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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 대선일까지 대미 메시지 침묵…"선거 후 전략 집중"


지난달 12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8차 당대회 축하 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12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8차 당대회 축하 집회가 열렸다.

북한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 당일인 3일까지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일절 내놓지 않았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선거 결과에 따른 대미 전략 수립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소식에 친서를 보내 쾌유를 기원했습니다.

이후 북한의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미국 대선 당일인 3일까지 일절 없었습니다.

이보다 앞선 7월10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대미 담화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의 침묵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상황관리 차원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선 후보 토론에서 김 위원장을 ‘불량배’(thug)라고 부른 데 대해서도 북한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서해 한국 공무원 피격 사건도 그렇고 수해도 그렇고 지금 북한이 상당히 코너에 몰려 있다고 볼 수 있고요. 특히 안 그래도 걸끄러운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자극할 경우엔 북한에 상황이 좋을 리가 없죠.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트럼프 대통령을 불리하게 하지 않는 선, 바이든 후보를 자극하지 않는 선 이 두 가지가 북한의 입장이라고 봐야죠.”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이 바이든 후보의 발언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지난해 11월 바이든의 불량배 언급에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미친개는 한시바삐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고 맹비난한 것과 대조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대선 결과에 따라 향후 미 차기 행정부를 상대로 한 전략 수립에 부심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쌓은 개인적 친분 그리고 상대적으로 바이든 후보보다 북 핵 협상에 적극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등을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 재선 시 이에 대한 환영 의사를 분명히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트럼프 대통령이 된 경우엔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겠죠. 왜냐하면 이미 김여정 제1부부장이 7월 10일 담화에서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한다고 인사를 전했기 때문에 당연히 축하 친서나 어쩌면 깜짝쇼로 축하전화까지 할 가능성도 있어요.”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북한은 내년 1월 8차 당 대회까지 상황을 지켜 보다가 바이든 후보가 취임한 이후 구체적인 대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차관] “기본적으론 아마도 간보기식으로 관망, 자기들의 기본적 입장 즉, 우리는 먼저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는 입장을 1월에 표명한 이후 그 다음에 (바이든이) 취임하면 본격적으로 수순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전문가들 사이에선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북한 문제를 외교 과제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룰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고 북한이 전략적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는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 수해 등 삼중고로 경제가 어려운 북한이 내년 1월 8차 당 대회까진 ‘80일 전투’를 통한 내부 문제 수습에 집중할 것이라며, 전략적 도발을 하기엔 북한이 이후 상황을 감당할 기초 체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2009년 광명성 실험하고 2012년 2.29 합의가 나온 거거든요. 3년이 걸렸단 말이죠. 그런 식의 테이블을 생각해보면 뭔가 세게 질렀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예컨대 바이든이 대통령이 됐을 때 그게 충분히 자기들이 3년 정도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는가 아마 자신할 수 없을 걸요.”

황 교수는 이와 함께 경제난 심화로 중국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해야 할 북한으로선 중국이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를 보면서 대미 도발 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편 한국 국가정보원은 3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최근 공개활동이 없지만 미 대선 후의 대미정책 수립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미 협상을 책임지는 최 제1부상이 최근 모습을 감추면서 평양에서 3개월간 강제노역에 해당하는 이른바 ‘혁명화 교육’을 받았다는 일부 언론보도를 일축한 겁니다.

황일도 교수입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1994년 제네바 합의 만드는 협상을 할 때 강석주가 이끌었던 핵상무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지금까지 계속 이 핵상무조의 인맥들이 북한 대미 외교의 전략적 수립을 담당해왔는데 그렇다면 당연히 지금으로선 그 멤버 중에 남아있는 사람은 최선희밖에 없으니까 최선희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죠.”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원 국정감사 직후, 북한의 대미 라인으로 김여정 제1부부장과 최선희 제1부상 라인이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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