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북한이 국경을 폐쇄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선박과 항공기들의 운항이 급감한 가운데, 유조선들이 유류 항구를 지속적으로 드나든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24일 북한 남포의 유류 항구 일대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 대형 유조선 한 척이 보입니다.
유조선이 위치한 곳은 육지에서 약 150m 떨어진 바다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지난해 이 지점에 수중 파이프로 연결된 해상 유류 하역시설이 있다고 지목한 곳입니다.
이 대형 유조선은 하루 전인 23일만 해도 이 지점에 없었습니다. 대신 다른 유조선이 이 지점에 머물고 있는 장면이 위성사진에 촬영됐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2월과 3월 두 달간 이 지점에 정박한 선박을 세어본 결과, 구름 등에 가려진 날짜를 제외하고 최소 7척이 확인됐습니다.
또 해상 유류 하역시설이 아닌, 육지와 맞닿아 있는 일반 유류 하역 부두에도 또 다른 7척의 선박이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북한 선박들이 상당수 운항을 중단한 시기지만, 최소 14척의 유조선이 운항 흔적을 보인 겁니다.
앞서 VOA는 남포항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해 선박들의 움직임이 지난 두 달간 크게 줄어들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영국의 민간단체인 합동군사연구소(RUSI)도 2월 초까지만 해도 남포에 운휴 중인 선박이 50척이었지만 이후 지난달 132척으로 늘었다면서, 이런 현상을 신종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해석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위성사진을 통해 유류 항구와 이 항구를 드나드는 유조선들은 과거와 다름없는 모습이 나타난 겁니다.
지난 한 해 남포의 해상 유류 하역시설에서 발견된 선박은 최소 47척, 월 평균 4척으로 이번에 두 달간 같은 시설에서 발견된 7척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북한 내 정제유 등 유류 반입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유조선들의 움직임이 상한선 범위 내 유류를 운반하고, 적법하게 보고가 이뤄졌다면 제재 위반 논란은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북한의 유류 항구에 출입하는 유조선의 움직임을 제재 위반 행위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등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1월부터 5월 사이 북한 유조선들이 남포와 청진, 나진 등 북한의 유류 항구에 최소 89차례 드나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선박들이 공해상에서 이뤄지는 선박간 환적 방식으로 정제유를 공급받았다며 관련 위성사진 자료도 공개했습니다.
닐 와츠 전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 위원은 당시 VOA와의 인터뷰에서 선박간 환적은 북한이 연료를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This is the primary method in which they are…”
선박간 환적은 북한이 50만 배럴로 제한된 현 정제유 수입 제한 규정을 회피하는 ‘훌륭한’ 방법이라는 겁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휘발유 등 정제유를 생산하지 않는 북한의 입장에선 계속해서 유류를 들여와야 하고, 따라서 유조선들의 활발한 움직임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North Korea doesn’t produce petroleum so…”
그러면서, 북한 내 유류 가격이 올해 초 소폭 오른 것 외에 큰 변화는 없는 상태라며, 유류 부족 등의 현상은 없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다만 브라운 교수는 북한 내 유류가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으로부터 비싼 값에 유류를 구매하고, 제한된 양을 유조선을 통해 운반할 수 밖에 없는 비효율적인 수입 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