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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철명 국선 변호인 선임…유죄 선고 땐 최대 120년 징역형


미국 워싱턴의 연방 법무부 건물.
미국 워싱턴의 연방 법무부 건물.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북한 국적자 문철명에게 국선 변호인이 선임됐습니다. 미국 대배심이 최대 120년의 징역형이 가능한 총 6개의 혐의를 적용한 가운데, 문철명이 검사 측과 합의를 통해 형량 조정을 시도할 지 여부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으로 인도된 첫 북한 국적자 문철명에게 적용된 혐의는 총 6개. 모두 돈세탁 혐의입니다.

VOA가 22일 공개된 문철명의 미 대배심 기소장을 살펴본 결과, 문철명은 ‘돈세탁 공모’ 1건과 5건의‘돈세탁’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습니다.

미국은 일반 국민들로 구성된 대배심원들이 특정 사건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며, 문철명 사건 역시 지난 2018년에 구성된 대배심이 당국의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기소를 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대배심은 이번 기소장에서 “(문철명의) 혐의들은 북한에 대한 은행 통제에도 불구하고 미 금융체계에 접근하려는 다년 간의 책략에 대해 제기된 것”이라며, 이번 기소는 돈세탁과 확산금융을 방지해 미국의 국가안보를 보호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소장에 나타난 문철명의 혐의를 요약하면,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여러 위장 회사들을 이용해 미국 달러를 거래했고, 이런 행위들이 ‘돈세탁’과 ‘돈세탁 공모’에 해당한다는 지적입니다.

구체적으로 ‘돈세탁’ 혐의에 대해선 총 18페이지를 할애해 문철명이 자금을 세탁한 사례 수십 건과 그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예를 들면,지난 2016년 10월 싱가포르의 한 회사로부터 북한의 경남무역회사로 운송할 상품 99만 달러어치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한 문철명이 구매금액 송금을 위해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조선무역은행(FTB)의 위장회사 2곳을 번갈아 이용했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금융망과 연계된 은행이 사용됐다고 기소장은 지적했습니다.

또 ‘돈세탁 공모’ 혐의 관련 사례에는 문철명과 이름이 공개안 된 또 다른 인물이 2014년 9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싱가포르 소재 ‘신사르 무역회사(Sinsar Trading)’에 총 8차례에 걸쳐 최소 2만 달러에서 최대 13만 달러를 결제한 내용이 적시됐습니다.

기소장은 이들 거래에서도 조선무역은행의 중국 선양 소재 위장회사인 ‘밍젱’과 그 외 다른 2개의 위장회사 등이 이용됐으며,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미국 달러를 사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기소장에는 문철명과 함께 이름이 가려진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이들 중 일부에는 ‘피고(defendant)’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또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중국인과 중국 회사 등에는 ‘공모자’ 혹은 ‘공모회사’라는 표현이 붙어 있고, 그 밖에 여러 회사들의 이름이 가려져 있는 상황으로 볼 때, 문철명 외에도 이미 추가로 기소됐거나 혹은 기소를 앞둔 인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미국 연방법은 돈세탁 관련 혐의에 최대 20년의 징역형과 벌금 50만 달러, 혹은 관련 자금의 2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습니다.

산술적으로 총 6개의 혐의를 받고 있는 문철명에게 최대 12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기소장은 문철명의 돈세탁에 연루된 자금과 자산 등에 대한 몰수를 희망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어, 재판부가 이를 승인할 지 여부도 주목됩니다.

이런 가운데 문철명에겐 연방 국선변호인이 선임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 법원기록시스템에 따르면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는 미셸 피터슨 변호사는 지난 22일 문철명의 국선 변호인(public defender)으로 공식 선임됐습니다.

피터슨 변호사는 2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언급할 게 없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연방 형사사건의 전례로 볼 때, 문철명에 대한 최종 유무죄 판단과 형량 선고 등이 나오기까지는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2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반적으로 검사 측은 문철명에게 ‘플리바겐’이라고 불리는 ‘사전형량조정’을 제안할 것이며, 이 결과에 따라 최종 형량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검사는 공범 등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문철명이 여기에 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일정 선에서 유죄 인정이 이뤄지고 검사 측과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진다면 최종 선고까지 1년 정도가 걸리게 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재판까지 가게 돼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도 문철명이 유죄를 인정할 지 여부를 알기 전까진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현재로선 국선 변호인의 조언을 받아들일지, 또 검사 측과 합의를 하고 그 내용을 받아들일지 여부도 모르는 상태”라면서, 북한에서 문철명의 가족들이 받게 될 위협 등을 고려해 검찰이 매우 조심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북한 국적자가 미국으로 인도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북한 국적자가 미 법원에 선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5년 캄보디아에 거주하던 북한인 김성일은 미국에서 군사용 야간투시경을 구입해 중국으로 밀반출하려던 혐의로 체포돼 미 법정에 선 바 있습니다.

당시 김성일은 위장작전을 수행 중이던 미 국토안보부 소속 요원에게 접근해 야간투시경을 구매하려 했고, 이후 물건을 받기 위해 하와이로 향했다가 체포돼 3년4개월의 실형이 선고됐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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