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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무부 "북한 등 불량국가 가상화폐 악용…사이버 공격, 제재 회피"


미국 워싱턴의 법무부 건물 (자료사진)
미국 워싱턴의 법무부 건물 (자료사진)

북한이 가상화폐를 이용해 자금 세탁, 제재 회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미 법무부 산하 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 등 불량국가들은 사이버 공격과 미국과 국제 제재의 영향력 약화 수단으로 가상화폐를 이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법무부는 가상화폐 보급과 이용 증가에 따른 ‘새로운 위협’과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제시한 첫 보고서에서, 북한 등 ‘불량국가’들이 가상화폐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 직속 ‘사이버-디지털 대책위원회’는 최근 공개한 ‘가상화폐: 법 집행 체계’ 보고서에 이같이 밝히며, 특히 “가상화폐 기술이 미국이 직면한 주요 범죄와 국가 안보 위협의 많은 부분이 발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북한, 이란, 러시아 같은 ‘불량국가’들이 “사이버 공격에 자금을 대고, 미국과 국제 제재의 영향을 약화시키며, 세계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가상화폐에 의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가상화폐는 국제 제재를 회피하고 전통적인 금융 시장을 약화시킴으로써 미국과 동맹국들의 이익을 해치는 골치 아픈 새로운 기회를 개인과 불량국가들에게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 보고서] “Likewise, cryptocurrency presents a troubling new opportunity for individuals and rogue states to avoid international sanctions and to undermine traditional financial markets, thereby harming the interests of the United States and its allies.”

이에 따라 가상화폐의 불법 이용이 궁극적으로 국가 안보까지 위협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가상화폐가 범죄 실행에 연루된 금융 거래, 금융 활동을 감추기 위한 수단, 거래소 탈취와 같은 가상화폐 시장 내 범죄행위 등 크게 세 가지 범주에서 악용된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은 이런 모든 범주에 해당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컴퓨터 시스템이나 내부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랜섬웨어 공격을 하고 이에 대한 피해 복구 비용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요구했다며, 2017년 ‘워너크라이 2.0 공격’을 주요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또 북한이 악성 소프트웨어(멀웨어)를 이용해 타인의 컴퓨터를 해킹하고 무단사용해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크립토재킹’ 수법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가상화폐 거래소와 지갑의 보안 취약점을 이용해 암호화폐를 절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관련 사례로 미 법무부와 재무부가 올해 3월과 8월에 공동 적발, 발표한 북한 당국의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 세탁과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을 제시했습니다.

미 사법당국은 3월 북한 라자루스 그룹이 2018년 절취한 가상화폐 돈세탁에 관여해 제재대상으로 지정된 중국인 2명을 형사 고발하고, 이들이 훔친 1억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에 민사 몰수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어 8월에는 북한 해커들이 탈취한 274만 달러 이상의 가상화폐가 분산 보관된 280개 계좌에 대해 몰수를 요청했습니다.

지난 2018년 6월 해킹 공격을 받은 한국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유엔 보고서 등은 공격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지난 2018년 6월 해킹 공격을 받은 한국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유엔 보고서 등은 공격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이런 사법 수사를 통해 가상화폐를 이용한 북한의 ‘매우 정교한 자금 세탁 기법’을 밝혀냈다며, 북한 해커들이 이용하는 주요 기술을 명시했습니다.

거래 경로를 숨기기 위해 탈취한 가상화폐를 다른 종류의 가상화폐로 변환하는 행위, 즉 ‘체인 호핑 (chain hopping)’을 수차례 걸쳐 사용한 혐의가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대규모의 절취된 가상화폐를 작은 단위로 쪼개 새로운 계좌로 분산 입금하는 ‘필 체인(peel chain)’방식을 통해 불법 행위를 숨기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블록체인 거래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제시 스피로 국장은 16일 VOA에, 북한의 가상화폐 탈취 규모가 이번 보고서에서 명시된 이란, 러시아 등 다른 불량국가들보다 크고 가상화폐 거래소 공격 성공률도 높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피로 국장] “I would say 'yes.' But I would say that I think that is because of scale and scope. So, I think the North Koreans, in relation to this illicit activity and the theft and hacking, have done far more of it…”

이와 관련, 전문가패널은 8월 제출한 연례 중간보고서에서 북한이 가상화폐 거래소 공격을 통해 기존 금융기관 탈취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가상자산서비스 제공업체 공격과 가상화폐 채굴이 북한에 수익성이 좋은 목표물로 남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가상화폐가 제재회피 수단으로 계속 악용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2018년 2월 설립된 사이버-디지털 대책위원회가 가상화폐 불법 행위에 대한 규제 이행 체계와 대응 전략을 나열한 첫 번째 보고서라는 점에서도 주목됩니다.

스피로 국장은 미 법무부의 관련 보고서 출간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스피로 국장] “I think that the more that is applied and the more knowledge that it's been given to the private sector as a result of this means it will be harder for bad actors like North Korean hackers to target and to steal funds from these exchanges and to then subsequently launder them as well.”

특히 민간 부문은 미 법무부, 자금세탁방지기구(FATF)등 관련 기관이 연이어 발간하는 지침서를 통해 가상화폐를 이용한 불법행위 식별과 규제 이행 등에 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결과로 북한같은 나쁜 행위자들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공격하고 자금을 세탁을 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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