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8차 대회를 통해 미국에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미국의 전직 관리들이 평가했습니다. 다양한 핵무기 개발 계획을 밝힌 것 자체가 미국과 대화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다만 북한의 협상 의지가 얼마나 진지한 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13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김정은은 (미국과의) 협상을 원하며,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밝혔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He’s made it very clear. He’s open and available for negotiations.”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김 위원장이 다양한 무기를 언급한 것은 개발을 원한다는 포부를 밝힌 것으로, 미국과의 협상의 문을 닫은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김 위원장이 미사일과 핵실험 재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했습니다.
“미국에 협상 원한다는 신호 보내”… “군사력 과시도 협상 원한다는 뜻”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당대회는 국내용이지만, 미국에 보낸 메세지가 있다면 ‘북한은 무시당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은 북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만나서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13일 VOA에 밝혔습니다.
[녹취:힐 전 차관보] “To the extent there’s a message to the U.S. it is that ‘We cannot be ignored and you need to worry about us and you need to sit down and negotiate with us.’”
힐 전 차관보는 다만 김 위원장의 당대회 발언을 통해 협상에 대한 북한의 입장(negotiating position)을 읽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꼽으며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1만5천 km 사정권 안의 명중률을 개선한 전략핵무기와 핵잠수함, 다탄두 미사일, 초대형 핵탄두 등 최첨단 무기 개발 계획을 공개하면서도 “강력한 국가방위력은 결코 외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13일 VOA에 김 위원장의 당대회 연설이 주로 북한 주민들을 향한 것이지만, “나와 대화하자, 협상하자”는 미국에 대한 메시지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Oh absolutely, I mean he said so quite clearly, and even if he had not said so, that would be the implicit message that N Korea is developing new and more powerful weapons, that’s a signal that means that you better talk with us, you better make some concessions or we will proceed with finalizing these weapons.”
김 위원장이 외교를 원한다고 직접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새롭고 강력한 무기를 개발한다는 발언 자체에 내포된 메시지는 “우리와 협상하자, 우리에게 양보하지 않으면 무기 개발을 완성할 것이다”라는 겁니다.
피츠패트릭 부차관보는 김 위원장이 여러 무기를 언급하면서 바이든 정부의 관심을 받기 위해 역량을 과장하는 듯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김 위원장은 비핵화와 경제 지원을 맞바꾸는 외교를 재개하는데 있어 바이든 정부의 제안이 무엇인지 들어볼 준비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고 13일 VOA에 말했습니다.
[녹취: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the message from Kim Jong Un is that he’s prepared to listen to a proposal from the Biden administration to resume diplomacy on denuclearization in exchange for economic assistance.”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김 위원장이 핵과 미사일 실험 재개를 위협하지 않고 대신 전략 무기 개발이라는 장기적인 계획만을 밝혔다며, 이러한 무기들 중 어느 하나도 바이든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대행은 13일 VOA에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외교에 준비가 돼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주적”이라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컨트리맨 전 차관대행] “He is ready for diplomacy with the U.S. but continues to view the U.S. as the primary threat to N Korea.”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외교 제안이 얼마나 진지하고 중요한 지 평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중요하지 않다?”
한편 김 위원장은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 발언이 긍정적인 신호라며 “김정은은 누가 미국 대통령이든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that’s a good sign. Kim Jong Un is basically saying it doesn’t matter who is President. And that means that he’s not going to keep the personal relationship between him and Trump, which obviously was very unusual. Just because that personal relationship is gone, doesn’t mean that the U.S. and N Korea can’t talk to each other.”
트럼프 대통령과의 독특했던 개인적인 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그 관계가 없어졌어도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입니다.
반면 디트리니 전 차석대사는 미국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김 위원장이 말한 데 대해 실망한다며, 그런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디트라니 전 차석대사] “I personally don’t agree with that. I think if we had an agreement and we can move towards ultimately normalization of relations with a complete verifiable denuclearization I think that would immediately dispose of the hostile policy aspects to it.”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는 “미국과 북한이 합의를 맺고 궁극적으로 관계 정상화와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하면, 소위 ‘적대 정책’으로 해석될 부분들은 즉각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 지원 연설에 나섰던 컨트리맨 전 대행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바이든 정부가 임기 초기에 북한과 실무 접촉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컨트리맨 전 대행] “I don’t expect miracles but I do expect a steady effort well below the level of the President to address issues one by one and to reduce the risk of conflict on the peninsula.”
컨트리맨 전 대행은 “기적과 같은 일은 없겠지만, 한반도에서 충돌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통령 보다 훨씬 낮은 급에서 문제를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는 꾸준한 노력을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