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북한 주민들의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커질 경우 2인자로 알려진 최룡해 등 핵심 권력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회 입법조사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으로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돼 내부 불만이 커질 경우 권력 2인자로 알려진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책임론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최룡해의 정치적 위상 변화의 함의와 전망’을 주제로 한 보고서에서 이같은 관측을 내놨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승렬 박사는 “2012∼2019년 단행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간부 인사에서 가장 큰 특징은 주요 간부 중 최룡해의 정치적 위상이 가장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는 사실”이라며 “북한 수령체제 내에서 최룡해의 위상 강화는 자연스럽게 이에 대한 견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박사는 특히 “작년 1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이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 임명된 것은 최룡해와 리만건으로 이어지는 조직지도부에 대한 ‘백두혈통’의 통제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박사는 최룡해가 북한에서 이례적으로 백두혈통이 아닌 신분으로 북한의 유일지도체제를 관장하는 조직지도부장을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맡았고, 이 과정에서 측근들을 요직에 기용했는데 지난 2월 전격적으로 해임된 리만건 조직지도부장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룡해가 조직지도부장을 하면서 당 군수공업부 소속의 정치색이 옅은 리만건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앉혔고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리만건을 조직지도부장으로 승진시켰다는 설명입니다.
이 박사는 그러면서 지난 2월 리만건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당 부위원장의 해임, 그리고 김여정의 권한 강화는 최룡해의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이승렬 박사] “북한 역사상 조직지도부장이 부패 혐의로 해임된 경우가 한 번도 없었어요. 그것은 뭐냐 하면 최룡해의 팽창한 권력을 견제하는 게 이번에 들어간 거고 지금 현재 김여정이 조직지도부장 역할을 할 거라고요.”
이 박사는 최룡해에 대한 백두혈통의 견제는 향후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거세게 제기될 경우 김 위원장의 유일영도체계 확립 차원에서 최룡해에 대한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최룡해의 권한이 커진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경제난의 희생양이 될지에 대해선 다른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된 이후 최룡해의 행보가 경제 현장부터 군 부대 응원까지 넓어질 만큼 권한이 커진 것으로 관측되지만 북한 권력층 단속 등 그의 역할로 미뤄 경제난의 책임은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나 김재룡 내각총리 등 경제통들에게 지워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최룡해를 경제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자르기엔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거죠. 그러니까 경제 쪽만 하고 있지 않고 엘리트 단속이라든가 대내 정치 쪽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너무 크고 경제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경제관료를 치겠죠.”
이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내각책임제를 천명한 것과 관련해 김정일 시대에도 경제가 어려울 때 내각책임제를 앞세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차이점은 김정일 시대에는 내각에 실권을 주지 않은 말뿐인 내각책임제였고 김정은 위원장은 내각에 어느 정도 권한을 줬다는 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국제사회 제재와 신종 코로나 사태라는 겹악재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고 쌀값도 상승하는 등 북한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며, 김 위원장에게 희생양이 필요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김 위원장은 선군 군사행보, 그리고 인민들을 사랑하는 애민행보, 이런 쪽으로 본인은 만들고 가망이 없는 경제는 내각에 넘겨버린 거거든요. 그렇게 보면 사실 올해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고 결국은 책임을 전가할 대상이 필요하죠.”
조 박사는 김 위원장이 이미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비사회주의와 반사회주의, 세도와 특권과 싸우겠다고 선포했고 이에 따라 비리 간부들에 대한 처벌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북한의 과거 정권에서도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썼던 수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정일 시대였던 지난 2002년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였던 ‘7〮1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주도했던 박봉주는 2003년 내각총리에 올랐다가 이 조치가 실패로 돌아가자 2006년 6월 자금전용 혐의로 40일 간 직무정지를 당했다가 2007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끝내 해임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