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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해외 공관에 '대선 결과 관련 미국 자극 말라' 지시"


베이징의 중국 주재 대사관 건물 벽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활동을 소개하는 사진이 걸려있다. (자료사진)
베이징의 중국 주재 대사관 건물 벽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활동을 소개하는 사진이 걸려있다. (자료사진)

한국 정보 당국은 북한이 최근 해외 공관에 미국 대선 결과와 관련한 자극적인 대응을 금지하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정책에 대한 우려와 기대 사이에서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해외공관에 미국을 자극하는 대응을 하지 말라며,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대사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하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보위 소속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정원 보고 내용을 전했습니다.

[녹취: 하태경 의원] “미국에 대한 입장이 정해지지 않아서 개인 의견을 말하지 말라, 이런 내용이었어요. 그래서 아직 바이든 정부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지 북한 내에서도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심지어 북한 노동신문에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도도 하고 있지 않다, 과거엔 선거 결과 확정 후 10일 이내 보도를 했는데 이번엔 지금까지도 북한 내부에 보도가 없다, 이런 거에요.”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기의 친분관계가 무용지물이 되고 제로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데 대한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의원은 또 “국정원은 북한이 트럼프 때와 달리 시스템적인 접근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바이든 당선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을 언급한 것에 대해 정상회담이 성사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의원은 ‘시스템적 접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식의 최고지도자간 결정에 의존하는 ‘톱 다운’ 방식이 아니고 관료들에 의한 검토와 정책연구를 통해 ‘바텀 업 방식으로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대화파’가 포진한 대미 외교라인을 교체하지 않은 점을 들어 남북 대화보다는 미-북 대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선 “신포조선소에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MB)과 관련된 동향은 있으나 이것이 도발로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보고했습니다.

국정원은 또 북한이 내년 1월 초 개최하겠다고 예고한 8차 당 대회를 방역 문제 등으로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8차 당 대회에서 열병식을 다시 개최할 예정인데, 이는 미국의 신 행정부에 대해 군사적 과시를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최근 물가상승과 산업가동률 저하 등 경제난 속에서 비합리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0월 말 환율 급락을 이유로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처형했고 이에 앞서 지난 8월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을 위한 물자반입 금지령을 어긴 핵심 간부를 처형하기도 했습니다.

하태경 의원은 김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 방역을 위한 자체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스트레스가 높아진 탓에 감정적인 과잉대응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태경 의원] “북한 경제도 안좋아지고 환율이 폭락할 수밖에 없는데 그 책임을 거물 환전상에 돌리는 거죠. 그래서 환율 폭락 책임을 거물 환전상 처형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심지어 바닷물도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고기 잡는 걸 금지시키고 염전도 금지시킨다, 지금 코로나 상황에서 굉장히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통치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이달 초 혜산과 나산, 남포 등 외화물품 반입이 확인된 해상을 봉쇄 조치했고 최근엔 평양과 자강도 역시 봉쇄하는 등 통제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정원은 북-중 교역과 관련해선 올들어 10월까지 교역 규모가 5억3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밝혔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KDB미래전략연구소 한반도신경제센터 김영희 선임 연구위원은 대북 제재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 사태 등으로 북한 내 외화 부족이 심각해지고 이에 따라 무역 규모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영희 선임연구위원] “해외 파견 노동자도 있었고 관광 수입도 있었고 그나마 그래도 지탱해줬는데 파견 노동자 철수하고 올해는 더구나 관광도 중단됐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는 대북 제재 5년 시점에서 북한이 갖고 있던 외화가 바닥을 거의 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국정원은 또 중국에서의 물자 반입 중단으로 북한 내 설탕과 조미료 등 식료품값이 4배로 치솟았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1만6천500원 선이었던 조미료는 7만5천900원으로, 연초 1㎏에 6천원대였던 설탕은 2만7천800원으로 뛰었다는 겁니다.

하태경 의원은 원자재 설비 도입 중단의 여파로 산업가동률이 김 위원장 집권 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면서 “제재, 코로나, 수해라는 3중고로 위기감을 강조하는 표현과 용어가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 의원은 “신종 코로나 때문에 외부 물자를 안 받는 북한 당국의 편집증이 심하다”면서 “중국이 주기로 한 쌀 11만t이 대련항에 있는데, 북한으로 반입을 안하고 있다더라”고 전했습니다.

국정원은 아울러 북한이 한국 내 제약회사의 백신 정보에 대한 해킹 시도를 했으나, 이를 잘 막아냈다고 정보위에 보고했습니다.

국정원은 또 “최근 제기된 평양의대 간부 총살 처형설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면서 “평양의대 간부가 입시비리, 기숙사 신청 주민 강제모금, 매관매직 등 이유로 직위해제되고 지금도 조사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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