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육군의 정책자문기관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최신 평가와 정책제언을 담은 서적을 출판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핵과 생화학무기 사용 셈법과 도전과제들을 상세히 분석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 육군대학원 산하 전략연구원(SSI)은 지난달 30일 ‘군사력에 대한 면밀한 고찰 : 미국 핵심 동맹들의 방위역량과 안보 관련 우방에 대한 평가 (A Hard Look at Hard Power : Assessing the Defense of Key US Allies and Security Partner)’라는 제목의 400여 장에 달하는 연구서적을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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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대학원, 북한 최신 역량 반영 연구서적 공개
“북한 핵 전쟁 교리 셈법, 한국군 병력감축 문제 추가”
2015년 출판된 초판의 갱신본인 이 서적은 서문에 세계 안보 환경이 5년 전과 비교해 크게 바뀌었다며, 특히 탈냉전 시대의 단일주의가 종식돼 수정주의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이 지정학적 환경을 바꾸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고 지적했습니다.
11명의 안보 전문가들이 집필한 연구서는 미국의 핵심 동맹과 우방국을 호주, 프랑스, 독일, 인도,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폴란드, 한국, 스웨덴, 타이완, 영국으로 분류했습니다.
한국 항목에는 2015년 초판과 비교해, 북한의 핵 전쟁 셈법과 재래식 무기의 현대화 추세, 한국군의 병력감축 문제 등이 추가됐습니다.
“김정은 정권, 핵선제 사용 통한 적화통일 정책유지 중”
북한의 핵 전쟁 수행 교리와 관련해, 고위 탈북자, 미국 정보기관 등의 보고서를 토대로 “김정은 위원장은 선대부터 추진해온 적화통일 정책을 철회하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셈법은 1970년 김일성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북한은 핵 선제 타격을 한반도 재통일 정책의 핵심 요소로 간주해 지금도 계승하고 있다는 겁니다.
연구서는 북한 외교관 출신 고영환 씨가 1997년 미 의회에 출석해 “북한은 미국에 대한 핵 선제타격의 후폭풍을 염려해 감히 실행에 옮기지 못할 것이라는 일부 미국민들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을 인용했습니다.
그러면서 20년 이상 지난 증언이지만 고 씨보다 훨씬 더 높은 직책을 맡았던 복수의 탈북자들의 최근 증언들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이같은 셈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이 확인된다고 밝혔습니다.
브루스 베넷 “김정은, 전쟁 초기에 많은 사상자 야기 시 미국 단념 확신”
연구서 내용 중 한국 항목을 집필한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5일 VOA에, 북한 국방위원회에서 고위직으로 김정일 시대, 김정은 집권 초기까지 근무했던 익명의 탈북자와의 최근 비공개 면담 내용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은 전쟁 초기에 많은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면 미국의 관여를 단념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는 익명의 고위 탈북자와의 면담 내용을 전했습니다.
[녹취 : 베넷 선임연구원] “And he started telling me that the Kim family, Kim Jong Un believed that if he could kill a large number of Americans that the Americans were now so casualty averse, given their experience in Lebanon, for example, where 200 Marines were killed and we pulled out that our pattern of behavior was that if casualties were too high, the US was out of there and would not escalate.”
특히 미국이 200여 명의 해병대 사상자가 발생하자 레바논에서 철군 결정을 한 과거사례가 이 같은 신념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는 이 탈북자의 증언을 소개했습니다.
다만 연구서는 미국의 핵우산 정책이 지금까지는 이 같은 북한 지도부의 핵 선제 공격교리에 대해 억지력 역할을 해온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핵 선제공격 교리 적용 위한 미한 동맹 분열, 단계적 추진 중”
이 때문에 북한 지도부는 미한 동맹 악화를 통한 주한미군 철수를 목표로 대남 사업을 여전히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 평화협정 이후 주한미군 유지 여부는 한미 양국의 결정에 달린 문제라는 점을 김 위원장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의 신간 ‘격노’에서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단 한번도 주한미군 문제를 언급하지 않아 “이 때문에 폼페오 국무장관은 김 위원장이 중국 견제 역할 때문에 미군 주둔을 원하는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기술했습니다.
연구서가 제시하는 주한미군 관련 북한의 셈법이 한국 대통령과 미국 정부의 판단과 배치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기만책의 일환”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으로선 주한미군 철수를 한국에 표면적으로 강요하지 않으면서 한국 스스로가 동맹의 가치를 중시하지 않도록 만드는 기만술을 채택하고 있다”며 대남심리전도 이 같은 방식으로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북핵 사용대비 논의 부족…캠프험프리즈 매우 취약”
한편 연구서는 북한의 실질적인 핵 전쟁 사용 교리에 대처하기 위한 미한 연합전력의 대비가 매우 부족하다며, 평택에 있는 캠프험프리즈를 겨냥한 핵 타격을 대표적 사례로 거론했습니다.
또 미국의 핵 우산정책과 관련해선, 북한이 선제적 핵 타격을 가할 경우의 후과를 구체적으로 기술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제언했습니다.
연구서는 실제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미국의 선택, 특히 지하 은닉 시설 제거계획을 분명하게 공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핵 우산 공약은 결국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복수의 미국 정부 관리들은 대통령이 실제로 핵 보복을 결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닥칠 경우, 공약이행 여부에 대한 보장은 확답할 수 없는 문제로 보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