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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새 국방상에 리영길 임명 가능성"…"김정은식 회전문 인사"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27주기를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일 0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27주기를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일 0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인사상 부침이 심했던 리영길을 새 국방상으로 임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핵심 권력층에 대한 실적 위주의 김정은식 ‘회전문 인사’가 잦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새 국방상에 리영길 전 사회안전상을 임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15일 북한 매체들이 지난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사망 27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내용을 보도한 사진 등을 언급하며 “당시 리영길의 도열 위치나 군복의 형태 등으로 미뤄 국방상으로 임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실은 참배 사진을 보면 리영길은 종전 사회안전성 제복 대신 대장 견장과 옷깃, 모자 테두리에 붉은색을 두른 군복 차림으로 섰습니다.

리영길은 이전엔 사회안전상을 맡았기 때문에 지난 1월 8차 당 대회 당시 공개된 사진에선 사회안전성 제복을 입었습니다.

리영길은 또 참배 사진에서 종전 김정관 국방상이 도열했던 둘째 줄의 권영진 군 총정치국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사이에 자리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고위 간부들의 태업을 질타한 뒤 군 서열 4위에 해당하는 국방상을 김정관에서 리영길로 교체한 것으로 보입니다.

리영길.
리영길.

리영길은 김정은 집권 이후 인사상 부침이 심했던 인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원도 최전방을 담당하는 5군단장 출신으로, 김정은 집권 해인 2012년 12월 상장 진급 후 단 8개월 만에 대장을 달고 군 총참모장에 취임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 2월 갑자기 총참모장에서 물러나면서 한국 정보기관에선 그에 대한 처형설까지 언급했습니다.

총참모부 작전총국장으로 강등된 사실이 북한 매체를 통해 뒤늦게 확인된 뒤 2018년에는 다시 총참모장으로 복귀했지만 이듬해 또다시 해임됐고 공식 석상에서도 1년 넘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평양시 군민연합집회 주석단에서 호명됐으며 올해 1월에는 노동당 정치국 위원이자 사회안전상으로 임명된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통일부는 리영길이 맡았던 사회안전상 자리에는 김정호가 복귀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때 김정관 전 국방상보다도 한 줄 앞인 셋째 줄에 상장 계급의 사회안전성 제복을 입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김정호는 2019년 12월 사회안전상 전신인 인민보안상에 임명된 후 지난해 9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과 관련한 지휘통제 능력 부족을 이유로 경질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김정호의 경우 10개월만에 제자리였던 사회안전상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핵심 권력층 내에서 능력과 실적 위주로 수시로 인물을 갈아 쓰는 김정은식 ‘회전문 인사’의 사례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센터장] “김정은 인사스타일을 농구감독에 흔히 비유하는데 선수가 잘 뛰면 경기 끝까지 가겠지만 제대로 뛰지 못하면 언제라도 감독이 불러낼 수 있잖아요. 그만큼 그의 인사정책에 있어서는 충성심은 기본이고 간부의 실적과 능력 이것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간주해왔다, 그러니까 능력과 실적으로 충성심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 태도를 취해왔고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도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적 중책을 맡는 자리에 자신이 믿는 인사들을 수시로 돌려쓰는 양상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사업에서 군의 역할이 커진 만큼 리영길에 대한 신임을 읽을 수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선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엔 최고위층의 인사교체가 드물게 있었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선 국방상의 평균 재임기간이 1년이 채 안 될 정도로 고위층의 강등과 복권이 일상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박사는 특히 김 위원장 집권 10년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인사스타일이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정은 전반부와 후반부의 인사스타일은 다르다. 전반부의 경우엔 권력기반을 강화해야 되기 때문에 유혈숙청과 견장정치가 수반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죠. 그 때는 권력기반을 강화하는 과정이었던 거고요. 그러나 후반부에 가면 유혈 숙청보다는 수시로 인사교체를 단행하면서 간부들을 독려하는 스타일로 가고 있거든요.”

실제로 지난달 말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계기로 문책을 당한 리병철과 박정천, 김정관 등 군 수뇌부 인사들은 이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비록 뒷줄로 밀려나긴 했지만 모두 모습을 보였습니다.

조 박사는 김 위원장의 성과주의를 앞세운 잦은 인사가 선대 지도자들에 비해 정당성과 권위가 취약한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김 위원장이 집권 초엔 권력기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선대의 기득권층을 정치적으로 제거할 필요와 명분이 있었지만

세대교체가 마무리된 지금은 실용적 관점에서 권력층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지금의 숙청이나 문책은 명분이 좀 약한 거죠. 왜냐하면 세대교체가 이제 두 번에 걸쳐서 됐기 때문에 지금 사람들은 김정은의 사람들이거든요. 7차 당 대회, 8차 당 대회를 거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에 최근의 사람들을 다루는 것은 명분도 좀 약하고 그러니까 어찌보면 실리적으로 핵심 권력층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인태 박사는 이와 함께 최근 북한의 핵심 권력층 인사가 자주 이뤄지고 있는 배경에 주목했습니다.

김 박사는 지난 1월 8차 당 대회 이후 6개월 동안 정치국 위원 19명 중 6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며 이는 경제난 등 내부 어려움과 김정은 위원장의 개인 성향이 결합돼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2019년부터 북한이 정면돌파전을 하면서 체제가 상당히 어려워지지 않았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받은 과업 등이 다 늘어난 거죠. 부담이. 그런데 힘들 때 일이 안되니까 계속 펑크가 나지 않습니까. 그러면 문책을 하고. 그런데 이것은 김정은의 성향이라고 볼 수밖에 없죠.”

김 박사는 김 위원장이 고강도 처벌 대신 중저강도의 문책을 통해 나름대로 실용적인 엘리트층 관리를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론 핵심 권력층 내부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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