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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 연합훈련 후 북한 대미정책 주목...전문가 전망 엇갈려


한반도 공동경비구역(DMZ) 내 판문점에서 북한군 병사(뒤)가 한국 쪽을 쌍안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반도 공동경비구역(DMZ) 내 판문점에서 북한군 병사(뒤)가 한국 쪽을 쌍안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한 연합훈련이 마무리된 가운데 훈련에 강하게 반발했던 북한은 도발 징후와 같은 특이동향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의 대미정책 방향을 놓고 엇갈린 전망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4월 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마무리한 이후 북한은 줄곧 미국 측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 냉담한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외견상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던 북한은 지난달 말 차단돼 있던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합의라는 유화 조치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이달 10일과 11일, 임박한 미-한 연합훈련 실시를 비난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의 담화를 내면서 미국과 한국에 안보 위협을 거론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습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연합훈련 기간 중 방한해 북한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냈지만 북한은 연합훈련이 끝난 이튿날인 27일까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23일 서울에서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23일 서울에서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한국 군 당국은 도발 징후라 할만한 북한 군의 특이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연합훈련 개시에 맞춰 남북 통신연락선을 다시 차단했던 북한은 27일까지 한국 측의 정기통화 시도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의 연합훈련에 대한 비난은 담화 이후 선전매체 수준에서 간간이 이뤄졌을 뿐 당국 차원에선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통신선 복원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 가능성이 점쳐졌던 한반도 정세가 연합훈련을 계기로 또 다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교착 국면으로 돌아간 양상입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의 대미정책 방향을 놓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성 김 대표의 최근 대북 메시지는 조건 없는 대화를 거듭 촉구한, 기존의 입장을 확인한 수준이었다며 북한으로선 미국과의 협상에 더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도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함락 사태로 북한 문제는 상황 관리에 보다 주력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미국 입장이라는 게 아프간 터지기 전에도 북한 문제는 관리 쪽이다, 지금 개입과 억지 쪽에서 점점 개입은 줄어들고 대북 억지를 통한 관리 쪽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는데 아프간 사태까지 터졌어요. 북한 입장에선 제2 하노이 위기를 국내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는 거죠.”

김 교수는 북한 정권 차원에서 볼 때 신종 코로나 사태로 경제는 어려워졌지만 주민통제는 오히려 용이해졌고, 미국과의 전략경쟁으로 중국의 북한에 대한 구애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당분간 미국과의 협상에 서두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대미 협상을 외면하기엔 내부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가 시행 중인 가운데 신종 코로나 사태 등이 겹쳐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북한의 협상력이 차츰 약화되는 과정이라는 설명입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제한적 수준의 군사 도발로 한국을 압박하고 이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를 추동하는 수순을 고려할 수 있다며, 한국이나 미국과의 대화가 이뤄지면 이후 진전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중국으로부터의 지원을 끌어낼 지렛대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 경제가 자력갱생을 연초부터 강하게 추진해왔지만 별 다른 성과를 못 내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그에 대해 주민들한테 설명을 해야 되는데 그게 잘 안 될 경우엔 대외관계 개선을 통해서 희망이라도 심어줘야 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북-미 대화 가능성, 그것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지 않더라도 뭔가 변화를 줘야 될 필요성은 북한 당국도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봐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면돌파와 자력갱생을 앞세운 북한이 미국이 제안한 조건 없는 대화에 당분간 응할 것 같지 않지만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한, 미국이나 한국에 대한 도발 가능성은 ‘상수’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특히 북한 정권은 바이든 행정부가 자칫 ‘전략적 인내’ 쪽으로 정책이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무력도발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이번에 성 김 대사가 와서도 여러 가지 좋은 말들을 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북한이 원하는 얘기는 한 게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인권 문제까지 얘기를 했기 때문에. 그렇다면 북한 입장에선 협상이 언제 시작될지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미국을 압박할 만한 이유는 충분히 있는 거죠.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있다, 결국 전략적 인내로 흐르는 흐름을 바꿔야 될 필요도 있는 거죠.”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해 온 외교적 관여에 대한 북한 측의 기대 섞인 접근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대화 국면이 시작되더라도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북한으로선 일단 바이든 행정부의 진의를 파악하는 차원에서 미국과의 접촉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어떻든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하는 부분도 밝혔고 또 상당히 외교 중심으로 유연하게 가겠다는 의지도 표명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트럼프 대통령 정부 시기에 하지 못했던 합의 이것의 연속선상에서 뭔가 합의 가능성이 있는지 또 실제로 미국의 내부적 의지나 속내가 어느 정도까지 북한을 바라보고 있는지 이것을 타진할 필요는 있는 거죠.”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일부 선전매체를 통해 연합훈련을 비난했지만 전체적으론 상황을 관리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조 박사는 지난 4월 이후 남북 정상간 친서 교환이 물밑에서 이뤄진 흐름이 끊긴 것은 아니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번에 남북 통신연락선 차단도 공개 선언을 안했습니다. 그리고 통신선 복원 자체가 화해를 내딛는 큰 걸음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거든요. 그러니까 한-미 연합훈련을 미국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생각을 했던 것 같지만 그러나 연합훈련이 결정적 경색 요인은 아닐 거다.”

조 박사는 이미 교착 국면에서의 남북 정상 간 깜짝 만남이 수차례 있었다며 남북 정상 간 화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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