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들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식 집권한 지난 10년간에 대한 찬양과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핵 개발 완성을 선언한 이후 국제사회 대북 제재로 김 위원장의 통치 성적표는 선대보다 오히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1면 사설을 통해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업적을 조명하면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영도에 끝없이 충실하는 것은 위대한 은인, 자애로운 어버이의 사랑과 은덕에 보답하려는 인민의 순결한 양심이고 의리”라고 강조했습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집권 10년에 대해 “사회주의 건설의 승리를 위한 위대한 실천강령들과 전략·전술들을 제시하고 비상한 조직 동원력과 완강한 실천력으로 정치와 경제, 군사, 문화의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전성기를 펼쳤다”고 찬양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이처럼 최근 들어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기사들을 한층 많이 내보내고 있습니다.
북한은 또 지난 12일엔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 활동을 정리한 화보도 만들어 공개했습니다.
화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우방국 정상들과의 회담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습도 담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직후 인민군 총사령관으로 추대되면서 집권을 공식화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경제 위기 심화 속에서 달리 해법을 찾지 못한 북한이 주민 결속을 위해 과거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 집권 10년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정상외교의 시동을 걸었던 2018년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며 2017년 말까지는 권력기반을 다지면서 핵 개발을 완료한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김 위원장이 핵 완성을 토대로 내부적으로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바꾸면서 2018년부터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정상외교에 나섰지만 핵 보유가 부메랑이 돼 경제를 옥죄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실패했거든요. 왜냐하면 대북 제재를 초래했고 코로나라는 정말 예기치 않은 사태로 인해서 경제 성적표만 본다고 하면 김정은 집권 10년 중 최악인 상황이고요, 길게 봐도 고난의 행군기와 거의 유사한 상황이기 때문에 선대에 비해서도 초라한 성적표가 사실 집권 10년입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7일 서울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경제 실적에 대해 전반부 5년은 양호한 편이었지만, 후반부 5년은 크게 나빠졌다면서 ‘잃어버린 10년'을 언급했습니다.
양 교수는 2017년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 본격화, 그리고 2020~2021년 신종 코로나 사태를 거론하면서 북한 경제가 성장과 역성장을 반복하다가 2017년 이후 역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경제 고도성장 전략에 시동을 걸고 미국과의 핵 협상에 나섰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로 제재 완화에 실패했고,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경 봉쇄 충격이 더해지면서 2021년 5월 기준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이 김 위원장 집권 초기보다 악화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양운철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 경제가 북-중 무역 침체와 공식 경제 침체, 외화 부족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하면서 당 주도 `고난의 행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면서 “낙후된 이데올로기나 대중 선동구호를 통한 경제 돌파구 마련은 무의미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양 실장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성장했던 장마당 활동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개입이 강화되고 있는 데 대해선 계획경제로의 후퇴라기 보다는 내부 단속과 사상통제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운철 실장] “최근 상황을 보면 국제 환경, 정치경제 환경이 바뀌면서 워낙 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들이 자꾸 동요되고 탈북하고 싶어하고 그러니까 당연히 사상통제를 먼저 규제하는 것 같아요. 장마당에서 몇푼 벌고 하는 것을 떠나서. 이건 결국 과거체제로의 회귀라기 보다는 시장이 있어야 경제가 돈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겠죠.”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북한 매체가 집권 10년을 내세워 김 위원장 찬양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만큼 내부 사정이 어렵다는 반증이라며 이런 선전선동 방식이 여전히 북한 주민들에게 유효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 활동 화보의 경우 미국과 중국, 러시아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부각시킴으로써 김 위원장이 강대국 지도자들과 같은 반열에 있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선전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10주년이라고 해서 그동안 했던 업적을 쫙 알리면 내부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우리 지도자가 지금 어렵지만 큰 일을 했구나, 특히 북-미 정상회담 같은 경우는 엄청나게 클 것 아니에요. 시진핑을 만난 것도 그렇고. 그래서 그런 내부 충성도와 단결도를 고취하기 위한 게 아닌가 싶어요.”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최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 독려와 자력갱생 노선으로 자기들 식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펴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심 미국과의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고난의 행군도 실패한 것이고요, 수 십만 명이 죽었고, 자력갱생은 실패가 입증된 구시대 유물이에요. 자력갱생과 고난의 행군을 얘기하는 이유는 외부에서 해법을 만들 때까지 참아내겠다는 전략이지 그걸로 영원히 5년, 지금 15년까지 버티겠다는데 그렇게 갈 수는 없거든요.”
조 박사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이렇다 할 대미 도발이 없었고 특히 검토가 끝난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반발을 삼가고 있다며, 북한의 기대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