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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친필 연하장으로 신년사 대체…8차 당 대회 임박


1일 북한 평양의 만수대 언덕을 찾은 시민들.
1일 북한 평양의 만수대 언덕을 찾은 시민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축년 새해를 맞아 신년사 대신 주민들에게 친필 연하장을 보냈습니다. 임박한 노동당 8차 대회 등을 통해 내보낼 메시지와 겹친다는 점을 고려해 신년사를 생략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은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희망찬 새해 주체 110년을 맞으며 전체 인민들에게 친필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6개 문장으로 이뤄진 짤막한 서한에서 “새해를 맞으며 전체 인민에게 축원의 인사를 삼가 드린다”며 “어려운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이 우리 당을 믿고 언제나 지지해주신 마음들에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 인민의 이상과 염원이 꽃필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기 위하여 힘차게 싸울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대한 인민을 받드는 충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노동당 전원회의를 진행하면서 연설로 2020년 신년사를 대체한 데 이어 2021년인 올해도 신년사 대신 주민들에게 연하장 형식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1일 북한 관영매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필 서한을 공개했다.
1일 북한 관영매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필 서한을 공개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주민 앞으로 연하장을 보낸 것은 1995년 이후 26년만에 처음입니다.

1995년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사망 이듬해를 맞아 “피눈물 속에 1994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 한다”며 “조국을 더욱 부강하게 하기 위해 모두 한 마음,한 뜻으로 힘차게 일해 나가자”는 연하장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래 거의 매년 1월 1일 육성으로 신년사를 했지만, 올해는 8차 당 대회가 임박한 점을 감안해 신년사를 생략하고 친필 서한으로 주민들에게 신년 인사를 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입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당 대회에서 나오는 여러 전략들이 그동안 매년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발표한 내용과 거의 똑 같은 내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1월1일엔 연하장으로 대체하고 아마 다음주쯤 개최될 당 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미래 경제발전 전략과 함께 신년사에 버금가는 그런 내용들을 내놓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올해도 북한 안팎의 상황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주민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김 위원장 특유의 이른바 ‘애민정치’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올해 첫 공개행사로 지방에서 선출돼 평양에 모인 8차 노동당 대회 대표자들과 함께 이날 0시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실린 참배 사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초특급 방역에도 김 위원장을 비롯해 당 대회 참석자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코로나 방역 규칙을 어기면 간부들은 처형까지 하는 상황에서 저렇게 대규모 인원이 밀집해서 마스크도 쓰지 않고 이동하는 것은 넌센스거든요. 그것 역시 보면 정상성과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봐야겠죠.”

신년사가 생략되면서 임박한 8차 당 대회에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전날 배포한 ‘북한 8차 당 대회 관련 참고자료’에서 북한이 미국을 향해선 조 바이든 새 행정부를 의식한 온건 기조의 대외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외부에는 자주와 평화, 친선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통일부는 특히 북한이 남북대화 제의 등 어려운 대내외 환경을 고려한 전향적 입장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이 서한에서 ‘새해에도 힘차게 싸울 것’이라는 표현을 넣은 것으로 미뤄 전략적 변화를 감지하긴 어렵다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이기 때문에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신중한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당 대회를 통해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경제난 극복의 전제조건이 되는 대북 제재 완화를 염두에 두고 미국에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진무 교수입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미국과 어쨌든 협상이 계속돼야만 제재가 어떤 식으로든 약화되든지 이완되는 거거든요. 지금 현재 북한이 처한 코로나 플러스 경제 제재라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 경제발전 전략을 내세운다고 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서 보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요.”

김형석 전 차관은 북한이 대북 제재나 신종 코로나 사태 등 경제난을 심화시킨 여건들이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당 대회를 계기로 지난해 내내 고수했던 한국과의 대적관계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고 점쳤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작년에 했던 대적 관계를 협력적 관계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상징적으로 남북간 통신선 재개라든지 이걸 할 수가 있죠. 그렇게 되면 일단은 미국과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도 되는 거고 그것은 북한한테 아무런 부담이 되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한편 통일부는 북한의 이번 8차 당 대회가 7차 당 대회와 비슷한 규모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종 코로나 여파로 다소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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