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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폼페오 ‘중국 위협’ 발언 비난…중국 편들기 노골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호텔 북경반점에서 부부동반 오찬에 앞서 환담하고 있는 모습을 북한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1월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호텔 북경반점에서 부부동반 오찬에 앞서 환담하고 있는 모습을 북한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1월 공개했다.

북한이 중국을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한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미-중 갈등이 경제 또는 군사적 전략 경쟁을 넘어 체제 경쟁으로 치달으면서 북한의 중국 편들기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국제부는 4일 중국을 현존하는 위협으로 규정한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을 ‘망발’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당 국제부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폼페오 장관의 지난달 31일 ‘폭스 뉴스’ 인터뷰를 언급하면서 폼페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 “사회주의를 영도하는 중국 공산당의 영도를 악랄하게 걸고 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대변인은 또 “폼페오가 다음 세기를 자유민주주의를 본보기로 하는 서방의 세계가 되도록 하겠다는 망발을 늘어놨다”며 “당이 영도하는 북한의 사회주의도 어찌해 보겠다는 개나발”이라고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군사적 역량 확충을 ‘위협’으로 규정하며, 서구 주도의 ‘다음 세기’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미-중 갈등이 경제와 군사 전략 경쟁을 넘어 체제와 이념 경쟁으로 치달으면서 북한의 `중국 편들기’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북 협상 교착과 대북 제재의 장기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경제 악화, 남북교류 단절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북한이 중국으로의 밀착 행보를 노골화하는 양상입니다.

북한은 홍콩 국가보안법 채택으로 미-중 갈등이 첨예하던 지난달 30일에도 외무성 대변인이 나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홍콩보안법 초안 의결을 합법적인 조치로 평가하고 중국 정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동당 국제부가 이번 담화의 주체로 나선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국제부는 사회주의 국가를 대상으로 당대당 외교를 주도하는, 특히 대중국 외교의 핵심 부서로, 김정은 집권 이후 부서 명의 대변인 담화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당 국제부 대변인 명의로 담화가 나온 것은 중국과의 사회주의 국가 간 이념적 연대를 과시하려는 것이라며,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 편들기를 가속화하려는 의지가 담긴 행동으로 풀이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도 북한이 홍콩보안법 지지에 이어 중국과의 이념 연대를 보다 확실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북한이 당 국가 체제인데 김정은 시대 들어서 당이 정상화되고 기능이 정상화되고 이런 차원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당에서 정책 결정의 주도권을 갖고 있고 또 북한과 중국 간 외교는 당대당 외교로 이뤄지기 때문에 당 국제부에서 나왔다는 것은 중국과 사전 소통을 하고 나온 결과로 봐야죠.”

북한의 중국 편들기 외교는 반미 공동전선이 구축되는 것에 힘입어 경제난을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19에 대응한 경제적 지원을 끌어내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미국의 대북 제재에 맞서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 정면돌파전을 선언했지만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 사태를 맞아 어려움이 한층 가중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신종 코로나 확산과 11월 대선 등으로 대북 협상 재개 보다는 현상유지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형국입니다.

북한은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업적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평양종합병원 등 내부 자원을 총동원하며 추진 중인 여러 중요 국정건설 과제들을 성공하려면 자재와 설비 구입 등 외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중 갈등이 체제 경쟁으로 격화되면서 중국의 대북 지원이 예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미-중 관계가 악화돼 있고 또 사실상 전략 경쟁 이상의 신냉전 구도로 갈 경우엔 오히려 중국이 대북 관련해서 행동이 더 과감해지고 확실해질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아마 북한도 그런 부분을 어느 정도 기대하고 담화를 내놓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홍 실장은 신종 코로나 확산과 백인 경관의 검거 과정에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태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는 점도 북한의 친중 행보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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