing that circumstances have changed].”
보고서는 지금까지 미-북 협상은 목표에 관한 의견 불일치, 국내외의 국가∙비국가 행위자로부터의 불충분한 지지, 신뢰 구축 체제 사용 실패 등 3가지 주요 실패 요인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협상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미-북간 정상외교 외에 6개 요인이 다층적으로 포함돼야 한다며, 이를 ‘포트폴리오 접근법’으로 명명했습니다.
보고서는 핵 협상에서 국내외의 불충분한 지지를 해결하기 위해 미-북 양국과 국익을 공유하는 유관국을 참여시켜야 한다며 한국과 중국을 지목했습니다.
또 협상 과정에 참여하는 국가의 ‘국내 이해관계자의 선호도’ 역시 포함될 요소라면서,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의회 등 국내 이해관계자들의 승인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이런 측면에서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는 실패였다며, 의회의 자금 거부로 양국이 합의한 대북 중유 지원이 종종 지연된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협정 이행 기반을 약화시키는 움직임을 견뎌낼 수 있는 국내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향후 핵 협상에서는 유관국들에 의해 과거에 합의된 사안 중 의회 등 외부 변수의 영향을 받지 않고 미-북 양국과 유관국이 직접 실행할 수 있는 ‘명백한 약속(hard commitment)’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도사니 국장은 지난 2년간 미-북 협상이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한 이유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며, 국내외 이해관계자 참여 등 핵 협상에 필요한 요인들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꼽았습니다.
[녹취: 도사니 국장] “You can see [from our analysis] that it is becoming more and more obvious why the last two years of [bipartite] negotiations didn't really lead to anything. This is because most of these [necessary] elements were missing.”
보고서는 또 협상 당사자들의 ‘협상 목표에 대한 사전 합의’를 성공 조건으로 제시하며, 이것이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한(critical)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협상 목표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는 협상자들이 상대방의 이익과 목표를 희생시키고 자신의 이익과 목표만 ‘강요’하게 되며, 결국 이 것이 과거처럼 실패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또 향후 핵 협상에서 인도주의∙경제 지원, 민간 교류 등 경제∙외교 사안을 안보 문제와 연계해 논의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도사니 국장은 특히 북한의 열악한 경제적, 사회적 상황을 고려할 때 경제적 사안에 관한 논의가 핵 협상의 일부로 함께 논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도사니 국장] “Given its dire economic and social conditions, achieving some success in its negotiation with the U.S. on [economic] issues has to be part of any denuclearization negotiation and has to be linked to it.”
보고서는 향후 핵 협상에 포함돼야 할 마지막 요소로 신뢰 구축 체계를 들면서, 이런 측면에서 ‘행동 대 행동의 단계적 접근법’과 ‘행동계획의 검증 가능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6명의 전문가 패널이 국내적 지지 등 핵 협상에 포함돼야 할 6가지 요소를 적용해, 유관국들이 향후 제안할 수 있는 ‘행동계획(Action Plan)’을 선별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투자 현황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처럼 외교∙경제∙안보 분야의 행동계획을 조합한 3가지 포트폴리오를 제안했는데, 유관국들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이 담겨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영변 핵시설 부분 폐기에 상응해 유관국들이 사회기반시설 건설 지원과 섬유 수출을 허용하는 부분적 해제로 대응하는 것을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한국과 중국 등 유관국들이 향후 합의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대북 경제 지원 등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