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북한 외무상이 어제(11일) 종료된 당 전원회의를 통해 당 정치국 위원 자리에 올랐습니다. 군 출신의 강경파로 알려진 리 외무상의 승진은 북한이 조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향후 대미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풀어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종료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리선권 외무상을 당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했다고 전했습니다.
리 외무상은 지난달 8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이번에 또 다시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한 겁니다.
리 외무상은 군 출신의 대남 강경파로 알려진 인물로, 남북 군사실무회담 대표와 남북 고위급 회담 북측 단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외교 분야와 관련된 경력이 알려진 게 없어 지난해 1월 외무상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질 당시 의외의 인사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강경파 인사의 잇단 승진에 대해 북한이 미국에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천명했는데도 미국 측이 대북협상을 서두르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한 일종의 기싸움 측면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미국도 최근에 나온 걸 보면 서두르지 않겠다는 북한이 제일 싫어하는 메시지가 계속 나오고 있거든요. 북한이 시간이 없으니까 서두르고 싶은데 미국은 동맹국과의 협의를 중시하며 서두르지 않겠다고 얘기를 하니까 그렇다면 김영철과 리선권으로 대변되는 이미지는 굉장히 강경한 군부 인사들 아닙니까. 그것은 북한이 지난번 8차 당 대회에서도 미국이 먼저 양보해라, 인사 측면에서도 그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판단이 되네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리 외무상은 2018년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당시 백악관까지 갔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오랜 수하로 알려져 있다며, 김통전부장이 대남은 물론 대미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그러면서 북한의 경제 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리 외무상의 승진은 대미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지금 리선권도 정치국원으로 다시 집어넣었다는 것은 대남 대미 관계를 강화하겠다, 강경으로 가기보다는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어요. 지금 저렇게 절망적인 경제 상황에 직면했는데 대남 대미 관계를 강경으로 가져가선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전혀 없거든요.”
북한 노동당은 이와 함께 중국통으로 알려진 김성남 당 국제부장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승진시켰습니다.
김 부장의 정치국 후보위원 진입은 지난달 8차 당 대회에서 국제부장으로 승진한 데 이은 것이어서 대중 라인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북한에선 과거 당 국제부장 자리를 주로 러시아 유학파들이 차지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중 패권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을 활용해 경제난에 따른 위기 국면을 북-중 관계 강화를 통해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김성남 인사는 두드러진 것이거든요. 지금 남북관계, 북-미 관계를 시도하더라도 시간이 걸리는 문제고, 이 얘기는 8차 당 대회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이미 선언을 했어요. 비서구권에 대한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게 김성남 인사의 의중이라고 볼 수 있고요.”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이란 핵 합의 복원을 놓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미 정면돌파전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설 경우 대중관계 공고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당 전원회의에서 대남 대외 부문에서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다만 전원회의에서 “인민군대와 군수공업 부문, 대남 부문과 대외사업 부문에서 당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해 올해에 확정한 투쟁목표와 사업계획들을 철저히 집행할 것을 중요하게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구체적인 대외 메시지는 없었지만 경제 부문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비사회주의와의 투쟁 등 내부 통제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부각됐다며, 향후 대미 정면돌파전을 준비하는 차원으로 이해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앞으로 미국과의 정면돌파를 하기 위해선 대내를 다잡을 필요가 분명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서 대내의 경제, 코로나, 사상적인 재무장을 시키고
그 다음에 미국과의 본격적인 정면돌파로 나가겠다, 저는 그렇게 전체적으로 읽히더라고요.”
조한범 박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이나 중국, 미얀마 문제에 공격적으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북한에 대해선 ‘동맹과의 협의를 통한 전반적인 정책 재검토’라는 모호한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며 북한이 대미 전략 카드를 먼저 내보이는 데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