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등 서방국들과 중국·러시아 사이에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인식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자국이 북한의 위협에 잘 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미국, 인도, 러시아, 중국 모두 긍정적인 응답이 80%를 넘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안보 포럼인 ‘뮌헨안보회의’는 최근 발표한 ‘뮌헨안보보고서2021’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평가에서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 큰 격차가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59%, 일본인 62%가 북한을 위협으로 인식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에선 북한을 위협으로 인식한 응답자가 각각 32%와 26%에 그쳤습니다.
또 미국인과 인도인 각각 42%, 일본인 53%는 향후 1년간 북한의 위협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면 중국인은 17%, 러시아인은 11%만이 이런 전망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미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등 12개 조사 대상국 중 9개 나라가 북한을 위협국으로 지목했고, 중국, 인도, 러시아 등 3개국 만이 북한을 동맹국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세계 주요 12개국 국민들 가운데 56%는 앞으로 1년간 북한의 위협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위협이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30%에 그쳤습니다.
또 ‘자국이 북한발 위협에 잘 대비하고 있는가’라는 항목에서는 미국, 인도, 러시아, 중국 모두 긍정적인 응답이 80%를 넘었습니다.
이밖에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인도 53%, 일본 41%, 남아프리카공화국 40%, 미국 35%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같은 결과는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등 주요 7개국(G7)과 중국,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브릭스(BRICS) 5개국 등 12개국의 1만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 조사를 바탕으로 나왔습니다.
국가별·영역별 위협, 향후 1년간 위협 증감 전망, 위협 현실화 가능성, 위협에 대한 각국의 대비 등 4개 항목에 대해 0~10 점수를 매기고 이를 백분율로 환산했습니다.
미국인들은 ‘사이버공격’, ‘중국’, ‘정치적 양극화’, ‘코로나 팬데믹’, ‘적으로부터의 가짜뉴스’ 등의 순으로 위협을 꼽았습니다.
‘북한’은 30개 항목 가운데 ‘기후변화’와 함께 15번째로 지목됐습니다.
중국인들은 최대 위협을 ‘미국’으로 지목하고 ‘기후변화’, ‘침략자에 의한 생물무기 사용’, ‘사이버 공격’, ‘코로나 팬데믹’ 등을 상위 위협으로 꼽았으며, 북한은 가장 낮은 순위에 올랐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 가능성도 주목했습니다.
보고서는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국으로 부상하고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권위주의적 도전이 증가했다”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이 “강대국 대결과 조직적인 경쟁의 핵심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인도 등 역내 기존·신흥 강국의 결정과 궤적이 저울의 추를 한쪽으로 쏠리게 할 수 있다”며 “미국으로서는 이곳에서 관여를 늘리고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2월 뮌헨안보회의 화상연설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에 “중국과의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을 위해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You know, we must prepare together for a long-term strategic competition with China…Competition with China is going to be stiff. ”
보고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은 이미 “세계 최대의 무기 시장”으로 “군사력과 잠재적 분쟁의 중심지”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중국의 국방예산 증가, 군 현대화와 더불어 동남아시아 대부분 국가가 국방 예산을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 지역을 “ ‘제2의 핵 시대’에서 핵 억제력과 위험의 원점(ground zero)”으로 인식하는 일부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계속되는 핵 개발로 인해 일본과 한국에서 '핵무장론'에 대한 금기가 과거보다 약화되고 있으며, 일본과 한국, 심지어는 타이완의 핵 무장화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1963년 창설된 뮌헨안보회의는 국가원수, 장관,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 주요 인사 등이 국제안보와 관련한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안보 분야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립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