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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밀착 움직임…"미국, 북한 문제 '중국 카드' 의존 말아야"


지난 2019년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오찬에 앞서 환담하는 모습을 북한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지난 2019년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오찬에 앞서 환담하는 모습을 북한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갈수록 첨예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밀착 행보에 나섰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 일본과 공조 강화에 나선 미국에 대한 견제 움직임으로 분석하면서, 북한 등 한반도 문제 해결에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은 2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구두친서 교환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친서에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새로운 정세에서의 양국 간 협력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북-중 정상의 이번 구두친서는 최근 미국과 중국이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정면충돌한 직후 공개됐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 한국과의 공조 강화에 나선 미국에 함께 대응하겠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분석했습니다.

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대사는 2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과 중국은 미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판단될 때 밀착하는 전략적 행보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허바드 전 대사] ”The Biden administration is still engaged in its policy review of North Korea.”

허바드 전 대사는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정책수렴 과정에서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공조 강화에 나서자 미국에 대해 이해관계가 같은 북한과 중국이 친밀함을 과시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러시아도 중국과 발을 맞추는 모양새입니다.

두 나라는 미-중 고위급 회담 뒤 열린 외무장관 회담에서 서방국가들이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는 등의 내정간섭을 중단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중국에 이어 현재 한국을 방문 중입니다.

2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중국 구이린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2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중국 구이린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움직임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대미 전략을 엿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대사는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 큰 영향력은 없지만 어떻게든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며, 미-한-일 협력이 강조되자 북-중-러 구도가 형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이런 대치구도는 표면적으로 한반도 정세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버시바우 대사] ”The Russians have always been pretty solid on preventing the spread of nuclear weapons in North Korea. If these countries getting to engage to one another, it’s not necessarily a bad thing,”

북한의 핵무기 확산을 강력히 반대해 온 러시아를 포함해 미국과 한국, 일본, 중국 모두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6자회담 재개 등 서로 관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미국에 대한 북한의 공격적 태도를 잠재우고 협상 테이블로 끌어 낼 방책이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버시바우 전 대사는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대북 목표가 다른 중국에 큰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하며,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이전과 다른 대중국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딘 챙 해리티지재단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과거와 같은 대북 제재 이행 협조를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습니다.

챙 연구원은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미국과 협력할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것은 최근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며, 오히려 한국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챙 연구원] ”Instead, given ROK President Moon's apparent impatience to arrive at some kind of North-South rapprochement, the Chinese will likely pressure him to make concessions to China, in exchange for some pressure on NK to agree.”

지난 2019년 12월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서울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했다.
지난 2019년 12월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서울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했다.

중국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원하는 점을 감안해 대북 압박을 대가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중국에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챙 연구원은 이는 핵 문제 진전만이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정상회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무엇보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과장된 역할론'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North Korea always, throughout the decades as wax and wane in closeness to China”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지난 수 십 년 간 북한은 중국과 오르락내리락 관계를 유지하며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때 밀착할 뿐, 속내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할 특효약이라는 낡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캔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삼각 협력은 한반도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미-중 간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이런 구도가 형성되지 않도록 하는 미국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n fact, we should be trying to engage North Korea in driving a wedge between Pyongyang and Beijing..”

미국은 북한과의 관여를 통해 오히려 북-중 사이에 틈이 벌어지도록 하는 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미국은 북한을 완충지대로 여기며 비핵화 보다는 현상유지를 원하는 중국과 공동의 목표가 없다며,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미국에 의지할 수 있도록 끌어오는 새로운 방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과 중국, 더 나아가 북-중-러 협력체제가 미-한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미-한 동맹을 약화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는 북한의 의제를 중국도 지지하고 있는 만큼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부분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An equally problematic factor is Seoul's ongoing 'flirtation' with Beijing. The ROK's deference towards the PRC continues to raise eyebrows among many U.S. experts and officials.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특히 중국은 명목상 북한의 비핵화에 전념하는 듯 하지만 사실상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이런 중국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는 미국 관리들을 계속 불편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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